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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전어의 계절…뻘에서 자라야 '명품', 통통하고 향긋하죠

온리하프 2011. 9. 4.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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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 입력 2011.08.28 18:32 | 수정 2011.08.29 03:37

 


전어잡이 한창인 광양만
민물·바닷물 교차해 먹이 풍부
밤에는 수면 가까이 '뜬망'으로…동틀 무렵엔 그물로 잡아 올려

 

계절의 순환은 어김없다. 물폭탄으로 여름을 보낸 뒤 아침저녁이면 선선하다 싶자 어느새 가을 별미가 입맛을 돋운다.

전어가 대표선수다. '봄 도다리,가을 전어'라는 말을 굳이 꺼낼 것도 없다.

도시의 횟집이나 포장마차에서는 벌써부터 전어 굽는 냄새가 식객을 유혹한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그 냄새,거부하기 힘들다.

올해는 8월에 잡아올리는 여름 전어 시즌도 예년보다 빨리 시작됐다. 전어를 만나러 떠났다.

◆광양만에선 밤새 전어잡이 한창

토요일 새벽 4시.

섬진강이 바다와 만나는 전남 광양시 진월면 망덕포구에서 배를 탔다.

어둠을 헤치고 육지와 배알도,광양국가산업단지가 있는 금호도 사이의 좁고 긴 바닷길을 따라 20분쯤 달렸을까.

광양만으로 들어서자 멀리서 반짝이는 불빛들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온다. 전어잡이 배다. 키를 잡은 황용억 광양전어축제위원장이 속도를 낮추고 전어잡는 배에 접근해 물어본다. "오늘,어때요?" "아직이요. 며칠 전보다 신통찮네요. "

황 위원장은 "전어는 조수(潮水)가 가장 낮은 조금이 임박할 때 잘 잡히는데 오늘은 너물(음력 13,28일)인 데다 아직 그물을 올릴 시간이 되지 않아서 그럴 것"이라며 "좀 기다려보자"고 했다.

어둠이 걷힐 무렵 그물을 한창 걷어올리기 시작하면 더 많은 전어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기다리는 사이,배낭을 베개 삼아 배에 누워 하늘을 본다. 별이 총총하다.

이윽고 5시 무렵.전어 배들이 그물을 올리느라 분주하다.

전어잡이 배에서는 대개 2명이 작업한다. 혼자서는 힘들고 사람을 고용하면 인건비가 부담스러워 부부가 조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어는 대개 수심 30m 이내에서 잡히는데 수면 가까이 올라오는 심야에는 그물을 얕게 띄우는 '뜬망'으로 잡다가 동틀 무렵 전어가 바닥으로 내려가면 미리 쳐 놓았던 그물을 걷어올린다.

부인과 함께 조업 중이던 망덕포구 어촌계장 이용호 씨(61)는 "보통 하루에 40~50㎏은 잡는데 오늘은 20㎏밖에 못 잡았다"며 "그래도 벌이는 괜찮은 편"이라고 했다. 예전에는 하루 200㎏을 잡는 날도 흔했고,1주일 전만 해도 하루 140~150㎏을 잡기도 했다는 것.

그는 배와 장비를 포함해 1억원 정도를 투자했는데 다른 일을 해서 이만한 수익을 어떻게 올리겠느냐고 말했다.

오전 7시가 가까워지자 전어배들이 일제히 그물을 접고 철수한다.

전어를 실은 배들은 쾌속선처럼 전속력으로 질주한다. 전어를 산 채로 넘기기 위해서다. 망덕포구에선 매일 20여척이 전어잡이에 나선다.

7월 말부터 11월 말까지,광양만 일대는 물론 섬진강 하구를 거슬러 올라가 악양 인근에서까지 전어를 잡는다고 한다.

◆전어에도 '명품'이 있다(?)

전어는 남해와 서해에서 두루 잘 잡힌다. 어획량이 많고 비싸지 않아 서민들이 즐기기에 딱 좋다.

하지만 광양 사람들은 "전어라고 똑같지는 않다"고 말한다.

이씨는 "길고 날씬한 다른 지역의 전어와 달리 섬진강의 민물과 바닷물이 교차하는 광양만에서 잡은 전어는 뻘 속의 풍부한 먹이를 먹고 자라 살이 통통하고 기름기가 많아 맛과 향이 확연히 다르다"고 설명한다. 그물에서 막 건져올린 전어를 코끝에 가까이 대면 수박향이 난다고도 했다.

집 나간 며느리를 돌아오게 한 전어도 '광양 출신'이라고 주장한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전어의 기름기가 많아져 한 집에서 전어를 구우면 온 동네에 전어 냄새가 퍼졌다는 것.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기름이 많고 달콤하다"고 했고,서유구는 《임원경제지》에서 "기름이 많고 맛이 좋아 상인들이 염장하여 서울에서 파는데,귀한 사람이나 천한 사람이나 모두 좋아해 사는 이가 돈을 논하지 않아 전어(錢魚)라고 했다"고 적었다.


광양=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강바닥에는 참게와 재첩이 바글거리고 강변은 계절 따라 은은한 수채화를 그리는 섬진강은 전라도와 경상도를 흐르는 생명의 강.

가을 전어는 실핏줄 같은 개울이 모여 흐르는 섬진강이 550리 고된 여정을 마무리하고 바다와 만나 휴식을 취하는 전남 광양의 망덕포구 일대에서 떼를 지어 은빛 비늘을 번쩍이고 있다.

 

갯마을의 소박함이 묻어나는 진월면의 망덕포구는 예로부터 전어잡이로 유명한 곳.

포구 맞은 편 산에 오르면 덕유산이 보인다고 해서 망덕(望德)이라는 서정미 넘치는 이름을 얻었다.

