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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캠핑

온리하프 2014. 5. 2.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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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할 낭만, 굴업도 하룻밤
자연생태계 잘 보존 ‘한국의 갈라파고스’…눈부신 풍광 ‘백패커 성지’ 자리매김

 

연평산 중턱에서 내려다본 코끼리바위와 목기미해변.

굴업도는 인천 앞바다의 덕적군도에 딸린 섬이다.

넓이 1.71km2(51만7200여 평)에 해안선 길이도 12km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서해의 진주’ ‘서해의 보물섬’ ‘한국의 갈라파고스’ 같은 수식어가 어김없이 따라붙는다.

자연풍광이 수려하고 자연생태계가 잘 보존됐다는 이유에서다.

 

굴업도는 화산섬이다.

약 8000만~9000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 말 화산분출로 생겨났다.

이곳에는 우리가 섬에 대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다 있다. 백사장, 갯벌, 무인도, 간조육계도(토끼섬), 해안사구,

연륙사빈(목기미), 해안절벽, 주상절리, 해식와(海蝕窪), 초원, 숲, 습지 등 다양한 형태의 지형과 절경이 즐비하다. 파도와 바람과 소금기가 만든 자연유산이다.

 

언제부턴가 굴업도는 백패커(backpacker)의 성지(聖地)로도 불린다.

주말과 휴일뿐 아니라 평일에도 이 작은 섬을 찾는 백패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백패커는 백패킹(backpacking) 마니아를 가리킨다.

‘식량, 숙영(宿營) 장비, 취사도구 등을 배낭에 챙겨 직접 숙식을 해결하며 하루 이상 자연 속에서 지내는 행위’가 백패킹이다.

그 묘미와 즐거움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왜 따뜻한 집을 놔두고 사서 고생하는지 모르겠다”며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백패커를 바라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사람조차 굴업도의 개머리언덕 초원에 텐트를 치고 낭만적인 하룻밤을 보내고 나면 거짓말처럼 백패킹 중독자가 되기 십상이다.

 

하룻밤의 낭만적인 캠핑을 꿈꾸며 굴업도로 가는 길은 멀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곧장 그곳까지 가는 배가 없기 때문이다.

먼저 쾌속선을 타고 덕적도로 가야 한다. 1시간 20분쯤 걸려 도착한 덕적도 진리선착장에서 다시 철부선 나래호를 타고 1~2시간쯤 더 항해해야 굴업도에 닿는다.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별로 지루하지 않다. 거북처럼 느릿하게 항해하며 이 섬 저 섬을 다 거쳐 가는 철부선에서는 사람의 마음조차 절로 느긋해진다.

눈앞의 바다 풍광도 한결 편안하게 다가온다.

 

 

굴업도의 하나뿐인 마을 큰말

 

11시 20분 덕적도를 출발한 철부선은 약 2시간 만에 굴업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비좁은 선착장은 손님을 마중 나온 민박집 주인들의 트럭과 육지로 나가려는 외지인들로 장바닥처럼 붐볐다. 민박집에 식사나 숙소를 예약하지 않은 백패커는 무거운 배낭을 메고 조붓한 숲길과 삭막한 시멘트도로를 20분쯤 걸어가야 마을에 도착할 수 있다.

 

큰말은 굴업도에 하나뿐인 마을이다. 뒤로는 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앞으로는 큰말해변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엄마 품처럼 아늑한 터에 자리 잡은 큰말에는 10가구 남짓한 주민이 산다. 외지 관광객이 몰리는 여름철에는 대부분 이곳에 살지만, 관광객의 발길이 뜸해지는 겨울철에는 서너 가구만 남고 모두 뭍으로 나간다고 한다.

상주인구가 몇 안 되는 이 마을의 주민 사이에서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 갈등이 존재한다.

굴업도 땅의 98% 이상을 사들인 CJ그룹 계열사의 개발 계획을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으로 나뉜 것이다.

그래도 주민 대부분은 낯선 외지인에게도 친절하고 너그러운 편이다. 섬사람 특유의 배타심이나 경계심을 별로 드러내지 않는다.

 

캠핑하려고 굴업도를 찾은 백패커는 십중팔구 개머리언덕으로 향한다. 개머리언덕으로 가려면 마을 앞 큰말해변을 가로질러야 한다.

굴업도에는 큰말해변을 비롯해 목기미해변, 붉은모래해변 등 모래해변 3곳이 있다. 그 가운데 큰말해변이 해수욕이나 캠핑을 즐기기에 가장 좋다. 마을과 가까운 데다, 넓고 단단한 백사장을 따라 울창한 솔숲이 형성돼 있다.

샤워장, 화장실, 급수대 같은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큰말해변에 도착했을 때 마침 썰물 때라면 토끼섬부터 둘러봐야 한다.

소굴업도라고도 부르는 토끼섬은 큰말해변의 동남쪽에 위치한 무인도다.

옛날에 주민들이 토끼를 방목했다는 이 섬은 바닷길이 열리는 썰물 때만 건너갈 수 있다.

 

토끼섬에 가면 해식와라는 독특한 해식지형을 볼 수 있다. 억겁의 세월동안 쉼 없이 밀려든 파도가 해안절벽의 옆구리를 움푹 파놓았다. 그 안쪽에서는 아무리 세찬 비가 퍼부어도 완벽하게 피할 수 있다. 좁고 긴 회랑(回廊) 모양으로 생긴 이 해식와는 길이 120m, 높이 3~5m에 이른다.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형태의 해식지형인 데다 학술적 가치도 높아 2010년 4월 천연기념물 지정을 예고하기도 했지만 옹진군과 일부 주민의 반대로 끝내 무산됐다.

 

1 굴업도 최고 절경으로 손꼽히는 코끼리바위.

2 형형색색의 텐트가 설치된 개머리언덕의 새벽 풍경. 백패커들이 해가 뜨기를 기다리고 있다.

3 설악산 계류처럼 물빛이 깨끗한 큰말해변. 바로 앞에 토끼섬이 떠 있다.

 

 

 

 

 

 

 

 

 

 

 

다양한 동식물 서식 생태계 보고

 

토끼섬을 둘러본 뒤 다시 큰말해변을 가로질러 개머리언덕으로 향한다. 큰말해변의 서쪽 끝에서 가파른 언덕길을 10분쯤 가면 완만한 능선 길에 올라선다. 사방이 탁 트여 있어 바람이 시원하고 전망도 상쾌하다. 방금 지나온 큰말해변과 토끼섬뿐 아니라 덕적도, 문갑도, 각흘도, 백아도 등 덕적군도의 여러 섬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서 500m가량 떨어진 소사나무숲 아래까지 능선은 온통 수크령 군락이다. 볏과의 여러해살이풀인 수크령은 마치 이리 꼬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낭미초(狼尾草)라고도 부른다. 언뜻 보면 강아지풀 같지만, 길쭉한 타원형의 이삭 꽃차례가 강아지풀보다 몇 곱절이나 더 크다. 그런 수크령이 드넓은 초원에 가득한 풍경은 은빛 억새 물결 못지않은 장관을 연출한다.

 

굴업도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가도 삽시간에 짙은 해무가 밀려들곤 한다. 바람에 실린 해무는 굴업도의 광활한 초원과 봉긋한 언덕을 먹구렁이가 담을 넘듯 슬금슬금 넘나든다.

 

먹구렁이는 굴업도의 깃대종(flagship species·특정 지역 생태계를 대표하는 동식물)으로 꼽힐 만한 동물이다. 옛날 사람들이 집안 수호신으로 여겼던 먹구렁이와 구렁이는 현재 환경부에서 멸종위기동물 2급으로 지정, 보호할 만큼 개체 수가 급감했다. 하지만 자연생태계가 잘 보존된 굴업도에는 지금도 먹구렁이가 서식한다.

그렇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은밀한 곳에 서식하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눈에 띄지 않는다.

 

천연기념물 제326호인 검은머리물떼새와 천연기념물 제323-7호인 매, 그리고 왕은점표범나비나 애기뿔소똥구리 같은 희귀 곤충도 굴업도의 주인이다. 소사나무, 팽나무, 이팝나무, 동백나무 등으로 울창한 굴업도의 숲은 2009년 제10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인 생명상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굴업도는 ‘한국의 갈라파고스’ ‘생태계의 보고’ ‘원형의 섬’ 같은 수사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곳이다.

 

개머리언덕으로 가는 길 중간쯤에 위치한 소사나무숲은 가파른 비탈에 형성돼 있다. 너비가 100m도 안 되는 이 숲을 지나면 다시 수크령 군락의 초원길에 들어선다. 한때 목장지대였던 개머리언덕 일대 초원은 이제 백패커의 쉼터이자 사슴들의 삶터가 됐다.

굴업도에는 사슴이 많다. 한때 주민들이 방목했던 꽃사슴이 야생화한 것이다. 이제는 200마리를 헤아릴 정도로 개체 수가 불어난 덕에 굴업도 어디서나 쉽게 눈에 띈다.

 

4 개머리언덕으로 가는 길에서 만난 꽃사슴. 털갈이가 한창인 봄철에 촬영했다.

5 서인수 씨 댁의 푸짐한 백반.

 

 

 

 

 

 

 

 

 

 

 

 

 

 

 

개머리언덕은 사방으로 거침없이 열린 개활지(開豁地)다.

바람은 피할 수 없는 대신, 탁월한 조망을 누릴 수 있다. 눈앞에 펼쳐지는 모든 풍경이 죄다 내 것이다.

황홀한 해넘이와 장엄한 일출, 밤하늘을 수놓은 은하수와 밤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어화(漁火)까지도 온전히 나만의 것으로 누릴 수 있다.

굴업도를 찾는 백패커가 여러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면서까지 이곳에 텐트를 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수많은 캠퍼가 머물렀던 곳인데도, 개머리언덕은 의외로 깨끗한 편이다. 밤새도록 고기 굽고 술 마시며 고성방가를 서슴지 않는 사람도 간혹 있긴 하지만, 백패커는 대부분 개머리언덕의 바람과 풍경을 조용히 즐기다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발길을 되돌린다.

 

굴업도는 개머리언덕에서 하룻밤 캠핑만 즐기고 오기엔 너무 아쉬운 곳이다.

원래 이 섬은 개머리언덕, 큰말해변이 있는 서섬과 연평산, 덕물산, 코끼리바위 등이 있는 동섬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지금은 목기미해변이라는 연륙사빈(連陸沙濱)을 통해 하나로 이어졌다.

 

목기미해변 끝 동섬 초입에는 6·25전쟁 당시 피난민이 정착해 만든 작은 마을이 있었다. 1920년대 초까지만 해도 굴업도에는 민어파시가 열렸다. 당시 파시가 열리면 배 수백 척과 어민, 상인 수천 명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작부와 유흥주점도 많아 관할 부천경찰서에서 일본인 순사를 파견해 치안을 유지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마을이 엄청난 해일에 휩쓸려 폐허로 변했고, 민어 어획량마저 급감하자 더는 파시가 열리지 않았다. 지금은 목기미해변의 긴 백사장을 따라 늘어선 전봇대와 마을 터에 덩그러니 남은 콘크리트 건물의 잔해가 옛 시절의 영화를 말해준다.

 

 

최고의 천연전망대 연평산 정상

 

동섬 연평산(123m)에는 굴업도 최고의 천연전망대가 있다.

그곳에 올라서면 동섬과 서섬을 잇는 목기미해변, 굴업도 최고의 절경으로 손꼽히는 코끼리바위, 굴업도 최고봉인 덕물산(125m)과 붉은해변이 오롯이 시야에 들어온다. 목기미해변에서 연평산 정상까지는 왕복 2시간쯤 걸린다.

연평산에서 내려오는 길에는 코끼리바위를 반드시 봐야 된다. 마치 사람이 조각한 것처럼 코끼리 엉덩이와 뒷다리 부위를 닮았다. 이 바위의 진면목을 제대로 확인하려면 썰물 때에 맞춰서 찾아가는 게 좋다.

 

굴업도는 첫눈에 반할 수밖에 없는 섬이다. 한 번이라도 다녀온 사람이면 누구나 상사병을 앓게 마련이다. 어느 섬에서도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는 자연풍광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섬이 가진 많은 자연풍광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인류 모두의 것이다. 그러므로 굴업도는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 영원히 남아야 한다.

 

 동섬 연평산을 오르는 길에 바라본 붉은해변과 에메랄드빛 바다.

 

여행정보

 

● 숙식

굴업도에는 전 이장인 서인수 씨 댁(032-832-7100), 장할머니민박(032-831-7833) 등 민박집 5~6곳이 있다.

식당은 따로 없다. 민박집에 미리 부탁하면 식사를 차려준다.

숙박료는 주중과 주말 구분 없이 5만 원, 식사비는 백반 7000원 선이다.

 

큰말해변의 샤워장, 화장실, 급수대 같은 편의시설은 결빙기를 제외하고는 언제든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캠핑하려고 굴업도를 찾은 사람은 1인당 1만 원의 쓰레기 수거비를 내야 한다.

 

● 가는 길

 

인천→덕적도 :

케이에스해운(032-887-2705)의 쾌속선인 스마트호와 코리아나호가 평일 2회(09:00, 15:00) 운항하고, 주말과 휴일에는 케이에스해운의 스마트호와 고려고속훼리(1577-2891)의 코리아나호가 3회(08:20, 09:00, 16:00) 왕복 운항한다. 1시간 20분 소요, 2만3750원.

 

덕적도↔굴업도 :

차량 선적이 가능한 철부선인 나래호가 평일에는 하루 1회(11:20), 주말에는 하루 2회(10:20, 13:40) 운항한다. 홀숫날은 오전 11시 20분 덕적도 진리선착장을 출발해 문갑도~굴업도~백아도~울도~지도~문갑도를 거쳐 다시 덕적도로 돌아온다. 짝숫날은 운항 방향이 반대로 바뀐다. 소요시간도 홀숫날에는 약 1시간, 짝숫날에는 약 2시간 걸린다. 요금은 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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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승봉도’에 가면 파도소리도 느긋
인천 옹진군 무인도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인근 승봉도 ‘해안트레킹’은 최고 풍광 자랑

 

1 승봉도 최고 절경으로 꼽히는 남대문바위. 썰물 때 찾아가는 것이 안전하다.

사승봉도는 모래섬이다. 그래서 사도(沙島)라고도 부른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인천 옹진군 자월면 승봉리에 속한 무인도다.

공식적으로 상주하는 주민이 없어 정기 여객선도 다니지 않는다. 집 한 채가 있지만 비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도 캠핑을 즐기기에는 크게 불편하지 않다. 오히려 약간의 불편만 감수하면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무인도 캠핑의 묘미를 즐길 수 있다.

 

사승봉도 캠핑에서 가장 불편한 점은 역시 교통편이다. 먼저 승봉도(승봉리)에 가서 배를 한 번 더 타야 한다.

승봉도와 사승봉도 사이에는 낚싯배가 부정기적으로 운항한다.

이용객이 많은 피서철이나 봄가을 주말과 휴일에는 수시로 운항한다. 그러나 비수기와 평일에는 적잖은 뱃삯을 지불해야 원하는 시간에 맞춰 배를 이용할 수 있다.

 

 

캠핑 위해 약간의 불편 감수는 기본

 

승봉도선착장을 출발한 배는 10여 분 만에 사승봉도에 도착한다.

사승봉도에는 선착장이 따로 없다. 배는 주로 승봉도와 대이작도가 마주 보이는 북쪽 해변에 닿는다.

모래톱에 뱃머리를 걸쳐놓고 사다리만 내리면 그곳이 바로 선착장이다. 하선 과정이 다소 불편하고 불안하지만, 그런 것도 사승봉도 같은 무인도가 아니면 즐길 수 없는 재미 중 하나다.

 

사승봉도는 물때에 따라 섬 넓이가 크게 달라진다. 특히 음력 보름과 그믐 무렵 사이에는 밀물과 썰물 때 넓이 차이가 곱절도 넘는다.

썰물 때는 약 54만2000m2(16만4000평)나 되지만,

밀물 때는 21만1500m2(6만4000평)가량만 육지로 남는다.

33만m2(10만 평)가량의 모래톱과 해변이 바다로 변하는 셈이다.

그러므로 사승봉도에서는 밀물 때도 안전한지 꼼꼼히 확인한 뒤 캠핑 장소를 구축해야 된다.

 

사승봉도 해안은 둘레가 3km쯤 된다.

북쪽 해안은 짧고 동서쪽 해변은 길쭉한 삼각자 모양이다. 북쪽과 서쪽 해안은 모래해변인 반면, 동쪽은 거칠고 경사가 급한 갯바위 해변이다.

캠핑은 북서쪽 모래해변에서만 가능하다. 그중에서도 북쪽 해안의 무성한 풀밭이 캠핑하기에 가장 좋다. 매트를 깔지 않아도 될 만큼 바닥이 푹신한 데다 굵은 장대비도 금세 땅속으로 스며들 만큼 물 빠짐이 좋다. 소금기 하나 없이 깨끗한 암반수가 솟구치는 샘(우물)과 간이화장실도 모두 북쪽 해변에 있다.

 

2 사승봉도에는 선착장이 따로 없다. 배를 대고 사다리를 내린 곳이 바로 선착장이다.

3 승봉도 부두치 해변의 데크 산책로. 마침 썰물 때라 해변 끝 목섬이 승봉도와 연결됐다.

 

사실 사승봉도는 곽재우(58) 씨가 운영하는 사설 캠핑장이다.

사승봉도 전체를 소유한 개인으로부터 땅을 장기임대해 캠핑장과 극기훈련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흔히 ‘사승봉도 이모님’이라 부르는 그는 인심 좋은 캠핑장 주인으로도 유명하다. 우물과 화장실뿐 아니라, 사승봉도 구석구석 그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데가 거의 없다. 파도에 떠밀려오거나 피서객, 야영객, 관광객이 여기저기 버린 쓰레기를 치우는 일만 해도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가로등도 전기도 없는 사승봉도의 밤은 유난히 깊다. 서쪽 해변과 하늘을 붉게 물들였던 노을이 채 스러지기도 전에 땅거미가 내려앉는다. 저녁 9시만 돼도 도시의 자정 무렵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므로 캠핑장비 설치와 저녁식사 준비는 가급적 날이 어둡기 전 끝마치는 것이 좋다.

