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참모로 병풍 치지 말라. [이재명 정부 이것만은]

온리하프 2025. 6. 11. 11:29
728x90

 

 

 

 

대통령 옆에는 늘 껄끄러운 '레드팀'을 두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4월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의 신임 비서실장 임명 발표를 한 뒤 단상을 내려가고 있다.

 

 

"레드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 걸 본 일이 없다."

 

윤석열 정부 초기부터 대통령비서실에서 근무한 전직 직원은 8일 이렇게 회고했다. 그는 레드팀(조직 내 확증 편향을 막기 위해 의무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는 역할) 기능 실패의 단적 예시로 2023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부산엑스포 유치전을 언급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당시 여당도 반대한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 특별사면'을 결단해 재출마의 길을 열어줬지만 참패로 끝났다. 부산엑스포 유치전도 대통령이 직접 전면에 나서 뛰었지만 돌아온 건 '119대 29'라는 참혹한 성적표였다. 윤 전 대통령은 결과 발표 직전까지도 실패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조직 내 자정 기능이 마비된 사이 비선의 '김건희 라인'이 정권 내내 위세를 떨쳤다. '박영선 국무총리·양정철 비서실장' 인선 논란이 대표적이다. 공식 라인에선 부인했지만 비선에서는 "대통령 의중"이라며 힘겨루기를 했다. 지난해 총선 참패 전후로도 윤 전 대통령은 반전의 계기 없이 숱한 논란을 자초하며 민심과 괴리됐다.

 

정치인 출신의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을 임명하며 '쓴소리 역할'을 기대했지만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정권은 끝내 12·3 불법 계엄으로 종말을 자초했다. 이 직원은 "정무적으로 실패한 순간들에 대통령을 향한 제대로 된 '직언' 하나씩만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취임 후 열린 첫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같은 과거 행태를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전임자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첫 조치로 '레드팀을 가까이 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낸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윤석열 정부는 서울대, 검사 등 전부 순혈주의로 채운 인사라 일종의 그룹싱크(집단사고)에 빠져 있었다"며 "이 대통령은 정치적 훈련이 잘 돼 있고 여러 성공을 거뒀지만 오히려 그래서 '승자의 오류'에 빠질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참모들의 쓴소리에 대한 수용도 측면에서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레드팀의 성패는 오롯이 대통령의 의지에 달려있다는 게 경험자들의 조언이다. 한 대통령실 전직 직원은 "레드팀은 결국 내부감찰 기능을 하기 때문에 취지가 좋더라도 조직 내 따가운 눈총을 살 수밖에 없다"며 "권력의 정점인 대통령도 쓴소리가 싫기는 매한가지기 때문에, 결국 대통령 본인이 참모들에게 '고언의 공간'을 얼마만큼 열어주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레드팀 기능의 '제도화'까지 고려해봐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정무, 홍보, 민정 등 민심 모니터링이 중요한 기능에 민간 전문가나 야당 출신 인력을 대거 포진시켜 이 대통령이 정례 보고를 받고 중요 현안 발표 전에는 회의를 거치도록 해 레드팀 운영을 공식화하면 민심과 엇나가는 치명적 실수의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평론가는 "강훈식 비서실장의 역할을 기대해볼 수 있겠지만, 상명하복의 수직적 관계라는 한계가 있는 만큼 '선의'에 기대선 안 될 것"이라며 "이 대통령이 이 같은 레드팀 운영을 최초로 제도화해 공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정권 내내 '김건희 리스크'가 지속된 점에 비춰 영부인의 공적 책임과 권한 범위를 법적으로 제도화하는 방안도 우선적 검토 과제로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