 

 

낮보다 밤이 훨씬 아름다워

승봉도 남대문바위와 주랑죽공원 사이의 해안절벽 아래 형성된 해식동굴.

 

사승봉도에서는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답다.

인공의 소음은 모두 사라지고 파도소리, 풀벌레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만 천지에 가득하다. 밤하늘에는 은하수가 말 그대로 강처럼 흐르고, 바다 저편에는 어느 민가의 불빛이 아련하다.

 

무인도인 사승봉도에서는 딱히 할 일이 없다. 낚시, 독서, 산책 외에는 할 게 없어도 무료하지 않다. 섬을 벗어나는 그 순간까지는 시간의 제약이나 타인의 간섭을 받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 마음이 절로 느긋해지고 몸도 덩달아 게을러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를 스스로 만끽하는 것이 무인도 캠핑의 매력이다.

 

1박 2일 일정으로 사승봉도 캠핑을 계획했다면, 적어도 한나절은 승봉도에 할애해야 된다. 서해 경기만의 숱한 섬 가운데 승봉도만큼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주는 곳도 흔치 않다.

 

특히 바위해변과 모래해변, 자갈해변이 교대로 반복해서 나타나는 승봉도 해안은 최적의 트레킹코스다. 모래해변이 끝날 즈음 자갈해변이 시작되고, 자갈해변을 지나면 바위해변에 들어서기를 끊임없이 거듭한다. 걷는 내내 풍광 변화가 다채로워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다.

 

승봉도는 사승봉도보다 네 곱절쯤이나 더 큰 섬이다. 그래 봤자 2.2km2(66만5000여 평)에 불과하다. 해안선 길이도 10여km밖에 되지 않는다. 느긋하게 서너 시간만 걸어도 섬 전체를 샅샅이 둘러볼 수 있다.

승봉도 해안트레킹은 원점회귀형 일주코스다. 선착장에서 보건진료소 앞 삼거리까지 약 800m와 촛대바위 구간의 일부만 중복된다.

 

보건진료소 앞 삼거리에서 곧장 직진하면 이일레 해변 입구, 당산 산책로 입구, 부두치 해변, 촛대바위, 삼형제바위, 주랑죽공원, 해식동굴, 남대문바위, 부채바위 등을 두루 거쳐 출발지인 보건진료소 앞으로 되돌아온다.

반대로 왼쪽 길을 선택하면 맨 처음 부채바위를 지나고, 이일레 해변 입구를 마지막으로 경유해 보건진료소 앞으로 되돌아온다. 어느 쪽을 택해도 트레킹코스 길이는 6.5km쯤 된다. 그러므로 어디부터 둘러볼지는 물때를 따져서 결정하면 된다.

특히 승봉도 최고 절경인 남대문바위를 보려면 만조(滿潮) 때는 피해야 한다. 부채바위와 남대문바위 사이 바닷길이 바다에 잠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사승봉도의 북쪽 해변에 자리를 잡은 부자(父子) 캠퍼가 텐트 안에서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남대문바위… 촛대바위… 눈이 호강

 

남대문바위를 뒤로하고 거친 자갈해변을 따라 동쪽으로 400m쯤 걸어가면 작은 해식동굴이 나타난다. 승봉도의 비경 중 하나로 꼽을 만한 동굴이다. 언뜻 멀리서 보면 한 사람이나 들어갈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작은 것 같지만, 실제 동굴 내부는 여남은 명이 앉거나 서 있어도 될 정도로 널찍하다.

 

해식동굴에서 주랑죽공원 앞을 지나 촛대바위로 가는 길에는 울퉁불퉁한 바위해변과 자갈해변, 굵은 모래해변이 잇달아 나타난다. 다양한 형상의 기암괴석과 활처럼 구부러진 해변의 조화가 독특하고도 아름답다. 하지만 마을과 해안도로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사람들 발길은 뜸한 편이다. 그 대신 천연기념물 제326호로 지정된 검은머리물떼새를 비롯해 꼬마물떼새, 제비물떼새 등 바닷새가 곧잘 눈에 띈다.

 

승봉도의 맨 동쪽 해안에 위치한 촛대바위부터는 더는 바닷가를 따라 걷기가 어렵다. 인접한 부두치 해변까지 100여m에 불과한 바위해변 일부가 늘 물에 잠겨 있기 때문이다.

바닷길 대신 잡목과 억새가 무성한 산등성이를 가로지르는 지름길도 있지만, 길 찾기가 쉽지 않은 데다 가시덤불이 많아 초행자에게는 권할 만한 길이 아니다.

 

촛대바위 남쪽의 부두치 해변도 승봉도의 비경 중 하나다. 모래와 자갈, 조개껍데기가 섞인 해변이 넓게 펼쳐져 있다. 해변 끝에는 썰물 때면 승봉도와 하나가 되는 목섬이 있다. 목섬 입구까지만 놓였던 데크 산책로가 최근 200m 이상 연장된 덕에 부두치 해변으로 가는 길이 한결 수월해졌다.

 

부두치 해변에서 승봉도 마을까지는 승봉도 최고봉인 당산(68m) 기슭의 울창한 솔숲을 가로지른다.

바람결에 느껴지는 솔향기가 머릿속까지 맑게 해준다. 길가에는 대표적인 가을꽃인 쑥부쟁이와 수크령이 하늘거린다. 인천 앞바다의 이 작은 섬에도 어느덧 가을빛이 완연하다.

 

 

여행정보

 

● 숙식

캠핑장비가 없어도 사승봉도에서 캠핑을 할 수 있다. 캠핑장 운영자인 ‘사승봉도 이모님’(곽재우 씨· 010-5117-1545)에게 미리 전화하면 텐트를 비롯한 캠핑장비를 저렴하게 대여할 수 있다.

사승봉도에서 캠핑하려면 1인당 1만 원의 입장료(청소비)를 내야 한다. 당일치기 관광객의 입장료는 어른 3000원, 어린이 2000원이다.

 

승봉도에는 일도네펜션(032-831-8941), 바다가 보이는 집(032-762-9688), 승봉도비치펜션(032-831-5588), 승봉마린펜션(032-831-3616), 바다풍경펜션(032-431-4515) 등 펜션과 민박집이 많다. 펜션이나 민박집에 미리 부탁하면 식사를 제공해주기도 하고, 선창식당(032-831-3983), 이일레식당(032-832-1034) 등 상설 음식점이 있어 사시사철 어느 때라도 식사가 가능하다. 메뉴는 백반, 매운탕, 꽃게탕이 주종을 이룬다.

 

● 가는 길

인천↔승봉도 :

자월도, 대·소이작도, 승봉도에 차례로 기항하는 쾌속선 레인보우호(032-887-2891)가 평일 1회, 주말과 휴일 2~3회 왕복 운항한다.

차량 선적이 가능한 대부고속페리5호(032-887-6669)는 매일 1회씩 왕복 운항한다.

여객선 출항시간은 물때와 요일에 따라 달라지므로 미리 확인한 뒤 예매하는 것이 좋다.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쾌속선), 2시간(페리호).

 

대부도↔승봉도 :

안산 대부도의 방아머리선착장(032-886-7813)에서도 차량 선적이 가능한 대부고속훼리2호가 매일 1회 운항한다. 1시간 30분 소요. 사전 확인 및 예약은 필수다.

 

승봉도↔사승봉도 :

승봉도선착장에서 선창호(011-9047-3770)를 비롯한 낚싯배가 부정기적으로 운항한다.

사승봉도와 가장 가까운 대이작도와 소이작도에서도 드나들 수 있다.

사승봉도 캠핑장의 곽재우 씨에게 미리 연락하면 배편도 연결해준다. 뱃삯은 어른 1인당 왕복 1만5000원이 기본이지만, 인원에 따라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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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참 곱다, 방태산 적가리골
휴양림 중 생태환경 가장 잘 보존…인제읍 원대리 자작나무숲도 놓치면 후회
 

 

동화 속 풍경처럼 아름답고 이국적인 원대리 자작나무숲.

 

봄은 소걸음으로 다가오는 반면, 가을은 잰걸음으로 달아난다.

무더위 기세에 눌려 지낸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낙엽 지고 찬바람 분다. 지구온난화로 봄과 가을이 실종됐다는 뉴스를 실감케 하는 날씨다.

바삐 달아나는 가을을 뒤쫓아 강원도 내륙의 첩첩산중으로 향했다. 인제군 인제읍 원대리의 자작나무숲으로 가는 길은 가을빛이 현란했다. 하늘을 찌를 듯 쭉쭉 뻗은 자작나무 잎은 맑은 가을 햇살 아래 현란한 황금빛을 발산한다.

키 큰 자작나무 아래엔 키 작은 옻나무와 생강나무의 붉고 샛노란 단풍이 울긋불긋하다. 길가 풀숲에서 하늘거리는 구절초도 가을 낭만과 운치를 한결 북돋운다.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원대리 산 75-22번지 원대봉(684m) 자락에 들어서 있다.

깊은 산중인데도 찾아가는 길은 비교적 수월하다. 경사가 완만한 산허리를 굽이굽이 돌아가는 임도다. 도중에 삭막한 콘크리트 포장구간도 적지 않지만, 별로 지루하거나 힘들지 않다. 추색(秋色) 완연한 근경(近景)과 시원스러운 전망의 원경(遠景)이 적절하게 반복하는 덕택이다.

 

‘숲의 귀족’ 자작나무 한반도에서 자생

 

초소가 설치된 숲 초입에서 3.5km쯤 떨어진 ‘속삭이는 자작나무숲’에 도착하기까지는 1시간가량 소요된다. 이곳 자작나무숲은 산림청 인제국유림관리소(033-460-8036)가 1974~95년 조성했다.

총 138ha(약 41만 평)의 산비탈에 자작나무 69만 그루가 빼곡하게 들어찼다. 그중 25ha(약 7만5000평)가량이 ‘속삭이는 자작나무숲’이란 이름을 달고 인제군 관내 유치원생의 숲 유치원으로 개방됐다. 지난해부터 각종 언론매체의 보도와 입소문에 힘입어 경향 각지에서 일반 탐방객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오색 단풍에 둘러싸인 이단폭포. 방태산 적가리골의 최고 절경으로 손꼽힌다(왼쪽).

방태산 자연휴양림 제2야영장의 데크를 가득 채운 텐트.

 

 

자작나무는 자작나뭇과의 낙엽성 활엽교목이다. 요즘 우리나라 사람에게 이 나무의 원산지를 물으면 십중팔구 ‘핀란드’라고 대답한다. 핀란드산 자작나무에서 추출한 자일리톨로 만들었다는 어느 껌 제품의 TV 광고(CF) 영향이다. 자작나무는 핀란드처럼 추운 나라에 광범위하게 분포하며, 북위 42도쯤에 위치한 백두산 일대와 개마고원 같은 한반도의 북쪽 지방에도 자생한다. 하지만 남한 지역의 자작나무숲은 대부분 화전정리법이 발효된 1968년 이후 인위적으로 조성됐다.

 

하얀 수피(樹皮)가 독특한 자작나무숲은 ‘숲의 귀족’으로 불린다. 기름기 있는 분가루 같은 것이 껍질 표면에 묻어 있어 하얀색을 띤다. 갈색의 안쪽 껍질은 종이처럼 얇게 벗겨진다. 자작나무는 불에 아주 잘 타는 나무이기도 하다. 불을 붙이면 금세 ‘자작자작’ 소리를 내며 탄다고 해서 자작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 옛날 사람들은 불이 잘 붙는 자작나무 껍질에 불을 붙여 촛불처럼 사용했다. 자작나무는 한자로 ‘樺(화)’ 자를 쓰는데, 간혹 나무 木(목)변을 뺀 ‘華(빛날 화)’ 자를 대신 쓰기도 한다. 그러므로 결혼을 뜻하는 ‘화촉(華燭)을 밝힌다’는 표현과 축의금 봉투에 쓰는 ‘축 화혼(祝華婚)’이라는 말도 한때 자작나무를 촛불 대신 사용한 데서 유래했다.

 

자작나무 껍질은 습기에 매우 강한 성질을 지녔다. 게다가 얇게 벗겨지기 때문에 종이가 없거나 귀하던 시절에는 종이 대용으로 썼다. 경북 경주시 황남동의 천마총에서 출토된 천마도장니(국보 제207호)도 자작나무 껍질에 그린 장식화다. 또한 자작나무 껍질을 태운 숯은 그림 그리는 물감이나 가죽을 염색하는 안료로 썼다. 그래서 옛날에는 그림도구나 물감, 염료 등을 파는 가게를 화피전(樺皮廛)이라 불렀다.

재질이 단단하고 습기에 강한 자작나무는 가구용 목재로 많이 사용된다. 한방에서 백화피(白樺皮)라 부르는 껍질은 이뇨, 진통, 해열 등의 효과가 있어 약재로도 유용하다.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먼발치에서도 확연히 눈에 들어온다. 아득한 옛날부터 우리 민족과 친숙한 나무인데도, 하얀 나무껍질의 자작나무가 줄지어 늘어선 풍광은 매우 이국적이다. 어디선가 숲의 정령이 불쑥 나타날 것만 같다. 그 풍광을 처음 마주한 사람은 하나같이 탄성을 연발한다.

순식간에 수천km 공간을 뛰어넘어 러시아 바이칼호 주변의 광대한 자작나무숲에 들어선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모세혈관처럼 뻗은 골짜기

 

원대리 임도 주변 산비탈에 줄지어 늘어선 자작나무와 낙엽송.

처음에 몹시 들떴던 마음은 자작나무 숲길을 자분자분 걷는 동안 차분해진다. 걸음을 멈춘 채 두 팔을 벌려 심호흡도 하고 자작나무 잎을 스치는 바람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여유가 생긴다.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따라가면 목마른 산짐승들의 쉼터 같은 샘터도 만난다. 자작나무숲의 모든 것이 경이롭고도 아름답다.

오랫동안 잊었던 동심(童心)과 감성이 슬그머니 되살아나는, 마법 같은 숲이다. 동화 속 풍경 같은 이 숲에서 하룻밤쯤 머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하지만 원대리 자작나무숲에서는 취사와 야영이 절대 불가능하다.

 

아쉬운 발길을 방태산 자연휴양림(033-463-8590)으로 돌렸다.

원대리 자작나무숲 입구에서 방태산 자연휴양림까지 거리는 약 32km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깨끗한 하천으로 유명한 내린천 물길과 ‘최후의 원시림’ 진동계곡에서 발원한 방대천 물길을 거슬러 오른다. ‘소 발자국에 괸 물도 먹는다’는 가을이라 내린천과 방대천의 물빛은 한층 맑고 푸르다.

 

인제 방태산(1444m)은 구룡덕봉(1388m)과 함께 인제 기린면과 상남면의 경계를 이루는 고봉이다. 대체로 산봉우리가 높고 숲이 울창한 산은 골짜기가 깊으며 계류도 풍부하다. 방태산도 마찬가지다. 특히 북쪽 기슭에는 적가리골, 대골, 골안골, 지당골 등 크고 작은 골짜기가 마치 인체 모세혈관처럼 뻗어 있다. 그중에서도 적가리골은 방대산 자락에 형성된 여러 골짜기의 맏형 격이다.

적가리골은 항아리 속처럼 생겼다. 구룡덕봉 정상에서 내려다본 적가리골의 지형지세는 마치 동그란 항아리의 속처럼 아늑하고 은밀해 보인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6·25전쟁 직후까지 이곳에 살았던 주민 70여 가구 대부분은 ‘정감록’ 등과 같은 옛 비결의 예언을 믿고 멀리 함경도 등지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한편으로 산줄기는 둥그렇고, 그 안쪽 골짜기는 움푹하게 꺼져 있어 ‘까마득한 옛적에 대형 운석이 떨어진 자리는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단폭포와 숲 체험 탐방코스

 

만추의 낙엽송 숲길. 방태산 자연휴양림의 숲 체험 탐방코스에서 지나는 길이다.

적가리골의 비경은 1997년 방태산 자연휴양림이 개장한 뒤부터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풍광 좋은 적가리골 한복판에 자리 잡은 이 휴양림은 국립자연휴양림 37곳 가운데 숙박시설이 가장 적은 곳이다. 산림문화휴양관 8실과 숲속의집 1실이 전부다. 인위적인 훼손을 최소화해 자연 그대로의 생태와 풍광을 보존하기 위해서다. 그 덕택에 방태산 자연휴양림은 자연풍광이 빼어나게 아름답고 생태환경이 가장 잘 보존된 휴양림으로 손꼽힌다. 휴양림에서의 캠핑을 즐기는 사람 가운데 단풍 고운 가을날 방태산 자연휴양림에서 하룻밤 보내기를 염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불붙는 듯한 단풍숲에서의 하룻밤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

 

제1야영장과 제2야영장 중간쯤에 적가리골 최고의 절경으로 꼽히는 이단폭포가 있다. 높이가 각각 10m, 3m쯤 되는 폭포 두 개에서 비단결 같은 물줄기가 쉼 없이 쏟아져 내린다. 폭포 주변에는 단풍나무를 비롯한 각종 활엽수가 울창하게 둘러쳐 있어 가을날 풍광이 화려하기 그지없다. 제2야영장 위쪽에는 길이가 2.5km쯤 되는 숲 체험 탐방코스가 개설돼 있다. 활엽수림, 조릿대숲, 낙엽송숲, 소나무숲 등 다양한 형태의 인공림과 천연림을 지나는 탐방코스다. 길이 비교적 평탄하고 뚜렷해 어린아이와 함께 둘러보기 좋다. 이 코스만 천천히 걸어봐도 풍광 좋고 울창한 방태산의 진면목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여행정보

 

원대막국수의 막국수와 편육

● 이용 안내

원대리 자작나무숲을 포함한 전국 국유림은 11월 1일 ~ 12월 15일까지 산불방지를 위해 출입이 통제된다.

방태산 자연휴양림을 비롯한 국립자연휴양림의 야영데크와 숙박시설은 사용일 기준으로 6주 전날 오전 9시부터 인터넷(www.huyang.go.kr) 예약이 가능하다.

국립자연휴양림 야영장은 대부분 10월 말까지만 운영한다.

단 삼척 검봉산, 보령 오서산, 단양 황정산, 남해 편백, 서산 용현, 가평 유명산, 서천 희리산, 봉화 청옥산 등의 국립자연휴양림 야영장은 11월 말까지 운영한다.

 

● 숙식

원대리 자작나무숲에서 임도를 따라 1.5km가량 더 들어가면 옛 회동마을에 아이올라펜션(033-463-5334)이 있다. 인적 드문 첩첩산중의 외딴 펜션이지만, 비교적 시설이 괜찮고 음식 솜씨도 좋아 하룻밤 머물기에 안성맞춤이다.

원대리 자작나무숲 근처에 위치한 원대막국수(033-462-1515)는 막국수와 곰취 장아찌에 싸먹는 편육이 맛있는 집이다.

 

방태산 자연휴양림 입구에는 시애틀펜션(033-463-7775), 솔잎향기펜션(033-463-0340), 방태산황토펜션(033-463-5488) 등의 펜션과 민박집이 많다.

방태산 자연휴양림으로 가는 길에 지나는 기린면 현리의 고향집(033-461-7391)은 인근 군부대 장성도 즐겨 찾는 두부요리 전문점이다. 방태산 자연휴양림 인근의 방동막국수(033-461-0419)도 막국수, 편육, 감자전 등을 내놓는 맛집이다.

 

● 가는 길

서울양양고속도로 동홍천나들목(44번 국도, 속초 방면)→인제 남전교를 건너기 직전 원대리 방면으로 우회전→원대리 자작나무숲 입구→원대삼거리(31번 국도, 우회전)→기린면 소재지(현리)→진방삼거리(진동리 방면으로 좌회전)→방태산 자연휴양림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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뿅뿅다리 건너 회룡포 치명적 매력
내성천 350도 굽이치며 최고의 풍광 만들어…순환형 트레킹코스 꼭 체험해 볼만
 

 

회룡포 전망대에서는 내성천 물길에 에워싸인 회룡포마을 전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경북 예천 회룡포마을은 물돌이동이다.

봉화군 물야면의 선달산(1235m) 기슭에서 발원한 내성천 물길이 350도로 굽이치며 회룡포마을을 보듬고 흐른다.

마을은 폭이 60여m에 불과한 조롱목에 매달려 간신히 섬 처지를 면했다.

내성천 물길에 둘러싸인 회룡포마을은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연꽃처럼 아름답다. 같은 물돌이동인 안동 하회마을이나 영주 무섬마을보다 자연풍광이 훨씬 더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5년 문화재청이 명승 제16호로 지정하기도 했다.

 

회룡포마을을 껴안은 내성천은 낙동강 지류 가운데 하나이다. 이 마을을 크게 에돌아 흐르는 내성천은 다시 180도로 방향을 틀어 굽이치다 삼강나루께서 낙동강 본류와 합류한다.

유달리 모래가 많은 내성천 물빛은 깨끗하다. 모래의 탁월한 자정작용 덕택이다. 물길 폭이 매우 넓고 수심도 얕아서 물살은 순한 편이다.

큰물 지는 때만 아니라면 바짓가랑이만 걷어 올려도 웬만한 곳은 걸어서 건널 수 있다. 회룡포마을 주민들도 옛날에는 바짓가랑이를 걷어 올리고 내성천을 건너다녔다고 한다. 그러다 강물이 불어나면 나룻배를 이용하고, 강물이 줄어드는 겨울철에는 외나무다리나 섶다리를 놓아 건너다녔다. 지금은 뿅뿅다리가 회룡포마을과 바깥세상을 이어주는 구실을 한다.

 

 

물 위에 뜬 연꽃 모양

 

회룡포마을과 용포마을 사이 내성천을 가로지르는 제2뿅뿅다리.

회룡포마을의 뿅뿅다리는 길이가 100m쯤 된다.

용궁면사무소에서 근무하는 한 공무원이 제안해 1997년 처음 가설했다. 쇠파이프로 교각을 세운 다음, 건설공사장에서 비계(飛階)를 설치할 때 쓰는 철판을 다리 상판으로 깔았다. 숭숭 뚫린 구멍 사이로 물이 차오르면 퐁퐁 소리가 난다고 해서 처음에는 퐁퐁다리라 불렀다. 그러다 한 언론매체가 뿅뿅다리로 잘못 표기하는 바람에 지금은 본래 이름 대신 뿅뿅다리로 유명하다.

 

내성천 물 위를 가로지르는 뿅뿅다리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조금씩 출렁거린다. 사람의 몸을 들썩거리게 만드는 그 출렁거림이 묘한 재미를 느끼게 한다. 처음에는 섣불리 걸음을 내딛지 못하던 사람도 금세 다리의 율동감에 매료돼 일부러 두어 번쯤 왕복하는 경우도 있다.

 

뿅뿅다리가 없다면 회룡포마을은 절해고도나 다름없다. 그래서 한때는 죄인들의 유배지였고, 전쟁 때는 피난처로 활용되기도 했다. 6·25전쟁 때도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이곳에는 조선 후기 고종 때 예천과 가까운 의성 땅 주민이 처음 들어와 살기 시작했다. 마을 이름도 10여 년 전까지는 의성포라 불렀다. TV 드라마 ‘가을동화’ 촬영지로 유명해지자 의성군에 가서 의성포를 찾는 사람이 종종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예천군에서 마을 이름을 회룡포로 바꿨다.

 

회룡포마을의 총 넓이는 49만m2(약 15만 평)이다. 그중 농경지가 22만m2(6만6500여 평)에 이른다. 현재 여덟 가구가 사는 마을 규모에 비해 농경지는 비교적 넓은 편이다. 옛날에 이 마을은 해마다 어김없이 물난리를 겪어야 했다. 내성천의 하상(河床)이 지금보다 5m 이상 높았기 때문이다. 마을도 원래는 지금 터보다 높은 남쪽 구릉에 자리 잡았다. 1970년대 이후 내성천을 따라 제방이 축조된 뒤로 강물이 범람하지 않게 되자, 주민들이 생활하기에 편리한 지금의 터로 집을 옮겨지었다.

 

 

한두 달 장기 체류자들

 

  회룡포마을에 들어서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아기를 안은 엄마처럼 내성천 물길이 마을을 아늑하게 감싸안은 데다, 강 건너편에 우뚝한 비룡산(240m) 줄기가 병풍처럼 드리워진 덕택이다. 하룻밤쯤 머물며 느긋하게 쉬어가고픈 마음이 절로 꿈틀거린다. 그런 사람들을 위한 캠핑장이 근래 회룡포마을 안에 조성됐다.

 

2012년 여름 개장한 회룡포 오토캠핑장은 회룡포마을의 아름다운 낮과 밤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무엇보다 강둑과 맞닿아 있어 내성천변의 둑길이나 백사장을 거닐기에 좋다. 밤하늘에 보석처럼 빛나는 별을 헤아리기도 좋고, 새벽마다 온 세상을 뽀얗게 뒤덮는 안개에 파묻히는 운치도 맛볼 수 있다. 이 캠핑장의 치명적인 매력에 푹 빠진 나머지 아예 한두 달씩 장기 체류하는 사람들도 있다.

 

회룡포마을 일대에는 순환형 트레킹코스가 여러 개 개설돼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물가를 따라가며 회룡포마을을 한바퀴 도는 올레길(2.6km)도 있고,

회룡포마을과 삼강주막, 원산성까지 두루 섭렵하는 강변길 코스(13.65km)도 있다.

하지만 가장 권할 만한 코스는 회룡포 등산길 2코스다. 회룡포마을에서 뿅뿅다리 2개를 건너 회룡포 전망대까지 올랐다가 다시 출발지로 되돌아오는 환상(環狀) 코스이다. 약 5.1km인 이 코스는 비교적 순탄해서 누구나 쉽게 오르내릴 수 있고, 뿅뿅다리 2개와 전망대 2개, 회룡포마을 등을 두루 거치기 때문에 다채로운 풍광을 섭렵할 수 있다.

 

회룡포 오토캠핑장의 안개 자욱한 새벽 풍경.

 

특히 ‘육지 속 섬’ 회룡포마을이 한눈에 들어오는 회룡포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어디서도 맛보기 어려울 만큼 상쾌하다.

강변 조망대로는 우리나라에서 첫손에 꼽을 만하다.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이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웅장하고도 독특하다. 회룡대에서 완만한 산등성이 길을 따라 1.2km쯤 더 가면 제2전망대인 용포대에 도착한다. 이곳에서도 회룡대 전망대 못지않게 탁월한 전망을 누릴 수 있다. 부용대에서 바라보는 하회마을보다 훨씬 더 장엄하고도 호쾌한 풍광이다.

 

회룡포마을과 인접한 예천 풍양면 삼강리에는 옛 삼강나루가 있다.

강원도 태백 땅에서 발원한 낙동강 본류,

경상도 선달산에서 시작된 내성천,

충청도 죽월산에서 발원한 금천 등 강 3개가 여기서 하나가 된다. 그래서 삼강에서는 ‘한 배 타고 세 물을 건넌다’는 말이 전해온다.

 

그 옛날 낙동강 하류 쪽에서 실려 온 온갖 공물과 화물이 이곳 삼강나루 건너편 문경 백포나루에서 바리 짐으로 다시 묶인 다음, 노새나 수레에 실려 문경새재를 향해 출발했다. 예천 이남의 경상도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 한양에 갈 때도 어김없이 이 나루터를 거쳐야 했다. 그래서 늘 뱃사공, 짐꾼, 견마잡이, 장사꾼, 선비 등으로 북적거리던 삼강나루에는 주막과 색주가가 번성했다고 한다.

삼강나루가 쇠락하기 시작한 것은 일제강점기부터다. 반듯하고 편리한 신작로와 다리를 곳곳에 개설함에 따라 낙동강 물길이 교통로로서의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500m도 넘었다는 백포나루와 삼강나루 사이 강폭은 안동댐 건설 이후 절반 이하로 줄었다.

 

나그네의 발길이 뚝 끊긴 삼강나루에서는 유옥련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작은 주막집을 운영했다. 그러다 1900년경 처음 지었다는 삼강주막마저 마지막 주모였던 유씨 할머니가 2006년 9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뒤 완전히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듬해 예천군에서 슬레이트지붕을 올린 데다 벽체 곳곳까지 갈라 터져 폐가나 다름없던 삼강주막을 옛 모습 그대로 복원했다.

 

 

삼강주막서 막걸리 한잔

 

비룡산 솔숲 사이로 조붓하게 이어지는 등산로.

 오늘날 삼강주막에는 관광객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번듯하게 복원된 주막집 방 안에도 들어가 보고 부엌도 기웃거리면서 마지막 주모의 흔적을 더듬는다.

사방팔방으로 문이 나 있는 독특한 부엌 구조와 벽에 빗금을 새겨 표시한 외상장부 등이 특히 눈길을 끈다.

 

주막집의 요모조모를 살펴보면 문득 해물파전 한 장이나 도토리묵 한 접시에 시원한 막걸리가 생각나게 마련이다.

그래서 주막 옆에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간이주막을 운영한다.

내력 깊은 삼강나루에서 마시는 막걸리 맛이 유난히 혀에 감기면서 오랜 여운으로 남는다.

 

 

 

 

 

 

 

 

여행정보

 

● 회룡포 오토캠핑장 이용 안내

화장실, 급수대 같은 필수시설뿐 아니라 배전반도 설치해놓아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도 캠핑장 이용료는 무료이고, 사전예약도 받지 않는다. 먼저 자리 잡는 사람이 임자이다. 제1뿅뿅다리 부근 제방 안쪽에 조성한 야영장도 이용 가능하다. 야영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주차장이 있다.

 

단골식당의 순댓국과 순대.

● 숙식

회룡포마을 안에는 숙박시설이 없다. 가장 가까운 곳이 회룡교 옆에 위치한 회룡포쉼터(054-655-9143)이다. 용궁면 향석리에는 폐교를 리모델링한 회룡포여울마을(054-655-7120)이 있다. 삼강나루에는 삼강나루터펜션(010-3157-2406), 춘하추동(070-4195-2797) 등의 숙박업소가 있다.

 

용궁면소재지는 단골식당(054-653-6126), 흥부네토종순대(054-653-6220), 박달식당(054-652-0522) 등의 토종순대 전문점이 몰려 있는 순대마을이다.

돼지막창에 선지와 당면을 넣은 용궁순대는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인데,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난다. 토종순대 전문점에서 숯불에 구운 오징어불고기를 함께 내놓는 점도 이채롭다.

 

삼강주막 옆에는 삼강마을부녀회에서 운영하는 주막이 있다. 부침개와 도토리묵, 두부, 막걸리 등의 메뉴가 있다.

 

● 가는 길

중부내륙고속도로 점촌함창 나들목→문경시내(점촌)→34번 국도 예천, 안동 방면→용궁면소재지→924번 지방도(용개로)→회룡길→회룡교→회룡포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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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랑말 느낌 아니까 가슴도 고고싱~
제주 서귀포 조랑말체험공원 잊지 못할 시간…갑마장길·따라비오름 경관 최고

 

가시리 공동목장 안 솔숲에 자리 잡은 캠핑장. 솔숲 위로 한라산이 우뚝하다.

 

오색 단풍이 스러지기도 전 첫눈이 내렸다.

시절은 아직 가을인데 날씨는 이미 겨울에 들어선 지 오래다. 덧없이 흘려보낸 가을의 끝자락이라도 붙잡을 요량으로 제주를 찾았다. 이맘때쯤 제주는 해안지방보다 중산간지대가 아름답다. 바람 한 점에도 너울처럼 일렁이는 은빛 억새밭이 찬란하면서도 장엄하다. 1박 2일 내내 머물렀던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도 억새밭이 장관을 이루는 중산간마을이다.

 

제주시내에서 가시리로 가려면 녹산로를 지나야 한다. 가시리 한복판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녹산로는 제주의 대표적인 드라이브코스 가운데 하나다. 봄이면 샛노란 유채 꽃길로 탈바꿈하고, 가을에는 새하얀 억새 길로 변신한다.

해발 90~570m에 자리 잡은 가시리는 전형적인 중산간마을이다. 크고 작은 오름이 13개나 솟아 있고, 오름과 오름 사이에 광활한 목장지대가 펼쳐진다. 말을 방목하거나 훈련시키기에 최적의 자연조건을 갖춘 셈이다. 그래서 몽골 지배를 받던 고려시대부터 말들을 방목하기 시작했다.

 

임금에게 진상할 말 기른 ‘갑마장’

 

조선시대에는 마을 북쪽 대록산(大鹿山·큰사슴이오름·474m) 주변에 대규모 국영목장인 녹산장(鹿山場)이 들어섰다.

정조 16년(1792)에 편찬한 ‘제주삼읍지’엔 당시 녹산장이 동서로 75리(30km), 남북으로 30리(12km)에 이른다고 기록돼 있다. 녹산장은 ‘갑마(甲馬)’, 즉 임금에게 진상하는 최상급 말을 길러내는 갑마장(甲馬場)이었다.

갑마장은 1895년(고종 32) 공마(貢馬)제도를 폐지한 뒤 차츰 쇠퇴하다가 일제강점기에 가시리 공동목장으로 바뀌었다. 현재 750ha(227만여 평)에 이르는 공동목장 안에 제주 목축의 역사와 문화를 직접 배우고 체험하는 조랑말체험공원이 조성돼 있다.

 

조랑말체험공원 입구에는 높이 7m, 지름 18m 규모의 ‘행기머체’가 있다. ‘머체’는 돌무더기를 뜻하는 제주 방언이다. 머체 위에 ‘행기물’(놋그릇에 담긴 물)이 놓여 있었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엎어진 밥공기 모양의 이 돌무더기에 상록수 수십 그루가 뿌리를 내렸다.

비록 무른 현무암이라 해도 거기에 뿌리를 박고 자라는 나무의 생명력이 참으로 경이롭다. 사실 이 돌무더기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희귀한 크립토돔(cryptodome)이라는 화산쇄설물이다. 땅속 마그마가 지표에 노출돼 굳어진 크립토돔은 ‘지하용암돔’이라고 부른다.

 

1 오름을 형상화한 조랑말박물관의 옥상 전망대와 가시리 풍력발전단지.

 

2 땅속 마그마가 지표에 노출돼 만들어진 행기머체. 조랑말체험공원 입구에 있다.

 

3 가시리 공동목장의 테우리(목동)와 말들을 형상화한 조각작품 ‘테우리의 전설’.

 

 

 

 

 

 

 

 

 

 

 

 

 

 

 

조랑말체험공원에는 조랑말박물관과 승마체험장, 마음(馬音) 카페와 아트숍, 캠핑장과 게스트하우스가 들어서 있다.

그중 조랑말박물관은 우리나라 최초 이립(里立) 박물관이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전시물 내용과 구색은 옹골진 편이다.

600년을 이어온 가시리의 목축 역사 및 문화, 제주마(조랑말)의 독특한 습성 등을 알게 해주는 자료와 전통 마구(馬具)가 가득하다. 현지 작가들이 만들었다는 제주마 조형물도 눈여겨볼 만하다. 둥그렇고 나직한 박물관 건물은 오름을 형상화한 것이다. 오름의 외륜(外輪)에 해당하는 옥상에서는 옛 갑마장 터를 시원스레 조망할 수 있다.

 

조랑말체험공원에는 캠핑장도 있다. 사실 우리 일행에게 가장 매력적인 공간은 캠핑장이었다.

목장 한쪽 솔숲에 조성한 이 캠핑장은 단순하고 소박했다. 바닥에 파쇄석이 깔렸고, 전기 콘센트함을 군데군데 세운 것 말고는 번듯한 편의시설도 없다. 말 방목장 안에 있는 캠핑장답게 바짝 말라 냄새조차 사라진 말똥이 여기저기 뒹군다. 그래도 우리는 당초의 계획을 바꿔 주저 없이 이곳에서 하룻밤 묵기로 결정했다. 뒤로는 한라산이 우뚝하고, 앞으로는 제주 남쪽바다가 아스라이 보이는 중산간지대 목장에서의 캠핑은 상상만으로 가슴 설레는 일이었다.

 

캠핑장은 기대 이상으로 아늑했다. 제주 수호신인 설문대할망 품에 안긴 듯했다.

캠핑장 구역을 몇 걸음만 벗어나도 바람이 거칠게 불어댔지만, 소나무 아래 캠핑사이트에만 들어오면 거짓말처럼 바람 기세가 꺾였다.

캠핑장의 밤은 꿈결처럼 아름다웠다. 휘황한 달빛 속에서도 숱한 별빛이 보석처럼 반짝거렸다.

조랑말박물관 너머 따라비오름(342m)도 달빛 아래에서 육중한 자태를 드러내 보였다.

흐르는 시간이 아쉬워 한동안 밖에서 서성거리다 잠자리에 들었다.

 

 

말똥 뒹굴어도 아늑한 그곳

 

조랑말체험공원 캠핑장의 아름다운 달밤.

가시리에는 20km 길이의 갑마장길이 있다.

제주 올레길 어느 구간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아름답고 운치 좋은 명품 트레킹코스다. 옛날 갑마장이 들어섰던 가시리 일대 목장지대와 초원, 건천(乾川)과 곶자왈, 잣성과 삼나무숲 등을 두루 거쳐 간다. 이 길은 가시리 오름 13개 가운데 8개를 지나가기도 한다.

 

바지런히 6시간가량을 걸어야 완주할 수 있는 갑마장길이 부담스럽다면, 하프코스인 쫄븐갑마장길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쫄븐은 ‘짧은’의 제주 방언이다. 코스 길이와 소요시간이 갑마장길 절반으로 짧아진다.

 

두 길 모두 출발지로 되돌아오는 순환형 트레킹코스다.

어디서 출발하든 상관없지만, 조랑말체험공원에서 캠핑했다면 당연히 그곳에서 출발하는 것이 편리하다. 걷는 방향은 대체로 갑마장길 최고 절경인 따라비오름을 먼저 들르는 쪽으로 선택하게 마련이다. 조랑말체험공원에서는 오른쪽 길이 따라비오름과 가깝다.

 

 

 

 

 

쫄븐갑마장길은 조랑말체험공원 입구에서 곧바로 가시천 일대 곶자왈을 가로지른다.

곶자왈이란 용암이 흘러간 곳에 각종 나무와 넝쿨식물이 마치 원시림처럼 얽힌 숲을 말한다.

쾌청한 대낮인데도 아름드리 상록수로 빼곡한 곶자왈 숲은 여명처럼 어둑하다.

가시천은 평소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이다. 그래도 곳곳에 물웅덩이가 있어 인근 목장 말들의 샘터 구실을 한다.

어둑한 곶자왈 숲길을 벗어나자 짧은 억새밭 길을 지나서 따라비오름 기슭의 삼나무숲에 들어섰다.

 

따라비는 ‘땅의 할아버지’란 뜻의 ‘땅할애비’에서 비롯한 지명이다. 한자로는 지조악(地祖岳)이다.

근처에 솟은 장자오름, 새끼오름, 모지오름의 큰 어른 격이다. 이 오름은 커다란 굼부리(분화구) 3개로 이뤄진 점이 특이하다. 부드럽고 완만한 산등성이로 이어진 굼부리의 전체 둘레는 2633m로, 한라산의 1720m보다 900m 가까이 더 길다. 하지만 비고(比高·실제 등산하는 높이)는 107m에 불과해 별로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대록산 아래 있는 풍력발전단지 내에 형성된 수크령 군락.

 

 

목장과 농경지를 가르는 잣성

 

해발 342m의 따라비오름 정상에 올라서면, 사방에 봉긋봉긋한 오름들과 한라산 정상이 거침없이 시야에 들어온다.

마치 내가 세상의 중심이 된 듯한 감동이 용솟음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이 날아갈 듯 상쾌해진다. 굼부리 안팎은 죄다 억새밭이다. 억새가 끝없이 하늘거리고, 산등성이 위에 선 사람들은 연신 비틀거린다. 세상 모든 바람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것처럼 그 기세가 자못 대단하다.

 

따라비오름 북쪽 초원에는 길게 띠를 이룬 잣성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잣성은 국영목장인 갑마장의 경계를 구분하려고 쌓은 돌담이다.

위쪽 상잣성은 갑마장의 말이 한라산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으려고 쌓았다.

아래쪽 하잣성은 갑마장 말이 농경지에 들어가거나, 주민들이 키우는 소와 말이 갑마장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고 쌓았다. 그리고 하잣성과 상잣성 중간쯤에 위치한 중잣성은 갑마장을 둘로 나눠 농경과 목축을 번갈아 하려고 축조됐다.

오늘날 따라비오름 인근의 잣성은 옛 하잣성의 일부다. 따라비오름을 내려선 쫄븐갑마장길도 이 잣성을 따라 대록산 자락으로 이어진다.

대록산 아래 다목적광장에서는 해마다 4월이면 유채꽃큰잔치가 열린다. 샛노란 유채 꽃이 이 너른 광장과 녹산로 양쪽에 가득 핀 봄날을 기약하며 발길을 재촉했다.

 

따라비오름 기슭에 있는 무덤을 지키는 동자석.

 

 

여행정보

 

● 조랑말체험공원 이용 안내

캠핑장 이용료는 전기 사용료를 포함해 1만5000원으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캠핑장 옆에 간이 샤워시설과 화장실, 급수대 등이 있다. 하지만 추운 겨울철에는 이용하기가 매우 불편하다.

캠핑장이나 게스트하우스 이용객은 조랑말박물관 내 샤워실과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다.

조랑말박물관 입장도 무료다. 현장에서 텐트 대여와 장작 구매가 가능하다.

 

조랑말체험공원은 겨울철(11~3월)에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장한다. 조랑말박물관의 입장료는 어른 2000원. 승마체험료는 기본코스(1.2km) 7000원, 초원승마A(2.5km) 1만2000원, 초원승마B(3.5km) 2만5000원. 문의 및 예약 064-787-0960, www.jejuhorsepark.com.

 

 

● 숙식

조랑말체험공원 내에 몽골 유목민의 이동식 전통가옥인 게르(ger)가 4동 있다. 3동은 게스트하우스, 나머지 1동은 식당이다. 조랑말체험공원에서 5km 거리의 가시리에는 타시텔레(010-4690-1464), 가시리민박(064-787-6199) 등 민박집이 있다.

녹산로 길가에 자리한 블라제리조트(064-787-2588)는 조랑말체험공원에서 가장 가까운 숙박업소다.

 

가시리는 돼지고기와 순댓국이 맛있기로 소문난 마을이다.

원조집으로 알려진 가시식당(064-787-1035),

맛집으로 유명한 나목도식당(064-787-1202)을 비롯해 10여 곳이 성업 중이다.

돼지두루치기, 제주식 순댓국, 순대국수, 돼지갈비 등을 맛볼 수 있는 이곳 식당은 대개 정육점을 겸한 식육식당이다.

조랑말체험공원 안 식당에서도 미리 예약하면 뷔페식으로 차려진 조랑말백반과 흑돼지 바비큐를 맛볼 수 있다.

 

● 가는 길

제주국제공항→동문로→국립제주박물관 사거리(직진)→번영로→대천동 사거리(산굼부리 방면으로 우회전)

→비자림로→제주목장 입구(가시리 방면으로 좌회전)→조랑말체험공원(제주국제공항에서 약 33km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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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 별 헤아리며 모닥불 낭만
영월 보보스캇 캠핑장 누구나 편하게 쉬어갈 수 있는 따뜻한 공간
 

 

서강 물길의 침식작용으로 형성된 선돌.

 

스노캠핑(snow camping)은 캠퍼들의 로망이다.

캠핑장에서 맞는 눈은 특별하다.

엄동설한의 맹추위도 녹일 만큼 따뜻하고, 첫사랑의 추억처럼 달콤하고 낭만적이다.

같은 눈인데도 극심한 교통체증을 감내해야 하고, 녹아서 질척거릴 것부터 염려할 수밖에 없는 도시의 눈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래서 캠핑 마니아는 한겨울에도 주저 없이 자연으로 떠난다. “따뜻한 집 놔두고 왜 사서 고생하느냐”는 비아냥거림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스노캠핑을 기대하며 강원 정선 땅으로 향했다.

동강의 절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는 캠핑장이 우리 목적지였다.

전날에도 적잖은 눈이 내렸던 터라, 영동고속도로 진부IC에서 정선으로 가는 59번 국도는 군데군데 빙판을 이뤘다.

그래도 하얀 설원이 펼쳐질 캠핑장에 대한 기대만으로도 소풍을 앞둔 아이처럼 가슴이 설다.

 

 

산수 조화 절묘한 영월

 

장을 보려고 정선 읍내에 잠깐 들렀다.

다시 출발하기에 앞서 캠핑장 상황을 알아보려고 관리소에 전화를 걸었다.

관리소 직원은 동강변 큰길에서 캠핑장까지 2.5km 되는 진입로 일부가 얼어붙어 미끄러울 것이라고 했다. 네 바퀴에 모두 스노타이어를 장착한 사륜구동형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을 타고 갈 거라고 했더니, “캠핑장에 올라오는 건 어렵지 않겠지만, 내일 내려갈 때까지도 얼음이 녹지 않으면 좀 위험할 것 같은데요”라며 친절하게 조언했다.

 

함께 길을 나선 일행은 모두 다른 캠핑장을 알아보자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눈이 없으면 삭막하고, 눈이 많으면 찾아가는 길이 불편하면서 위험할 수밖에 없는 겨울 여행의 딜레마를 피하지 못한 셈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영월로 발길을 돌렸다.

 

영월군은 경기 포천 다음으로 캠핑장이 많은 지역이다.

특히 수주면 법흥 계곡에는 40여 곳에 이르는 영월 캠핑장의 절반 이상이 몰려 있다.

한겨울에 문을 여는 캠핑장도 적지 않다. 법흥 계곡을 새로운 목적지로 정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목적지가 분명해지니 마음과 시간 여유도 생겼다.

 

곧바로 캠핑장을 찾기엔 이른 시간이라 영월의 대표적 절경인 선돌과 한반도지형(명승 제75호)을 먼저 둘러보기로 했다.

남한강의 양대 줄기인 동강과 서강을 품은 영월 땅은 산수 조화가 참으로 절묘하다.

두 강의 물길과 첩첩 산등성이가 어우러져 만들어낸 절경이 가히 국보급이다.

 

실제로 영월군에 위치한 어라연, 청령포, 선돌, 한반도지형 등 4곳은 국가문화재인 명승(名勝)으로 지정됐다.

그중 가장 쉽게 찾아갈 만한 곳은 영월읍 방절리 서강가에 우뚝한 선돌이다. 70m 높이의 선돌이 마치 신선처럼 초연한 자태로 서 있다고 해서 신선암(神仙岩)으로도 부른다.

31번 국도가 지나는 소나기재 정상의 주차장에서 100m쯤 걸어가면 선돌 전망대에 도착한다. 아득한 절벽 위 전망대에 올라서니 ‘산태극 수태극’을 이루며 굽이치는 서강과 끝없이 뻗은 산줄기가 장쾌하다. 차가운 날씨 속에 한결 투명해진 강물이 그야말로 옥빛이다.

 

소나기재 정상에서 찻길로 약 14km 떨어진 서강 상류엔 한반도지형이 있다.

오늘날 영월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명소이자 영월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소재한 면의 지명조차 영월군 서면에서 한반도면으로 바꿨다.

주차장에서 한반도지형 전망대까지는 1km가량의 조붓한 솔숲길을 가로지른다. 이 숲에는 카르스트(Karst) 지형 중 하나인 돌리네(Doline)가 군데군데 형성됐다. 돌리네는 석회암 지대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지하수에 용식(溶蝕)되면서 깔때기처럼 움푹하게 꺼진 지형이다. 그 형태가 마치 모래밭에 흔한 개미지옥을 닮았다.

 

한반도지형은 영월군 한반도면 옹정리 선암마을에 있다.

억겁의 세월 동안 평창강 물길의 침식과 퇴적작용에 의해 형성된 지형이 실제 한반도 모양과 똑같다.

동고서저(東高西低)의 지형적 특징까지도 아주 비슷하다. 동쪽에 우뚝한 신선바위는 융기 해안인 동해안의 특성을 완벽하게 보여주고, 서쪽과 남쪽의 완만한 모래톱은 갯벌이 넓고 경사가 완만한 침강해안인 서남해안의 특징이 고스란히 표현됐다.

 

백두대간의 높은 산줄기와 울창한 숲, 땅 끝 해남과 포항 호미곶까지도 또렷하다. 게다가 맨 위쪽 시멘트공장은 압록강 너머 만주 땅에 들어선 중국 공장지대를 연상케 한다. 누구 봐도 영락없는 한반도지형이다.

이처럼 특이한 한반도지형은 선암마을 주민인 고(故) 이종만 씨가 1999년 처음 발견했다. 전망대가 세워진 종만봉이란 지명은 그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

 

강원 영월군 주천면 판운리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보보스캇 캠핑장 안에 조성돼 있다.

 

 

한반도지형 꼭 한 번 가볼 만

 

강원 영월군 한반도면 선암마을의 한반도지형. 형태뿐 아니라 지형적 특성도 한반도 모양과 거의 똑같다.

한반도지형에서 함경도 북청쯤 되는 곳엔 소나무와 솔가지를 엮어 만든 섶다리가 놓였다. 지금은 관광용 다리지만, 육지 속 섬이던 시절엔 선암마을 주민과 바깥세상을 이어주던 유일한 통로였다.

지금도 영월군에는 강물이 줄어드는 가을철마다 어김없이 섶다리를 가설하는 곳이 여럿 있다. 특히 주천면 판운리 섶다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섶다리로 손꼽힐 만하다.

내친걸음에 우리는 판운리 섶다리도 잠깐 둘러보기로 했다. 태극 형상으로 굽이치는 평창강에 가로놓인 판운리 섶다리는 여전히 아름답고 튼실했다. 콘크리트다리나 철다리에서는 느낄 수 없는 푹신함과 가벼운 율동감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고스란히 느껴졌다. 100m 가량의 짧은 섶다리를 하릴없는 사람처럼 몇 번이나 왕래했다.

 

섶다리 건너편 미다리마을엔 멋진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 있다. 잎을 모두 떨군 메타세쿼이아는 앙상한 가지만 남았지만, 하늘 높이 곧게 뻗은 위용은 보기 드문 장관이었다.

전남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보다 짧고, 춘천 남이섬의 그 나무들보단 작지만, 현존하는 화석식물 중 하나인 메타세쿼이아 특유의 준수한 자태를 실감하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다.

길이가 150m쯤 되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은 보보스캇 캠핑장이란 사유지 안에 조성됐다. 주인 박인규(77) 씨가 20여 년 전 나무농장을 시작하면서 처음 심은 나무들이 오늘날과 같은 거목으로 자랐다고 한다. 메타세쿼이아뿐 아니라 벚나무, 잣나무, 산수유나무, 홍도화, 향나무, 단풍나무 등을 8000평(2만6446m2)쯤 되는 캠핑장 곳곳에 심어 놓았다. 마치 강변 자연휴양림 같은 캠핑장을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강원 영월군 주천면 판운리 평창강 물길에 놓인 섶다리.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섶다리로 꼽힌다(위). 영월화석 박물관에 전시된 공룡알화석을 관찰하는 엄마와 아이.

 

보보스캇(Bobo’s cot)의 보보(bobo)는 부르주아(bourgeois)와 보헤미안(bohemian)에서 따왔다. 캇(cot)은 작은 집을 뜻하는 코티지(cottage)의 줄임말이다. ‘돈 있는 자나 가난하고 자유로운 예술가나 상관없이 누구나 편하게 쉬어갈 수 있는 작은 집’이라는 뜻에서 그런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법흥 계곡의 어느 캠핑장 대신 보보스캇 캠핑장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했다. 커다란 나무 아래에서 별을 헤아리며 모닥불놀이도 즐기고, 물안개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새벽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과 강변 버드나무 숲길을 산책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여름철엔 이 캠핑장을 휘감고 흐르는 평창강에서 물놀이와 천렵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보다는 녹음 우거진 여름날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풍경이 더 기대된다.

 

 

인근 박물관 탐방 쏠쏠한 재미

 

보보스캇 캠핑장이 있는 영월군은 박물관이 많기로 소문난 고장이다.

인구가 4만여 명에 불과한 작은 군에 박물관이 24개나 산재해 있다.

사진, 민화, 지리, 화석, 곤충, 책 등 테마도 매우 다양하다.

영월군이 지역 내 남아도는 공간을 재활용하고, 관광객의 발길을 끌어모으려고 박물관 유치와 지원에 적극 나선 결과다.

 

보보스캇 캠핑장이 위치한 판운리에도 영월화석박물관(033-375-0088)이 있다. 캠핑장에서 1.3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산책 삼아 다녀올 만하다.

영월화석박물관은 장기근(64) 관장이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수집한 화석을 시대와 지역별로 전시해놓은 사립 박물관이다.

이곳에 소장된 화석 1100여 점 가운데는 영월에서 발견된 삼엽충, 암모나이트 등 화석 320여 점도 포함돼 있다. 5억 년 전 영월 일대가 바다였음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연사 유물이다.

 

살아 있는 화석생물 중 하나인 실러캔스화석, 방금 낳은 듯 생생한 공룡알화석, 대륙이동설을 증명하는 메소사우루스화석 등 세계적으로 희귀한 화석도 적지 않다.

이곳에 있는 화석 가운데 32점은 여러 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했다. 무게가 50kg이 넘는 운석을 비롯해 상당수 화석과 소장품은 관람객이 직접 만져보거나 들어볼 수 있다. 오감(五感)으로 관람하는 현장학습장인 셈이다. 박물관 규모는 작고 소박하지만, 그곳에서의 여운과 감동은 캠핑장의 낭만적인 하룻밤만큼이나 크게 남았다.

 

 

 

◆ 여행정보

 

· 보보스캇 캠핑장 이용안내

보보스캇은 펜션을 겸한 캠핑장이다.

가로세로 7×8m 크기 캠핑사이트가 70여 개에 이른다. 사이트가 널찍한 편이라 독립적이고 여유 있게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캠핑장 사용료는 사이트당 2만5000원이며, 전기사용료 5000원은 별도다. 한 사이트에 작은 알파인용 텐트를 2동 설치해도 사용료는 하나 값만 받는다.

온수가 나오는 샤워장과 개수대가 설치돼 있고, 장작도 판매한다.

겨울철엔 캠핑장 이용객이 많지 않지만, 주말과 휴일에는 가급적 전화로 예약하고 찾아가는 것이 좋다.

문의 및 예약 033-375-1011, www.boboscot.com

 

 

· 숙식

보보스캇펜션에는 황톳집, 통나무집, 돌집, 2층집, 유럽형 목조펜션 등 다양한 형태의 독채형 펜션이 10실 있다.

8평형(약 26m2)부터 25평형(약 83m2)까지 크기도 여러 가지다.

비수기 이용요금은 평당 1만 원 선. 강당, 어린이 풀장, 다용도 운동장, 캠프파이어장 등 부대시설도 두루 갖췄다.

판운리 평창강 주변에는 아뜰리에펜션(033-375-7427), 에피소드펜션(010-6247-1165), 사람과자연펜션(033-375-1027), 강변펜션(033-374-8283) 등 많은 펜션이 성업 중이다.

 

선암마을에서 8km 떨어진 주천면 소재지에는 강원도의 대표 한우 먹거리촌인 영월 다하누촌이 있다.

다하누촌 브랜드를 앞세운 정육점과 음식점 60여 곳에서는 인근 축산농가와 직거래를 통해 도축한 한우를 비교적 저렴한 값에 구매하거나 맛볼 수 있다.

 

이곳에는 풍류관(033-372-8851)을 비롯해 꺼먹돼지(흑돼지) 전문점도 많다. 주천 꺼먹돼지는 옛 토종돼지처럼 비계가 얇고 고소하며 육질이 쫄깃하다.

 

묵은김치를 넣어 부친 메밀부침과 메밀로 만든 ‘꼴두국수’가 맛있는 신일식당(033-372-7743)은 주천을 대표하는 맛집으로 첫손에 꼽힌다.

 

주천면 소재지 외곽에 위치한 주천묵집(033-372-3800)은 소문난 묵밥 전문점이다.

 

· 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제천IC→38번 국도(영월 방면)→연당 교차로(평창, 단양 방면)→연당교→영월 삼거리(우회전, 영월 방면)

→소나기재 정상(선돌)→연당교→들골교→한반도지형 주차장 입구→방울재 삼거리(좌회전, 주천 방면)

→한반도면 소재지→주천 사거리(우회전, 82번 국가지원지방도, 평창 방면)→판운리(섶다리, 보보스캇 캠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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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대 갯내음과 곰솔향기 대~박

태안 안면도 백사장오토캠핑장…

주변엔 한겨울 운치와 낭만 만끽할 곳 널려 있어

 

 

1 서해안 제일의 일몰 감상 포인트로 손꼽히는 꽃지해변과 꽃다리.

 

2013년 계사년 세밑 충남 태안군 안면도를 찾았다.

안면도는 사시사철 언제 찾아도 아름다운 섬이다.

섬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교통이 편리한 데다 펜션, 리조트, 휴양림, 맛집 같은 편의시설이 즐비하다. 자연풍광도 아름다워 오늘날 서해안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로 손꼽힌다.

 

사시사철 관광객 발길이 끊이질 않는 안면도에서는 한겨울에도 각별한 운치와 낭만을 만끽할 수 있다.

특히 광폭하게 몰아치는 파도와 바닷바람, 무시로 흩날리는 눈발, 그리고 아름답다 못해 섬뜩할 만큼 황홀한 해넘이와 저녁노을 등 안면도 겨울바다의 독특한 풍정(風情)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

 

 

태안해변길 중 최고는 5코스 노을길

 

두어 해 전부터는 안면도를 포함한 태안 해안지역에 걷기 여행자의 모습도 눈에 띄게 늘었다.

태안해안국립공원에 속하는 태안군의 서쪽 해안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태안해변길을 개통한 덕택이다.

태안해변길은 두 발로 찬찬히 걸으면서 태안해안국립공원의 아름다운 풍광과 청정무구한 자연을 직접 보고 느끼고 즐기는 친환경 생태길이다.

2011년 4코스 솔모랫길과 5코스 노을길을 처음 선보인 뒤 3년에 걸쳐 총 97km의 트레킹코스 7개를 개통했다.

 

태안해변길의 7개 트레킹코스 가운데 한 구간만 걷는다면, 선택은 단연코 5코스 노을길이다.

무엇보다 태안해안국립공원에서도 최고 풍광을 자랑하는 안면도의 대표 해변을 두루 거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맨 위쪽 백사장해변을 출발해 삼봉, 기지포, 안면, 두여, 밧개, 두에기, 방포 등 해변을 거쳐 종점인 꽃지해변에 도착한다.

여름철에는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겨울철에는 거친 바람을 막아주는 솔숲 구간이 많아 북풍한설에도 별 어려움 없이 걸을 수 있다. 시종 바다를 끼고 걷는 길이라 마음 편하게 트레킹을 즐길 수 있을뿐더러, 해안도로와 가까워 접근성이 탁월하다는 점도 이 코스의 장점이다.

 

2 물 빠진 백사장해변 모래벌판에서 조개잡이에 열중하는 연인들. 3 백사장오토캠핑장의 이국적인 티피텐트와 울긋불긋한 알파인텐트가 서로 잘 어울린다. 4 안면암에서 바라본 부교와 천수만 바다. 바로 앞에 여우섬과 조구널섬이 떠 있다.

 

 

노을길을 걷는 여행자는 십중팔구 백사장항에서 출발한다.

그래야 노을길의 남쪽 종점이자 서해안 제일의 일몰 명소로 유명한 꽃지해변에서 아름다운 해넘이와 낙조를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백사장항은 안면도에 연륙교가 생기기 전부터 안면도의 관문이었다. 지금은 안면도 최대 관광어항으로 손꼽힌다. 특히 꽃게와 대하가 많이 잡히는 철에는 항구 전체가 밤낮 없이 북적거린다.

 

얼마 전에는 백사장항과 바다 건너편 드르니항 사이에 ‘대하랑 꽃게랑’이라고 명명한 해상인도교가 개통했다. 그 덕에 5km가 넘는 먼 길을 에돌아야 했던 두 항구 사이 거리가 이제 250m로 좁혀졌다.

게다가 태안해변길의 4코스 솔모랫길과 5코스 노을길이 이 다리를 통해 곧바로 연결돼 두 코스를 이어서 걷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장바닥처럼 붐비는 백사장항을 벗어나면 곧바로 울창한 곰솔(해송)숲과 탁 트인 바다를 양쪽에 거느린 해변길에 들어선다. 쉼 없이 불어오는 바람 속에 비릿한 갯내음과 청신한 곰솔향기가 뒤섞인 듯하다. 백사장해변을 에워싼 곰솔숲에는 지난여름 문을 연 백사장오토캠핑장이 자리 잡았다. 노을길 구간에 있는 유일한 사계절 전천후 캠핑장이다.

 

솔숲 사이 개활지에는 흔히 ‘인디언텐트’라고 부르는 티피텐트와 이동식 캠핑캐러밴(트레일러)이 구역별로 늘어서 있다. 곰솔이 빼곡한 숲 속에는 소형(4인용) 티피텐트가 군데군데 설치돼 마치 아메리칸인디언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을 통째 옮겨온 듯하다.

소형 티피텐트가 설치된 나무데크에는 애초부터 뿌리를 박고 살아온 곰솔이 원래 모습 그대로 서 있다. 오토캠핑장으로 활용되는 곰솔숲에는 키 작은 가로등이 드문드문 세워진 것 말고는 별다른 인공시설물이 없다. 곰솔숲의 훼손을 최소화하려고 애쓴 흔적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고맙고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바닷물 빠진 곳서 조개잡이 체험

 

해질 무렵 노을길의 백사장오토캠핑장 구간을 지나는 트레커들.

백사장오토캠핑장이 들어선 곰솔숲은 나무의 서식밀도가 높은 편이다. 멀리서 보면 너무 빽빽해 알파인텐트나 설치할 수 있을 법하다. 하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 보면 캠핑캐러밴만한 크기의 대형 리빙셸(거실형)텐트도 거뜬히 들어갈 만큼 나무와 나무 사이 간격이 널찍하다.

 

원래 이 곰솔숲은 바람과 모래와 파도를 막으려고 방풍림, 방사림, 방조림으로 조성됐다. 백사장해변에 아무리 모진 바람이 불어도 이 숲에만 들어서면 거짓말처럼 바람이 잦아든다. 더욱이 바닷가 쪽에 나직한 모래언덕이 형성돼 숲이 한결 아늑한 느낌이다. 고우면서도 단단한 모래가 깔린 땅바닥에는 곰솔잎이 수북해 마치 천연 카펫처럼 푹신하다. 바닷가 캠핑장으로서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백사장오토캠핑장을 비롯한 태안 바닷가 캠핑장에서 최고 체험거리는 조개잡이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모래벌판을 호미로 잠깐만 뒤적거려도 아이 주먹만한 조개가 연이어 나온다. 특히 한밤중에 횃불이나 랜턴을 켜고 물 빠진 갯벌을 샅샅이 훑는 해루질의 결과물이 의외로 풍성하다. 물때와 계절만 잘 맞추면, 미리 준비해간 양동이에 조개뿐 아니라 주꾸미, 낙지, 꽃게 등을 가득 채울 수 있다.

 

캠핑장에서 즐기는 최고 휴식은 이른바 ‘멍 때리기’다. 캠핑용 안락의자에 등을 기댄 채 무상무념(無想無念) 상태로 주변 풍경을 망연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온갖 시름과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듯하다. 백사장오토캠핑장 솔숲에 앉아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니, 어느새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쭉쭉 뻗은 곰솔 사이로 노을 진 바다와 하늘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그 바다를 옆에 끼고 노을길을 걷는 트레커의 모습도 간간이 눈에 들어온다. 애초 계획은 이 캠핑장에 텐트만 쳐놓고 12km에 이르는 노을길 전 구간을 섭렵한 다음, 남쪽 종점인 꽃지해변의 할미·할아비바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해넘이를 감상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운치 좋고 아늑한 데다 바다 풍광까지 아름다운 이 숲을 잠시나마 떠나는 것이 별로 내키지 않았다. 결국 첫날에는 해변을 잠깐 산책하는 일 외에는 숲을 벗어나지 않았다.

이튿날에는 새벽부터 하늘이 끄무레하더니 기상청이 예보한 시간에 정확히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눈이 내린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사람마다 낯꽃이 활짝 피었다. 넋 나간 사람처럼 괜스레 실실 웃는가 하면, 눈 맞은 강아지마냥 캠핑장 이곳저곳을 마구 쏘다니기도 했다. 역시 눈은 동심(童心)을 부르는 마술사임에 틀림없다.

 

눈부신 햇살 아래 은빛으로 일렁이는 장삼포해변을 산책하는 연인들.

 

 

노을길이 끝나는 꽃지해변 남쪽으로 태안해변길이 계속 이어진다.

꽃지해변에서 황포항까지는 6코스인 샛별길(13km), 다시 황포항에서 안면도 맨 남쪽 영목항까지는 7코스인 바람길(16km)이 2013년 여름 개통했다.

꽃지해변 북쪽에 있는 태안해변길이 널리 알려진 해변을 거치는 반면, 샛별길과 바람길은 안면도의 때 묻지 않은 비경 속으로 이어진다. 샛별, 운여, 장삼포, 장곡, 바람아래 등 이름조차 생소한 해변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난다. 주말이나 휴일에도 인적이 뜸해 겨울바다 특유의 쓸쓸함과 호젓함을 만끽할 수 있다.

 

안면도 동쪽 해안에 위치한 안면암도 한 번쯤 들러볼 만하다. 1998년 창건했다는 이 암자는 안면도에서 가장 큰 사찰이다.

암자 앞 천수만 바다에는 ‘여우섬’과 ‘조구널섬’이라는 작은 무인도가 2개 떠 있고, 암자와 두 섬 사이에는 길이가 100m쯤 되는 부교가 설치됐다.

바다에 떠서 출렁거리는 부교를 건너며 약간의 스릴과 긴장감을 맛보려면 밀물 때를 잘 맞춰서 찾아가야 한다. 이곳은 또한 태안군 제일의 일출 명소로 알려져 새해 벽두에는 해돋이를 구경하려는 관광객 발길이 잦다.

 

 

여행정보

 

● 백사장오토캠핑장 이용안내

백사장오토캠핑장 이름은 운영 주체별로 제각각이다.

티피텐트와 캠핑캐러밴, 오토캠핑장(B구역)을 운영하는 씨티레저클럽(041-674-0153·www.citileisureclub.com)에서는 ‘백사장테마빌리지’라 부르고,

백사장오토캠핑장 A구역을 운영하는 업체는 ‘웨스턴백사장오토캠핑장’(010-3537-5956·cafe.naver.com/hk8981)이라 일컫는다.

겨울철에는 화장실, 취사장, 샤워장 같은 편의시설이 두루 잘 갖춰진 백사장테마빌리지만 문을 연다. 예약은 웨스턴백사장오토캠핑장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 숙식

백사장오토캠핑장 내에는 취사도구와 침구를 완벽하게 갖춘 티피텐트와 캠핑캐러밴이 많아서 텐트를 포함한 캠핑장비가 없어도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캠핑장 바로 옆에는 라벤다모텔(041-673-1107)이 있고 근처에는 해심펜션(041-673-7753), 에너벨리펜션(041-673-4900) 같은 펜션이 많다. 태안해변길의 샛별길과 바람길이 지나는 샛별, 장삼포, 장곡 등의 해변에도 전망 좋은 펜션이 몰려 있다.

 

안면읍 소재지인 승언리 초입 길가에 자리 잡은 솔밭가든(041-673-2034)은 꾸들꾸들 말린 우럭, 두부, 대파, 마늘 등 각종 양념과 채소를 쌀뜨물에 넣고 끓인 다음 새우젓으로 간을 맞춘 우럭젓국을 잘하는 집이다.

 

그리고 백사장항 입구에 자리한 안면식당(041-673-7736)은 ‘디웅조개’를 넣고 끓인 조개탕과 조개칼국수의 칼칼하고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안면도자연휴양림에 이웃한 숲속가든(041-673-4465)은 게국지, 꽃게탕, 우럭젓국 등 태안 향토음식이 두루 맛있는 집이다.

 

●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홍성IC→갈산교차로(해미, 안면도 방면 좌회전)→상촌교차로(안면도 방면 좌회전)→서산 A·B지구 방조제→원청사거리(안면도 방면 좌회전, 79번 국도)→안면대교→백사장사거리(우회전)→백사장항→백사장오토캠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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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강 ‘아이스캠핑’은 추워야 제맛
코끝 찡한 혹한기 얼음 트레킹과 겨울 풍광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
양영훈 여행작가 travelmaker@naver.com

 

직탕폭포 아래에 있는 한탄강 모래톱에서 혹한의 겨울밤을 보내다.

 

강원 철원은 ‘남한의 중강진’이다. 겨울 이맘때쯤이면 전국 최저기온을 기록하는 날이 다반사다. 혹한에 익숙한 철원 사람에게 영하 10도는 따뜻한 날씨다. 영하 20도 가까이 수은주가 내려가야 “좀 춥네”라고 말하지만, 그런 강추위조차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사실 철원은 추운 겨울철에 더 매력적인 여행지다. 광활한 철원평야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한탄강이 꽁꽁 얼어붙어야 외지인 발길이 줄을 잇는다. 혹한기 한탄강에 생긴 얼음 트레킹코스를 걷기 위해서다. 단단하게 얼어붙은 한탄강 물길 위 얼음 트레킹코스는 물 위를 걷고 싶다는 사람들의 비현실적인 바람을 현실로 만들어준다.

 

‘한국의 그랜드캐니언’

총길이 136km, 평균 강폭 60m쯤 되는 한탄강은 북녘땅의 평강 황성산에서 발원한다. 평강, 철원, 포천 등 방대한 용암대지 위로 굽이쳐 흐르다 경기 연천에서 임진강에 합류한다. 1억9000만 평(6억2800여만 ㎡)에 이른다는 이 광활한 용암대지는 약 27만 년 전인 신생대 제4기 유동성 풍부한 마그마가 지각의 약한 틈을 통해 흘러나오는 열하분출이 수차례 거듭된 끝에 만들어졌다. 용암대지는 풍화나 침식 속도가 매우 빠르다. 한탄강 거센 물길은 수만 년에 걸쳐 넓고 평평한 용암대지를 깊숙이 침식시키며 ‘凹’(요) 자 모양 협곡을 만들었다.

오늘날 한탄강 물길은 30~40m 깊이로 움푹 팬 협곡 아래로 흐른다. 그래서 먼발치 들녘에서는 강물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강 양쪽 깎아지른 절벽에 올라서야만 물길을 굽어볼 수 있다. 이처럼 지형이 독특한 한탄강을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으로 부르기도 한다. 옛날부터 큰여울, 한여울, 섬내, 대탄(大灘) 등으로도 불린 한탄강(漢灘江)은 ‘한탄강(恨嘆江)’으로 표기되기도 한다. 해방 이후 남북분단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해온 강이기 때문이다. 남과 북의 땅을 모두 적시며 흐르는 데다 6·25전쟁 당시 곳곳에서 격전이 벌어져 강물이 온통 붉은 핏빛으로 물들기도 했다.

한탄강 얼음 트레킹코스는 대개 상류 쪽 직탕폭포에서 시작해 약 5.3km 떨어진 하류 쪽 승일교 아래에서 마무리된다. 얼음 상태가 좋을 때는 승일교에서 1.5km쯤 더 걸어가는 지점에 있는 고석정에서 끝나기도 한다.

한겨울 직탕폭포는 얼음폭포다. 높이 3m, 폭 80m 규모의 폭포가 꽁꽁 얼어붙으면, 물 흐름은 보이지 않고 폭포수 소리만 우렁차게 들린다. 직탕폭포에서 다음 경유지인 태봉대교까지는 약 600m에 불과하다. 지척 거리지만 얼음 위를 걷는 일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두 곳 사이 한탄강 물길은 웬만큼 추운 날이 몇 날 며칠 계속되지 않으면 단단하게 얼지 않는다. 그런 경우에는 강 동쪽 기슭과 위쪽으로 이어지는 우회로를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태봉대교에서 직선으로 약 800m 거리에는 한탄강에서 가장 깊다는 송대소가 있다. 이곳이 한탄강 얼음 트레킹코스의 하이라이트다. 강 양쪽 기슭에 병풍처럼 둘러쳐진 수직절벽은 뜨거운 용암이 물을 만나 급격히 식으면서 형성된 주상절리로 뒤덮였고, 절벽 곳곳에는 크고 작은 얼음폭포가 군데군데 생겨나 독특한 풍광을 자아낸다. 우리나라 어디서도 만나기 어려운 진풍경에 보는 사람마다 탄성을 연발한다.

송대소에서 승일교 아래까지 이어지는 트레킹코스의 풍정은 매우 다채롭다. 단단히 얼어붙은 얼음 위를 걷는 구간이 대부분이지만, 때로는 사각거리는 모래톱을 밟기도 하고, 잠깐 동안은 조붓한 산길을 지나기도 한다. 밧줄을 잡고 올라야 하는 가파른 바윗길 구간도 있다.

 

1 맑고 차가운 한탄강 겨울 밤하늘. 2 한탄강 얼음 트레킹코스 출발지인 직탕폭포. 3 송대소의 주상절리 암벽에 형성된 얼음폭포.

 

얼음 위 텐트 안전이 최우선

얼음길 끝에서 만나는 승일교는 분단 아픔이 깊게 밴 다리다. 철원이 북한에 속했던 6·25전쟁 이전 시작된 승일교 건설공사는 철원이 남한 땅으로 수복된 6·25전쟁 이후에야 끝났다. 그래서 다리 이름을 이승만과 김일성의 이름 가운데 한 자씩 따 ‘승일교’로 붙였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6·25전쟁 당시 큰 전공을 세운 박승일(朴昇日) 대령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고도 하고, ‘김일성을 이기자’는 뜻에서 승일교(勝日橋)라 명명했다는 설도 있다. 아무튼 승일교는 여전히 튼실하지만 이제는 사람만 통행할 수 있다. 자동차는 바로 옆에 새로 놓인 한탄대교를 이용한다.

한탄강은 이른바 ‘아이스캠핑’을 즐기기에도 더없이 좋은 곳이다. 두껍게 얼어붙은 얼음 위에서 즐기는 아이스캠핑은 스노캠핑 못지않게 캠퍼들을 달뜨게 한다. 하지만 아이스캠핑은 어떤 형태의 캠핑보다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아무리 단단한 얼음도 언젠가는 녹거나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100% 확신이 서지 않거나 조금이라도 고민되는 곳에는 절대 텐트를 설치해서는 안 된다.

안전한 캠핑을 즐기기에는 얼음 위보다 물가 모래톱이 더 적당하다. 게릴라성 집중호우로 물난리가 우려되는 여름철과 달리, 겨울철 강변 모래톱은 그 어느 곳보다 안전하고 편안한 캠핑사이트다. 하지만 민가나 마을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곳은 피하는 게 좋다. 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받기 어려울뿐더러, 화장실이나 급수시설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들을 두루 감안하면, 겨울철 한탄강은 직탕폭포, 송대소, 승일교, 고석정 근처 강변에 형성된 모래톱이 추천할 만한 캠핑사이트다.

겨울철 철원여행에서는 이른바 안보관광을 겸한 탐조여행을 빼놓을 수 없다. 맛 좋기로 소문난 오대쌀의 고향인 철원평야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겨울철새 도래지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철원평야의 절반 이상은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안에 위치한다. 정해진 절차를 밟아 민통선 안에 들어가면, 철새를 관찰하는 일이 별로 어렵지 않다. 비무장지대(DMZ)와 민통선 안팎 철원평야에서 겨울을 나는 철새 수가 워낙 많은 데다 비교적 몸집이 큰 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2호), 재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3호), 독수리(천연기념물 제243-1호), 큰기러기가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DMZ 안 철원평야에는 옛 태봉국 도성이 있었지만, 이제 풀과 잡목만 무성한 그곳에서 태봉국 흔적을 찾기는 어렵다. 다만 남과 북을 가르는 철책만 견고히 설치돼 있다. 철원군 동송읍 중강리 민통선 내 철원평화전망대에 올라서면 옛 태봉국 도성터가 한눈에 들어온다. 지금은 북녘땅이 된 평강고원과 6·25전쟁 당시 뺏고 빼앗기는 공방전이 수없이 되풀이됐던 백마고지, 김일성고지(고암산), 피의 능선, 아이스크림고지도 모두 가시권에 든다.

 

민통선 탐조·안보여행

 

옛 경원선 간이역이던 월정리역사.

 

철원평화전망대에서 직선거리로 2km쯤 떨어진 서쪽에는 옛 월정리역과 철원두루미관이 있다. 경원선 철로가 지나던 월정리역의 녹슨 철로에는 6·25전쟁 당시 유엔군 폭격에 부서진 인민군 화물열차 잔해가 남아 있다. 바로 옆에는 철의삼각지전망대 건물로 지어졌다가 지금은 철원두루미관으로 탈바꿈한 3층 콘크리트 건물이 우뚝하다. 두 곳까지 모두 둘러보면 탐조를 겸한 민통선 안보여행은 얼추 마무리된다.

이제 옛 조선노동당사 옆에 있는 제5통제소를 통해 민통선 밖으로 나가는 일만 남았다. 월정리역과 제5통제소 사이 도로변에는 일제강점기 서울 중심가 일부를 옮겨온 것처럼 번화했다는 옛 철원읍 시가지 흔적이 남아 있다. 제2금융조합, 농산물검사소, 얼음창고 등의 건물 잔해는 문화재청이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제5통제소 근처 87번 국도변에는 옛 조선노동당사 건물이 덩그러니 서 있다. 해방 직후부터 6·25전쟁 때까지 조선노동당의 철원 군당(郡黨)이 자리했던 러시아식 건물이다. 건립 당시 조선노동당은 리(里)당 쌀 200가마씩을 성금으로 거뒀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날 이 건물 내벽은 거의 다 무너졌고, 6·25전쟁 당시 쏟아진 포탄과 총탄 자국으로 성한 데가 별로 없다. 게다가 외벽마저 칙칙해 흉가처럼 스산한 느낌이 든다. 전쟁 상흔으로 얼룩진 이 잔해를 보노라면, 아직도 끝나지 않은 분단의 아픔이 새삼 가슴을 무겁게 한다.

 

여행정보

● 탐조를 겸한 안보여행 안내

통행이 자유로운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밖 철원평야에서도 재두루미, 두루미, 쇠기러기 같은 겨울철새를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다. 하지만 대규모 철새 떼를 관찰하려면, 고석정관광지 안에 자리한 철의삼각전적지 관광사업소(033-450-5558)에서 정식 절차를 밟고 민통선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민통선 안에서의 탐조를 겸한 안보여행은 주중에는 개인 승용차도 이용할 수 있지만, 주말이나 휴일에는 고석정주차장에서 출발하는 관광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어떤 교통편을 이용하든 안내자나 해설사가 동승한다.

 

● 숙식

 

어랑손만두국의 이북식 만둣국.

 

직탕폭포와 고석정 사이 한탄강 물길 양쪽에는 모닝캄빌리지(010-2477-2005), 썬베네스트(033-452-5673), 금비펜션(033-455-4400), 디퍼펜션(033-455-7273) 등 펜션이 즐비하다. 고석정관광지 안에 위치한 한탄리버스파호텔(033-455-1234)에서는 온천욕도 즐길 수 있다.

직탕폭포 옆에 위치한 직탕가든(033-455-6560)과 폭포가든(033-455-3546)은 민물고기매운탕을 잘하는 집으로 소문났다. 고석정주차장 앞 어랑손만두국(033-455-0171)은 크고 두툼한 이북식 손만두가 맛있는 집이다. 그 밖에 한우를 싸고 푸짐하게 맛볼 수 있는 민통선한우촌(033-452-6645)과 60여 년 전통의 막국수전문점 철원막국수(033-452-2589)도 철원의 대표적인 맛집으로 손꼽힌다.

 

● 가는 길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의정부IC→의정부 장암주공삼거리(우회전)→축석검문소삼거리(우회전, 43번 국도 포천 방면)→신철원 군탄사거리(좌회전, 고석정 방면)→한탄대교→고석정 입구

 

 

꽃보다 눈부신 ‘눈꽃세상’
백두대간 선자령 트레킹과 스노캠핑 환상…두고두고 남을 설경에 한겨울 느낌표
양영훈 여행작가 travelmaker@naver.com

 

옛 대관령휴게소와 대관령 국사성황당 사이 왕복 2차선 아스팔트도로가 근사한 눈길로 탈바꿈했다.

 

2018년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강원 평창은 ‘겨울왕국’이다. 겨울 내내 눈부시게 아름다운 은세계를 이룬다. 평균 해발고도가 700m에 달하는 데다 백두대간에 가로막힌 눈구름이 무시로 큰 눈을 뿌려대는 덕택이다. 특히 대관령면은 눈 많은 평창군에서도 적설량이 으뜸이다. 발길 닿는 곳곳마다 눈길이고, 눈길 닿는 데마다 그림 같은 설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2월 초 큰 눈으로 영동 지역이 피해를 입어 안타깝긴 하지만 레저와 스포츠 차원에서 생각하면 축복받은 지역인 것이다.

 

눈을 보려고 모여든 사람들

올겨울 눈이 가장 많이 내린 날 눈꽃 트레킹을 겸한 스노캠핑을 하려고 선자령(1157m)을 찾았다. 대관령과 영동 지역 일대에는 이미 나흘째 대설경보가 발효 중이었다. 휴일 아침인데도 강릉 방면 영동고속도로는 의외로 한산했다. 버스는 동서울종합터미널을 출발한 지 3시간 만에 대관령면 횡계리에 도착했다. 다시 택시를 타고 대관령휴게소로 향했다. 하지만 옛 대관령휴게소에서 1km쯤 떨어진 곳에서 택시는 더는 앞으로 나아가질 못했다. 휴게소 근처 도로는 이른 아침부터 몰려든 관광버스와 자가용으로 이미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해 있었다. 며칠째 발효 중인 대설경보가 사람들 발길을 막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눈다운 눈을 갈망하던 사람들을 불러 모은 것이다.

백두대간 산등성이에 위치한 선자령은 대관령 정상에서 직선거리로 4.2km, 능선길로는 5km쯤 떨어졌다. 두루뭉술한 산봉우리 몇 개와 구릉처럼 완만한 능선길이 대관령과 선자령을 이어준다. 두 곳 사이 표고 차는 325m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대관령과 선자령을 오가는 일은 등산이 아니라 트레킹이다. 눈 많은 겨울철에도 악천후에 대비한 장비와 복장만 제대로 갖추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섭렵할 수 있는 트레킹코스다.

 

잠시 구름이 걷히자 맞은편 산등성이 위에 있는 풍력발전기가 위용을 드러냈다(왼쪽). 1m 넘게 쌓인 눈을 헤치고 선자령 정상에 올라선 트레커들.

 

대관령에서 선자령으로 가는 길은 두 갈래다. 원래는 백두대간 능선길 하나뿐이었으나 네댓 해 전쯤 산림청에서 계곡코스를 개설했다. 능선길은 조망이 상쾌하고 웅장한 느낌을 주지만, 전체적인 풍광은 단조로운 편이다. 반면 잣나무, 낙엽송, 물푸레나무, 참나무, 전나무, 속새, 조릿대 등이 번갈아 군락을 이루는 계곡코스는 다양한 풍경과 정취를 자랑한다. 그러나 능선길처럼 상쾌한 조망이나 웅장한 멋은 느낄 수 없다. 그러므로 선자령 눈꽃 트레킹은 올라가는 길과 내려오는 길을 달리해 두 코스를 모두 섭렵하는 것이 최적의 조합이다. 대관령에서 선자령 정상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이 순환 트레킹코스의 총길이는 10.8km. 평소 4~5시간쯤 소요되지만, 적설기에는 그보다 2시간 정도 더 걸린다고 예상해야 한다.

선자령 트레킹 출발지인 옛 대관령휴게소에서부터 기나긴 행렬이 시작됐다. 사람들의 숱한 발길로 다져진 눈길은 두 사람이 어깨를 부딪치며 간신히 비껴갈 정도로 비좁았다. 다져진 길바닥만 벗어나면 눈이 허리까지 차올랐다. 25kg이 넘는 배낭보다 끊임없는 사람 행렬이 발목을 잡았다. 그래도 며칠 동안 이어진 폭설이 만들어낸 설경은 이 길에 올라선 사람의 마음을 시종 달뜨게 했다. 마주치는 사람마다 희색이 만면했다. 비좁은 길에서 비닐봉지로 눈썰매를 타거나 눈싸움하는 철부지 어른도 이따금씩 눈에 띄었다.

눈은 온종일 쉬지 않고 내렸다. 다행히 눈발과 바람이 순해 걷기는 수월했다. 하지만 시야는 내내 답답했다. 백두대간 산등성이가 온통 구름으로 뒤덮인 탓에 가시거리는 100~200m에 불과했다. 선자령 일대에 늘어선 거대한 풍력발전기 수십 기조차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선자령 정상 근처 눈밭에 구축한 캠핑사이트. 다행히도 바람이 거세지 않아 편안한 밤을 보냈다.

 

눈 속에서 보낸 아늑한 하룻밤

옛 대관령휴게소를 출발한 지 3시간 20분 만에 선자령 정상에 도착했다. 짙은 안개 속으로 대형 표지석만 우뚝했다. 날이 어두워지기까지 3시간쯤 남았지만, 여유 있게 텐트를 설치하기로 동료들과 의견을 모았다. 정상 주변 산등성이에는 이미 전날 밤 캠핑사이트로 활용했던 자리가 곳곳에 남아 있었다. 1m 이상 쌓인 눈을 깊게 파고 만든 자리라 아늑하게 하룻밤을 보낼 수 있을 듯했다. 선자령에서의 겨울밤은 의외로 아늑했다. 밤새도록 내린 눈이 무겁지 않은 마른눈인 데다 바람까지 잔잔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자다가 두어 번쯤 일어나 텐트 위와 주변에 수북이 쌓인 눈을 치워야 했다.

대설경보가 닷새째 발효 중이던 다음 날 아침 일어나 보니 텐트가 반쯤 눈에 묻혀 있었다. 서둘러 눈을 치운 뒤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마쳤다. 눈발은 전날보다 더 커졌고, 어제 지나온 길은 흔적조차 찾기 어려웠다. 다른 사람들이 선자령 정상에 올라올 때까지 하산하지 말고 기다리기로 했다. 정오쯤 되자 폭설 속에서 이른 아침부터 길을 나섰다는 어느 산악회 회원들이 하나 둘씩 선자령 정상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산에서 만난 단체 등산객이 이처럼 반갑기는 처음이었다. 그들이 눈길을 잘 닦아놓은 덕에 폭설 속 선자령 ‘스노캠핑’을 안전하고 유쾌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선자령을 오가는 길에 대관령 국사성황당에도 일부러 들러볼 만하다. 한겨울 국사성황당 주변은 칼날처럼 섬뜩한 적막감이 느껴진다. 뚝 끊긴 무악(巫樂) 대신 산새들의 지저귐과 눈을 이기지 못한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만 간간이 들린다. 너무 번듯해 별로 연륜이 느껴지지 않던 국사성황당과 산신당 건물조차 두텁게 쌓인 눈 덕에 예스러운 멋과 범치 못할 신령스러움이 묻어난다. 더구나 오랜 세월 국사성황당과 산신당을 호위해온 고목들의 가지마다 피어난 눈꽃은 춘삼월 봄꽃보다 더 화사하고 눈부시다.

선자령 트레킹의 출발지인 옛 대관령휴게소(상행선) 뒤편에는 대관령양떼목장(033-335-1966)이 있다. 드넓은 초원에서 양 수십 마리가 한가롭게 풀을 뜯는 진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초원이 설원으로 탈바꿈하는 겨울철에는 방목된 양떼를 구경할 수 없다. 그 대신 축사와 작은 마당에 모여 있는 양들에게 건초를 주는 체험은 가능하다. 목장 주변 낙엽송숲에 핀 눈꽃도 눈부시게 아름답다.

 

오대산 월정사 빼놓지 말 것

 

겨울철 횡계리 일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황태덕장.

 

대관령이 있는 횡계리 일대에는 황태덕장이 즐비하다. 명태 수천, 수만 마리가 대롱대롱 매달린 황태덕장 풍경은 겨울철 스산함과 매서운 추위를 잊게 만들 정도로 서정적이다. 혹한과 눈보라 속에서 얼고 녹기를 되풀이한 명태는 맛있고 때깔 좋은 황태로 거듭난다.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설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오대산(국립공원관리소 033-332-6417)도 들러봄직하다. 명산 오대산의 설경은 한 폭의 수묵화처럼 담백하면서도 수려하다. 특히 눈 내린 날 월정사 전나무숲 풍경은 가히 환상적이다. 하늘을 찌를 듯 우뚝한 전나무 가지는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축축 늘어지고, 바람이 가지를 흔들 때마다 안개 같은 눈보라가 흩날리면서 숲의 정적을 깨우곤 한다. 눈길로 바뀐 전나무숲을 지나 월정사 경내에 들어서면 눈에 묻혀 인적조차 드문 산사가 시야를 가득 채운다. 말없이 걷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고요해지는 풍경이 연이어 눈앞에 나타난다.

 

여행정보

● 선자령 트레킹과 캠핑 즐기기

 

선자령 트레킹코스가 이미 ‘국민 트레킹코스’로 자리 잡았어도 아무 때나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적설량이 많은 2월 1일~3월 2일을 제외한 봄철 산불조심기간(2월 1일~5월 15일)에는 원칙적으로 출입이 통제된다. 문의 평창국유림관리소(033-330-4010).

적설기 트레킹에는 아이젠, 스패츠, 등산 스틱, 방한모, 방한장갑, 윈드재킷, 다운재킷, 칼로리 높은 행동식(초콜릿, 양갱, 도넛 등), 뜨거운 물 등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 트레킹 소요시간도 평소보다 1.5배 이상 여유 있게 잡는 것이 안전하다.

산불조심기간이 아니면 선자령 일대에서 캠핑할 수 있다. 바람이 거센 날에는 절대로 산등성이에 텐트를 설치해서는 안 된다. 산등성이 서쪽 비탈과 임도에 바람을 피하기 좋은 평지가 많다. 눈이 계속 내릴 때는 텐트에 쌓인 눈을 수시로 털어야 한다. 특히 무거운 습설을 그대로 방치하면 폴대가 부러지거나 텐트가 찢어질 수 있다. 눈삽과 핫팩은 ‘스노캠핑’에서 필수 아이템이다.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휴대전화 배터리도 여유 있게 준비한다.

 

● 숙식

 

황태회관의 황태찜과 황태구이.

 

대관령 아래 옛 영동고속도로(지방도 제456호선) 주변에는 대관령800마을(033-332-1010), 대관령옛길펜션(033-336-3622), 구름위의테라스(033-333-7733), 용평레포빌(033-332-1010) 같은 펜션이 즐비하다.

황태 본고장인 횡계리에는 황태회관(033-335-5795), 황태덕장(033-335-5942) 등 황태요리 전문점이 많다. 횡계리의 또 다른 별미인 오삼(오징어+삼겹살)불고기는 납작식당(033-335-5477)이 맛있고, 남경식당(033-335-5891)은 꿩만둣국을 잘한다. 평창한우마을 대관령점(033-335-5942)에서는 육즙이 풍부하고 육질이 부드러운 대관령한우를 비교적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그 밖에 횡계리에서 월정사로 가는 도중에 지나는 대관령면 유천리의 유천막국수(033-332-6423)는 꿩만둣국, 돼지편육, 막국수를 잘하기로 소문난 집이다.

 

●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횡계IC→옛 영동고속도로(지방도 제456호선)→옛 대관령휴게소(상행·무료 주차 가능)

 

 

 

 

스치는 바람이 들려주는 歷史의 함성
강화도 마니산 함허동천야영장…전망대 풍광 최고, 주변엔 역사유적 즐비
양영훈 여행작가 travelmaker@naver.com

 

함허동천야영장의 제4야영장. 마니산 중턱 낙엽송숲 아래에 자리 잡았다.

 

강화도 남쪽 해안 가까이에 마니산(摩尼山)이 있다. 지리적으로는 한반도 중심 위도에 위치한다. 백두산과 한라산의 딱 중간쯤에 자리 잡았다. 그래서 아득한 옛날부터 민족 정기가 가득한 성산(聖山)으로 여겼다. 산정에는 단군왕검이 하늘에 제사를 올리던 참성단(塹星壇)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매년 개최하는 전국체육대회의 성화도 대부분 이곳에서 채화(採火)한다.

마니산은 해발 472m의 나지막한 산이다. 그런데도 바닷가에 자리해 실제보다 훨씬 높아 보인다. 정상은 일망무제의 천연 전망대다. 거침없이 사방으로 펼쳐진 풍광이 가슴을 뻥 뚫리게 한다. 시선을 남쪽으로 돌리면 맨 먼저 저어새 번식지이자 세계 5대 갯벌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강화 갯벌 및 저어새 번식지(천연기념물 제419호)가 눈에 들어온다. 썰물 때는 바다보다 갯벌이 더 넓어 보인다. 강화 갯벌 및 저어새 번식지의 총넓이는 435km2(1억3158만 평)에 이른다. 단일 문화재 지정구역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다.

강화 갯벌 남쪽으로는 장봉도, 시도, 신도, 모도 등 여러 섬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북쪽으로는 강화도의 너른 들녘과 숱한 산봉우리가 죄다 시야에 들어온다. 강화도 북쪽 한강 하구 너머로는 북녘땅 개성의 송악산이 아스라하다. 마니산 인근을 비롯해 오늘날 강화도의 넓은 들녘은 고려시대부터 꾸준히 이어져온 간척공사의 산물이다. 원래 마니산도 조선 중기까지는 ‘고가도’라는 섬의 한복판에 솟아 있었다. 그러다가 고가도와 선두포, 가릉포 사이 제방을 통해 강화도 일부가 됐다.

마니산 동쪽 기슭에는 함허동천(涵虛洞天)이 있다. ‘함허’는 조선 초기 승려인 기화선사의 당호(堂號)다. 정수사를 중수한 기화선사가 이곳에서 수도했다고 한다. ‘동천’은 산자락과 물길에 둘러싸여 풍광이 빼어난 곳을 가리킨다. 도교에서는 신선이 사는 별천지를 뜻한다. 명산 지리산에는 화개동천이 있고, 서울 북악산에도 백석동천이 있다. 산 높고 골 깊은 화개동천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함허동천도 강화도에서는 풍광 좋기로 첫손에 꼽히는 계곡이다.

 

베이글에 아메리카노 커피를 곁들인 아침식사 준비. 함허당 기화선사가 중수했다는 정수사 대웅보전의 꽃살문. 사찰 같은 외양을 갖춘 대한성공회 강화성당의 옛 건물(왼쪽부터).

 

4구역에 캠핑 데크만 120개

함허동천에는 강화군시설관리공단이 운영하는 야영장이 있다. 1988년 7월 처음 문을 연 야영장인데도 시설이 낙후하거나 규모가 옹색하지 않다. 총 41만9835㎡(12만7000평) 넓은 대지에 들어선 야영장은 모두 4개 구역으로 나뉜다. 캠핑 데크만 해도 120개에 이른다. 진입로 바로 옆에 줄지어 늘어선 데크가 있고, 산중턱 호젓한 숲에 외따로 놓인 데크도 있다.

주변 환경과 분위기가 많이 달라 자기 개성과 취향에 따라 캠핑을 즐길 수 있다. 크고 무거운 장비가 많은 오토캠핑족은 주차장에서 가까운 제1야영장을 주로 찾는다. 반면 배낭 하나에 모든 장비를 챙겨 넣은 백패커는 대체로 맨 위쪽 제3, 4야영장에 자리 잡는다.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은빛으로 일렁이는 바다와 영종대교의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함허동천야영장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우리나라 인구의 50% 이상이 집중된 수도권 지역에 위치한다는 점이다. 약 56km쯤 떨어진 서울시청을 기준으로 하면 1시간 30분 내외에 도착할 수 있다. 숲이 울창하고 풍광 좋은 마니산 기슭에 자리 잡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이곳을 찾은 캠퍼에게 마니산 등산은 필수 코스다. 야영장에서 1시간쯤만 오르면 기대 이상의 풍광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른 새벽에는 해돋이가 장려하고, 늦은 오후에는 해넘이와 저녁노을이 황홀하다. 한낮에는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는 바다와 광활한 강화 갯벌을 발아래 굽어볼 수도 있다.

 

마니산 산등성이에서 바라본 해돋이. 인천 계양산 위로 붉은 태양이 막 솟아올랐다.

 

함허동천야영장은 단점도 두드러지는 곳이다. 무엇보다 단체 행락객이 많다는 점이 아쉽다. 야영장 내 족구장, 농구장, 다목적광장, 놀이마당에서는 산악회나 친목모임 등 시끌벅적한 행사가 주말과 휴일마다 끊이지 않는다. 마니산을 오르내리는 등산객의 발길도 줄을 잇는다. 캠핑의 멋과 낭만을 느긋하고 여유 롭게 즐기려면 주말과 휴일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함허동천 주변에는 한 번쯤 들러볼 만한 명소가 많다. 가장 가까운 곳은 천년고찰 정수사다. 산등성이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함허동천야영장과 이웃한 이 고찰은 신라 선덕여왕 때인 639년 회정선사가 창건했고, 조선 세종 8년(1426)에 기화선사가 중수했다고 전해진다. 사찰 규모가 작고 건물도 몇 채 없지만, 바다 전망이 시원스러운 데다 산사다운 고즈넉함도 살아 있다. 대웅보전(보물 제161호)의 꽃살문도 인상적이다. 갖가지 화초가 정교하게 조각된 꽃살문으로 정수사는 엄동설한에도 꽃이 피는 봄날처럼 화사하다.

 

갯벌…해안도로…전등사

 

정수사 입구를 지나 서쪽으로 조금만 달리면 금세 화도면 동막해변에 당도한다. 이곳에서 화도면 장화리 장곶돈대까지 11km쯤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일몰과 낙조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드라이브코스다. 해 질 무렵이면 붉게 노을 진 바다가 영화 속 풍경처럼 차창 밖에 펼쳐진다.

이 해안도로가 지나는 화도면 여차리에는 강화갯벌센터(032-937-5057)가 있다. 강화 갯벌의 생태와 기능, 가치와 역사를 상세히 보여주는 자료들이 전시된 곳이다. 갯벌생물을 관찰하는 데크와 철새 탐조대도 설치돼 있고, 체험프로그램도 다양해 자녀들의 생태학습장으로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2014년 3월 5일 현재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확산을 막으려고 임시 폐쇄한 상태이므로 개관 여부를 미리 확인한 뒤 찾아가는 게 좋다.

강화도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서 깊은 고찰인 전등사도 함허동천야영장에서 약 5km 거리에 있다. 고구려 소수림왕 2년(372)에 아도화상이 신라에 불교를 전파하기에 앞서 지금 전등사 터에 진종사라는 절을 세웠다고 한다. 고려시대에는 왕실 가궁궐(假宮闕)이 들어섰고, 조선시대에는 ‘왕조실록’과 왕실 족보를 보관하는 정족산사고가 설치되기도 했다.

 

강화갯벌센터에 전시된 도요새 박제.

 

전등사를 둘러싼 정족산성은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고 해서 ‘삼랑성’으로도 부른다. 1866년 병인양요 당시 양헌수 장군 휘하의 조선군이 프랑스 함대를 격퇴한 곳이기도 하다. 당시 1개월가량 강화도를 점령했던 프랑스군은 무고한 양민을 학살하고 민가를 불태웠는가 하면, 강화도 외규장각에 보관된 문화재와 문서를 약탈하는 등 만행을 저질렀다.

현재 강화도에는 14개 코스, 15개 구간으로 이뤄진 강화나들길이 개설돼 있다. 총길이가 246.8km나 되는 장거리 트레킹코스다. 전 구간을 섭렵하는 데 적어도 열흘 이상 소요된다. 강화나들길 가운데 딱 한 코스만 걷는다면 제2코스인 호국돈대길이 제격이다. 거리는 17km에 이르지만 난이도는 ‘하’급의 평이한 코스다. 오르막 구간이 거의 없는 데다 조수가 강물처럼 흐르는 염하수로와 나란히 이어지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마음 편하게 걸을 수 있다. 또한 갑곶돈대, 강화 외성, 광성보, 손돌목돈대, 용두돈대, 덕진진, 초지진 등 강화도의 대표적인 국방유적을 두루 거쳐가는 코스여서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다. 대체로 갑곶돈대를 출발해 대여섯 시간쯤 걸으면 종점인 초지진 주차장에 도착한다.

 

호국돈대길에서 만나는 국방유적 가운데 풍광이 가장 아름다운 용두돈대.

 

장거리 트레킹 강화나들이길

몽골이 고려를 침략했을 당시 39년 동안 임시수도였던 강화 읍내에는 강화성, 고려궁터, 용흥궁,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등 역사유적이 아직 남아 있다. 내성, 중성, 외성 세 겹으로 이뤄져 철옹성을 자랑하던 강화성벽은 대부분 허물어져 지금은 돌로 쌓은 내성만 남았다. 강화성의 북문 초입에는 고려궁터가 있다. 그 아래쪽 골목에는 대한성공회 강화성당의 옛 건물이 자리 잡았다. 전통 한옥과 서양의 기독교식 건축양식이 절충된 독특한 건물이다. 겉모습은 사찰 같지만, 내부는 전형적인 바실리카 양식의 예배당으로 꾸며져 있다.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부근에는 ‘강화도령’ 철종이 왕위에 오르기 전 19세까지 살았던 용흥궁이 있다.

‘역사의 땅, 눈물의 섬’ 강화도는 이처럼 우리 역사의 흥망성쇠를 고스란히 간직한 역사유적이 발길 닿는 곳마다 눈에 띈다.

 

여행정보

● 함허동천야영장 이용안내

함허동천야영장(관리소 032-930-7066)은 매표소에 도착한 순서대로 원하는 데크를 선택할 수 있다. 전화나 인터넷 예약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자리를 먼저 잡고 텐트를 설치한 뒤 주변 명소를 둘러보는 것이 좋다.

총 120개 데크 가운데 전기콘센트가 설치된 것은 32개뿐이다. 매표소와 가장 가까운 제1야영장이 전기 사용 전용 야영장이다. 야영장 이용료는 1박의 경우 일반 데크가 1만 원, 전기 사용 데크가 1만8000원이다. 마니산 입장료 1500원(어른)은 별도로 내야 한다.

야영장에는 차량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다. 차는 매표소 앞 주차장에 세워두고, 캠핑 장비는 배낭에 넣어 짊어지거나 손수레(리어카)로 운반해야 한다. 매표소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제3야영장까지 거리는 약 700m 된다. 산중턱에 자리 잡은 제4야영장의 맨 위쪽 데크까지도 500m쯤 된다. 매표소와 거리는 제4야영장이 제3야영장보다 훨씬 짧지만, 진입로 경사는 훨씬 더 가팔라서 손수레를 끌고 오르기가 만만치 않다. 두 곳 모두 바다를 조망할 수 있으며 제1, 2야영장에 비해 조용하고 한갓진 편이다. 야영장 안에는 매점이 1곳 있고 화장실, 취사장 같은 편의시설은 각 구역마다 잘 갖춰져 있다.

 

● 숙식

 

대선정의 시래기밥 상차림.

 

함허동천야영장 입구와 근처에 피크닉펜션(010-6664-0631), 함허동천민박(032-937-7878), 산내들펜션(016-303-6205), 야영장민박(032-937-1451), 무무펜션(010-7180-9065), 남취당의 한옥 이야기(010-9591-0226) 같은 민박, 펜션이 즐비하다.

함허동천 주변에는 마니산산채(산채정식/ 032-937-4293), 산토끼(손두부/ 032-937-5668), 갯골(간장게장정식/ 032-937-7411) 등의 음식점이 많다. 강화도 맛집으로는 초지대교 옆 대선정(시래기밥, 메밀손국수/ 032-937-1907), 강화풍물시장 내 옛날집(순댓국, 밴댕이회덮밥/ 032-934-9449), 강화 읍내 우리옥(백반/ 032-934-2427) 등을 꼽을 수 있다.

 

● 가는 길

서울 올림픽대로→김포한강로(제방도로)→김포신도시교차로→검은다리교차로(강화 방면)→누산3교교차로(356번 지방도, 양촌 방면)→초지대교→장흥교차로(좌회전)→함허동천

 

 

 

 

붉은 동백꽃에 들뜬 마음 파란 바다도 알고 있다
거제도 명사해변 캠핑장 주변엔 손꼽히는 관광지 즐비
양영훈 여행작가 travelmaker@naver.com

지상에서는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뜨거운 술에 붉은 독약 타서 마시고

천 길 절벽 위로 뛰어내리는 사랑

가장 눈부신 꽃은

가장 눈부신 소멸의 다른 이름이라

 

-‘동백’, 문정희

 

‘가장 눈부신 꽃’ 동백꽃에 끌려 거제도를 찾았다. 1박 2일 동안 왕복 1000km가 넘는 원행(遠行)을 불사했다. 남해안의 여느 섬들과 마찬가지로, 거제도에는 동백나무가 많다. 동부면 학동리 바닷가에는 천연기념물 제233호로 지정된 동백나무숲(거제 학동리 동백나무숲 및 팔색조번식지)도 있다. 남해안 제일의 동백섬도 거제시에 속한다. 장승포항 앞바다에 떠 있는 지심도가 그곳이다. 바나나처럼 길쭉한 이 섬은 전체 넓이의 60~70%가 동백나무숲으로 덮여 있다.

지심도 넓이는 0.356km2(약 10만7000평)에 불과하다. 워낙 작아 찻길도 없다. 그 대신 걷기 좋은 숲길이 거미줄처럼 연결됐다. 동백나무, 후박나무 같은 상록수로 울창한 숲은 터널을 이룬다. 한낮에도 어둑한 숲길 곳곳에는 핏빛보다 더 붉은 동백꽃이 소리 없는 아우성을 쏟아낸다. 절정의 순간에 뚝 떨어져 나뒹구는 동백꽃이 처연하기 그지없다. 울창한 숲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바다는 눈이 시리도록 푸른 쪽빛이다. 지심도 동백나무숲길의 운치와 풍경은 가히 환상적이다.

지심도 전역을 샅샅이 둘러보는 일주 코스 길이는 3.5km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느긋하게 걸어도 2~3시간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동백꽃이 피고 지는 3월 지심도는 상춘객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특히 주말과 휴일이면 꽃망울을 터뜨린 동백꽃보다 구경 온 사람이 더 많을 정도다. 호젓하게 동백꽃을 감상하기엔 지심도보다 내도(內島)가 훨씬 더 좋다.

 

 

아름드리 해송숲에 널찍한 나무 데크가 깔린 명사해변 캠핑장(왼쪽). 거제시 장목면 유호리 바닷가에서 바라본 거가대교에서 해가 뜨는 풍경.

 

환상적인 지심도 동백나무숲

 

내도는 우리나라 제일의 해상공원으로 개발된 외도의 형제섬이다. 넓이는 0.256km2 (약 7만7000여 평), 해안선 길이는 3.9km, 가장 높은 해발고도는 131m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손바닥만한 이 섬에는 10여 가구, 주민 20여 명이 산다. 일운면 구조라항에서 소형 여객선을 타고 2km쯤 달리면 내도 선착장에 당도한다. 2010년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가 ‘명품섬 베스트10’에 이 섬을 포함하기 전까지만 해도 내도를 찾는 외지인은 별로 없었다. 지금은 그때에 비해 외지인 발길이 크게 늘었지만, 섬은 여전히 한갓지고 고즈넉하다.

내도에는 길이 2.5km가량의 ‘내도 명품길’이 개설돼 있다. 그 길을 자분자분 걷노라면 편백나무숲, 동백숲, 대숲, 해송숲이 번갈아 나타난다. 숲 정취가 저마다 달라 걷는 내내 기분이 싱그럽다. 숲과 길바닥에 무수히 떨어진 동백꽃은 유난히 붉고 선명하다. 혹독한 추위를 겪지 않은 덕택이다. 바다 전망이 시원스러운 곳에는 어김없이 세심(洗心), 신선, 희망 전망대라 이름 붙은 전망 데크가 설치됐다. 붉은 동백꽃에 마음 끌리고 파란 바다에 발목 잡히다 보니 좀체 길이 붇지 않는다. 어느 전망 데크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쯤 묵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그러나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한 내도는 ‘야영 및 취사 금지구역’이다. 아쉬움을 접어두고 남부면 저구리 명사해변으로 향했다.

 

길에서 만나는 해넘이와 해돋이

 

지심도에서 ‘여심화(女心花)’ 동백꽃을 한 움큼 손에 쥔 여인.

 

명사해변은 물빛이 맑고 모래가 곱다. 경사가 완만한 400여m 백사장 뒤편에는 아름드리 해송이 줄지어 늘어섰다. 100m쯤 되는 이 해송숲에는 널찍한 나무 데크가 깔렸다. 캠핑사이트로는 최적지인 셈이다. 이 해송숲은 명사초교 옛터의 울타리이자 방풍림이다. 넓은 학교 운동장은 캠핑장 겸 주차장으로 활용된다. 해송숲 가까이에는 한려해상국립공원 거제분소(055-635-5421)와 저구마을에서 관리하는 화장실, 급수대가 있다. 한겨울에도 물이 얼지 않아 화장실과 급수대를 이용하는 데 큰 불편이 없다. 텐트 안에서 서쪽 하늘의 찬란한 저녁노을과 해넘이를 바라볼 수 있다는 점도 명사해변 캠핑장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명사해변의 해송숲과 백사장 사이에는 좁은 찻길이 가로지른다. 저구마을과 저구항을 잇는 도로지만, 한밤중에는 차량 통행이 뜸하다. 자동차 소음보다 파도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모래를 쓰다듬고 갯돌을 어루만지는 파도소리가 밤새 끊이질 않는다. 자장가처럼 듣기 좋은 그 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깊은 잠에 빠져든다.

명사해변 캠핑장에서 불과 400m 거리에는 대·소매물도행 여객선 터미널이 있다. 그곳에서 다시 600m쯤 떨어진 곳에는 장사도행 유람선 선착장도 있다. 대·소매물도와 장사도는 통영의 대표적인 섬 여행지이지만, 뱃길은 거제 저구항이 통영항의 반도 안 될 만큼 가깝다. 그러니 명사해변 캠핑장은 대·소매물도와 장사도를 여행하려는 캠퍼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베이스캠프가 된다.

명사해변에서 근처 남부면 다포리 여차마을과 저구리 홍포마을 사이에 3.5km의 해안도로가 있다. 시종 산허리를 굽이굽이 돌아가는 이 해안도로에서는 바다가 시야에서 사라지질 않는다. 바다는 길을 껴안고, 길은 바다를 향해 길게 이어진다. 이처럼 바다와 가까운 산길은 우리나라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 길에서는 장엄한 해돋이와 화려한 해넘이도 감상할 수 있다. 거제도뿐 아니라, 경남 남해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도로로 손꼽힌다.

 

4월 거제도는 꽃구경 제철

 

대금산 정상 아래 진달래 군락지.

 

3월 거제도는 이미 곳곳이 꽃밭이다. 거제도 동부해안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14번 국도 주변에도 갖가지 봄꽃이 앞다퉈 피고 진다. 해금강 초입에 있는 신선대 언덕에는 노란색 유채꽃이 무리 지어 피고, 도장포 ‘바람의 언덕’에는 동백꽃이 요염하다.

동백꽃이 시들해진 4월에도 거제도는 꽃구경하기 좋다. 바닷가의 양지바른 비탈에 산벚꽃과 개복숭아꽃이 흐드러지게 필 즈음이면 대금산 자락에 진달래도 만개한다. 대금산은 거제시 장목면 대금리와 외포리 사이에 자리한 산이다. 진달래 명산 중 하나로, 산세가 부드럽고 완만하다. 먼발치서 보면 마치 자상한 어머니가 아기를 품은 듯한 형상이다. 정상 높이는 해발 437m에 불과하지만, 바닷가에 자리 잡아 시야가 활달하다. 거가대교와 진해만 바다 저편에 부산, 마산, 진해 등 시가지는 물론 항구까지도 또렷하게 보인다. 날씨가 쾌청한 날에는 일본 쓰시마 섬까지도 아스라하다. 진달래 군락은 대금산 정상 부근 산등성이와 산비탈에 형성돼 있다. 날씨와 기온에 따라 해마다 달라지지만, 대체로 4월 10일 전후 절정에 이른 진달래꽃을 감상할 수 있다.

 

여행정보

● 명사해변 캠핑장 이용안내

명사해변 캠핑장은 휴가철 외에는 전 지역을 무료로 개방한다. 누구나 언제든 캠핑을 즐길 수 있지만, 전기제품은 사용하기 어렵다. 이곳 캠핑장에서 명당은 당연히 해송숲의 널찍한 데크다. 겨울과 초봄에는 주말에도 자리가 넉넉하지만, 봄빛 완연한 4월부터 야외활동하기 좋은 가을까지는 주말과 휴일의 경우 서두르지 않으면 좋은 자리를 잡기 어렵다.

휴가철에는 해송숲 데크와 옛 명사초교 운동장이 대형 조선업체의 하계휴양소로 활용된다. 조선소 직원이 아닌 피서객과 캠퍼는 화장실과 급수대 주변 맨땅에만 텐트를 설치할 수 있다. 휴가철에는 저구마을운영위원회에서 하루 1만 원 정도의 야영장 사용료(청소비)를 징수한다. 쓰레기는 캠핑장 인근 슈퍼나 농협하나로클럽마트에서 구매한 쓰레기봉지에 담아 정해진 곳에 버리고, 재활용품은 분리수거하는 것이 원칙이다.

 

● 숙식

 

명사해변 부근 부전회식당의 멍게비빔밥.

 

지심도에는 동백하우스(011-859-7576), 웰빙하우스(016-662-1375), 섬마을바다풍경(011-9592-7672) 등 민박집이 있다. 내도에도 내도펜션(011-864-0028), 무궁화민박(055-682-1103) 등을 비롯해 민박집이 여럿 있다. 지난해 문을 연 대명리조트 거제(1588-4888), 바다 전망이 좋고 내부시설도 고급스러운 상상속의집(055-682-5252),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학동자동차야영장(055-640-2400)도 추천할 만한 숙박시설이다.

거제도 맛집으로는 장승포항의 지심도 선착장 근처에 위치한 싱싱게장(게장백반/ 055-681-5513)과 항만식당(해물뚝배기/ 055-682-4369), 천화원(중화요리/ 055-681-2408), 지세포항의 강성횟집(해산물모듬회/ 055-682-4369)을 꼽을 만하다. 명사해변 부근에 자리한 부전회식당(055-632-1722)과 선부맛집(055-632-7165)은 거제, 통영의 향토음식인 멍게비빔밥이 맛있다.

 

● 가는 길

통영대전고속도로 통영IC(14번 국도, 거제 방면)→거제대교→국도 우회로(상동-신현 간 도로)→대우조선 입구(14번 국도)→장승포항 입구→구조라항 입구→저구사거리→명사해변

 

                                   거제도 바람의 언덕

 

 

 

 

 

동백꽃 후드득 져도 청보리밭 있어 좋아라
고창 선운사 야영장 주변은 봄꽃 경연장…고인돌과 고창읍성도 꼭 챙겨볼 만
양영훈 여행작가 travelmaker@naver.com

 

선운사 대웅전 뒤편 동백나무숲을 붉게 물들인 동백꽃.

 

농익은 봄날에 전북 고창 땅을 여행하는 것은 더없는 행운이다. 이맘때쯤의 봄날이 자아내는 풍경과 정취를 죄다 만날 수 있다. 천년고찰 선운사 주변에는 불꽃같은 정념을 품은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온통 보리밭으로 뒤덮인 학원농장의 황토 언덕은 가없는 초록빛 바다를 이룬다. 그리고 고창읍성에 늘어선 벚나무는 가녀린 봄바람에 함박눈 같은 꽃비를 우수수 흩뿌린다. 그중에서도 특히 가슴 설레는 곳은 동백꽃 만발한 선운사다. 그곳을 찾아가는 길에는 언제나 콧노래를 절로 흥얼거리게 된다.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바람 불어 설운 날에 말이에요/ 동백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드득 지는 꽃 말이에요….’

1970년대를 풍미한 통기타 가수 송창식의 노래 ‘선운사’다. 이 노래를 한 번이라도 들어본 사람은 동백꽃 피는 선운사를 언젠가는 꼭 한 번쯤 찾게 마련이다. 고창 질마재마을 출신인 미당 서정주 시인의 ‘선운사 동구’라는 시(아래 상자 안)도 송창식의 노래 못지않게 사람 마음을 달뜨게 한다.

 

천연기념물 제184호 명성

이처럼 여러 사람이 앞다퉈 예찬한 고창 선운사 동백나무숲은 이미 1967년 천연기념물 제184호로 지정된 명품 숲이다. 전체 넓이는 4만5092㎡(약 1만3000평)쯤 된다. 이 숲은 절 입구 오른쪽 산비탈부터 절 뒤쪽까지 폭 30여m의 긴 띠 모양으로 형성돼 있다. 동백나무 3000여 그루 가운데는 수령 500년 이상 된 아름드리 고목도 적지 않다. 이곳 동백꽃은 대체로 4월 중순에서 5월 초순 사이 절정을 이룬다. 이른 봄 기운차게 용솟음치는 대지의 자양분을 가득 머금었다 꽃샘바람 잦아드는 4월이 돼서야 그 화사한 꽃망울을 터뜨리는 것이다. 그래서 동백(冬柏)이 아니라 춘백(春柏)이다. 그런데 올해는 예년보다 개화시기가 조금 빠른 편이다. 4월 둘째 주쯤에 절정기를 구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겨울 날씨가 포근했던 덕에 꽃빛깔도 유난히 곱고 꽃송이도 풍성하다.

‘선운사사적기’에 의하면 선운사는 백제 위덕왕 24년(577)에 검단선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창건 당시 선운산 진흥굴과 용문굴, 서해 칠산바다에는 산적과 해적이 들끓어 양민의 고통이 말할 수 없이 컸다. 검단선사는 그들을 교화해 도둑질을 그만두게 하고 소금 굽는 법을 가르쳐 생업을 꾸려나가게 했다. 개과천선해 소금을 구우며 살아가던 그들은 매년 봄과 가을 두 차례씩 ‘보은염’이라는 이름의 소금을 선운사에 보내곤 했다.

전성기에 선운사는 크고 작은 암자를 89개나 거느린 데다 머무는 스님만 3000명에 달하는 대찰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부속암자가 4곳으로 줄고 경내 건물도 천왕문, 만세루, 대웅전, 영산전 등 10여 동에 불과할 만큼 절 규모가 작아졌다. 그런데도 지나치게 초라하거나 화려하지 않아 언제 찾아도 마음 편한 절집이다.

이맘때쯤 선운사 주변은 봄꽃의 경연장이다. 동백나무숲 주변 산자락에는 연분홍 진달래꽃과 샛노란 생강나무꽃이 화사하게 피어난다. 선운사 동구 진입로 양쪽에 늘어선 벚나무는 동화 속 풍경처럼 아름다운 꽃 터널을 만들어낸다. 선운사 골짜기와 나란히 이어지는 오솔길을 걷노라면 산골 새색시처럼 수줍게 피어난 봄꽃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눈길 닿는 곳마다 현호색, 제비꽃, 보춘화(춘란), 산자고, 개별꽃, 개구리발톱 같은 야생화가 지천이다.

선운사를 품은 선운산은 ‘도솔산’으로도 부른다. 정상 높이는 해발 335m에 불과하지만 숲이 울창하고 기암괴석이 많아 ‘호남의 내금강’이라 일컬어져 왔다. 진흥굴, 용문굴, 낙조대, 천마봉, 도솔암 등 절경이 즐비하다. 게다가 등산로도 험하지 않은 편이어서 겨울의 묵은 때를 씻어내는 봄 산행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선운산은 또한 ‘대장금’ ‘최종병기 활’ 등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로도 종종 등장한다. 그 밖에도 선운산 골짜기를 오르내릴 때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송악(천연기념물 제367호)과 커다란 가지가 부챗살처럼 퍼진 장사송(천연기념물 제354호)도 눈여겨볼 만하다.

 

 

선운사 품은 도솔산은 ‘호남 내금강’

선운산의 봄날 정취를 제대로 즐기려면 적어도 하룻밤은 묵어야 한다. 그래야 밤하늘에서 초롱초롱한 별을 감상하고, 인적 뜸한 새벽 오솔길도 걸을 수 있다. 마침 선운사 초입의 유스호스텔 옆에 괜찮은 야영장을 조성해놓았다. 이 선운사 야영장은 가로, 세로 길이가 각각 60, 40m에 불과할 정도로 작다. 하지만 급수대, 화장실을 잘 갖춰놓았고, 바로 앞에는 ‘선운사생태숲’이 정원처럼 펼쳐진다. 선운사 상가지구와 선운사도 걸어서 5~10분 거리에 있다. 그런데도 밤만 되면 적막이 느껴질 만큼 고즈넉하다. 전반적으로 볼 때 인위적인 편의성과 자연적인 소박함이 조화를 이룬 야영장이다.

이맘때쯤 고창 땅을 여행한다면 학원농장(063-564-9897)의 청보리밭도 빼놓을 수 없다. 고창군 공음면 선동리에 위치한 학원농장은 진의종 전 국무총리의 아들인 진영호 씨가 경영하는 개인 농장이다. 약 50만㎡(15만여 평)에 이르는 드넓은 밭이 해마다 봄이 되면 파릇한 보리밭으로 변한다. 학원농장 일대가 경관농업특구로 지정된 이후 인근 주민들도 보리를 심기 시작해 지금은 청보리밭이 총 100만㎡(약 30만 평)나 펼쳐진다. 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을 만큼 광활한 보리밭을 바라보면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매년 봄에는 고창 청보리밭 축제(올해는 4월 19일~5월 11일)가 열린다.

 

다양한 형태의 고인돌이 즐비한 ‘고창 고인돌군’(위). 솔향이 가득한 고창읍성의 운치 좋은 오솔길.

 

선운사와 학원농장을 모두 둘러본 뒤에도 여유가 있거든,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창 고인돌군’(고인돌박물관·문의 063-560-8666)과 벚꽃 만발한 고창읍성(문의 063-560-2313)을 찾아볼 만하다. 고창군은 세계적인 고인돌 밀집지역이다. 서로 인접한 고창읍 매산리, 죽림리, 도산리와 아산면 상갑리 일대에만 고인돌 약 450기가 몰려 있다. 지상 석곽식, 남방식, 북방식 등 고인돌 양식도 다양해 ‘지붕 없는 고인돌박물관’이라 부를 만하다.

‘모양성’이라고도 부르는 고창읍성은 우리나라에서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조선시대 읍성이다. 여자들이 쌓았다는 전설과 함께 여자들의 답성놀이 풍속도 전해온다. 초행인 외지인이라도 성밟기를 하는 아낙네처럼 느긋하게 성벽을 한 바퀴 둘러보는 것이 좋다. 갖가지 봄꽃이 만발한 성벽에 올라서 고창읍내를 내려다보는 기분이 여간 상쾌하지 않다. 특히 성벽과 성안 곳곳에 늘어선 벚꽃이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리는 4월 1~10일에는 눈부시게 화사한 봄날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그러나 올해는 4월 첫째 주에 벚꽃이 이미 만개했다. 벚꽃이 시들하거나 모두 떨어져도 고창읍성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피톤치드가 가득한 솔숲 길을 걷는 즐거움이 있고, 울창한 맹종죽숲에서 댓잎이 서걱거리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 재미도 맛볼 수 있다.

 

벚꽃, 개나리꽃이 흐드러지게 핀 고창읍성의 봄날.

 

여행정보

● 선운사 야영장 이용안내

선운산도립공원(관리사무소 063-563-3450)에서 관리하는 선운사 야영장은 사시사철 1년 내내 무료 개방한다. 깨끗한 물이 콸콸 쏟아지는 급수대와 깔끔한 화장실을 갖춰놓았다. 그러나 샤워장이나 전기시설은 없다. 데크도 3개뿐이라 비 오는 날에는 질척거리는 땅바닥에 텐트를 설치해야 된다. 전반적으로 편의시설이 다소 미흡하고, 야영장의 자연환경도 비교적 삭막한 편이다. 하지만 사시사철 즐겨 찾는 선운사 입구에 위치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야영장이다. 무조건 선착순이므로 야영하기 좋은 봄부터 가을까지 주말이나 휴일에는 자리다툼이 치열하다.

 

● 숙식

 

동백가든의 한정식.

 

선운사 입구에는 선운산관광호텔(063-561-3377), 선운산유스호스텔(063-561-3333), 선운산도솔펜션(063-564-4421), 햇살가득한집(063-562-0320), 산사의아침(063-562-6868), 선운사의 추억(063-561-2777), 둥지펜션(010-3671-5450) 등 숙박업소가 많다.

선운사 입구에는 고창의 대표적 별미인 풍천장어와 복분자술을 내놓는 장어 전문점이 40여 곳이나 몰려 있다. 강나루(063-561-5592), 연기식당(063-562-1537), 할매집(063-562-1542) 등을 권할 만하다. 고창읍성 입구에 자리한 미향(063-564-8762)은 바지락밥, 전복돌솥밥, 해물굴밥 등을 비교적 저렴하고 맛있게 내놓는다. 고창읍내 조양관(063-564-2026)과 공설운동장 초입에 있는 동백가든(063-563-4141)은 한정식을 푸짐하고 맛깔스럽게 차려내는 집이다.

 

●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선운산IC→석교교차로(선운사 방면으로 좌회전, 22번 국도)→삼인교차로(좌회전)→선운사 야영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