포구 앞의 솔섬도 건너편 망덕산을 향해 절하는 형상이라 배알도(拜謁島)라는 운치 있는 이름으로 불린다.

전어는 가을을 대표하는 생선으로 조선 후기 실학자 서유구는 '임원경제지'에서 "전어는 기름이 많고 맛이 좋아 사는 이가 돈을 아깝게 여기지 않아 전어(錢魚)라고 부른다"고 적었다.

얼마나 고소했으면 "가을전어 머리엔 참깨가 서말"이라는 말과 함께 "집 나간 며느리도 가을전어 굽는 냄새에 돌아온다"는 속담까지 생겨났을까.

지구온난화로 최근에는 충남 서천 일대에서 전어가 많이 잡히지만 원래 전어는 남해안에서 많이 잡히는 어종이다.

그중에서도 섬진강 맑은 물이 바닷물과 만나는 망덕포구 일대는 전어의 먹이가 풍부해 다른 지역 전어보다 크고 통통한데다 가을철에는 기름기가 자르르 흐른다. 섬진강과 광양만에서 잡히는 전어에 '명품'이라는 수식어를 덧붙이는 이유다.

검은 하늘과 검은 바다의 경계조차 모호한 새벽녘. 망덕포구를 출발한 전어잡이 어선들이 수로 같은 바다를 달려 광양만으로 속속 모여든다.

전어잡이 어선은 말이 어선이지 대부분 노부부 2명이 탄 조그만 모터보트에 불과하다. 남편은 그물을 걷어 올리고 아내는 능숙한 솜씨로 그물에서 전어를 분리하는 일을 맡는다.

요즘은 그물을 끌어올리는 기중기가 어선에 설치돼 있지만 예전에는 그물을 일일이 손으로 끌어올려야 했다. 전어잡이 어선은 두 척이 함께 나간다. 각각 6명의 어부가 탄 배는 전어떼를 만나면 그물을 결합시켜 둥그렇게 에워싼 다음 다시 두 배가 만나서 그물을 당겨 올린다.

워낙 고된 작업이라 어부들은 '진월 전어잡이 소리'로 불리는 노동요를 부르며 호흡을 맞춘다.

"자 전어 많이 들었응께 양반들 쪼끼 준비허고 배에다가 퍼실어보세 자 퍼심으로 우리 재밌으먼 한자리 해야지/ 어낭차 가래야/ 어낭차 가래야// 얼씨고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어낭창 가래야// 갱사났네 갱사났어/ 어낭창 가래야// 우리 사군들 갱사났네/ 어낭창 가래야// 이로마 했으먼 넉넉하지/ 어낭창 가래야//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어낭창 가래야."

앞소리꾼이 소리를 매기면 나머지 어부들이 후렴구를 받쳐주는 '진월 전어잡이 소리'는 작업에 따라 소리의 빠르기와 가락이 변화한다.

애잔한 가락 사이로 매우 구성지고 흥겨운 장단은 노동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내기에 충분하다. 특히 그물에 든 고기를 가래로 뱃전으로 퍼 올리는 장면에서 부르는 가래질 소리는 매우 흥겨워 어깨춤이 절로 나온다.

한밤의 광양만은 거대한 야화나 다름없다.

고양이 형상의 묘도를 사이에 두고 광양제철과 여수산단의 불빛이 검은 바다에 물감을 흩뿌린 듯 색색으로 물든다.

일엽편주 어선들이 밤바다를 왔다갔다 그물을 당기는 모습이 색도화지에 그린 그림처럼 황홀하다.

전어는 다른 생선과 달리 한밤에 잡는다.

한낮에는 수심 30m 바닥에서 뻘에 가라앉은 플랑크톤 등을 먹고 살지만 밤에는 수면 가까이 올라와 물에 떠다니는 플랑크톤을 먹이로 삼기 때문이다.

또 전어는 다른 생선과 달리 눈이 밝아 낮에는 그물을 알아채고 피한다고 한다. 이래저래 어부들이 한밤에 전어잡이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광양만에서 전어를 잡는 어선은 하루 20∼40척.

금어기가 끝나는 7월 초부터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 말까지 광양만은 전어잡이 어선들로 불야성을 이룬다.

그물을 걷어 올리자 검은 바다에서 헤엄치던 씨알 굵은 전어들이 퍼덕거리며 올라오기 시작한다.

어선 한 척이 하룻밤에 잡는 전어는 30∼40㎏. 운이 좋아 전어떼라도 만나면 200㎏도 잡는다.

이때는 그물에 걸려 올라오는 전어가 나뭇가지에 무성하게 달린 잎사귀처럼 보인다고 한다.

광양만 중심에 위치한 묘도 뒤편에서 해가 뜨기 시작한다.

광양에서 묘도를 거쳐 여수를 잇는 이순신대교 교각 뒤로 하늘과 바다가 황금색으로 물든다. 황금빛 바다에서 올라오는 전어도 황금색 비늘을 번쩍인다.

전어잡이를 끝낼 때가 됐다는 신호다. 전어잡이 어선들이 싱싱한 전어를 횟집에 넘기기 위해 앞다퉈 물살을 가르며 망덕포구를 향해 속도를 높인다.

광양만의 전어는 가뭄으로 섬진강 수량이 줄어 염분 농도가 높아지면 양질의 먹이를 찾아 섬진강을 거슬러 오른다.

전어는 주로 청매실농원 앞까지 올라가지만 밀물로 염분 농도가 더욱 높아지면 하동 악양들판 앞까지 올라간다.

이때는 전어잡이 어선들도 함께 섬진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암행어사 박문수는 광양의 수려한 형세와 후덕한 민심에 반해 '조선지전라도(朝鮮之全羅道)요 전라지광양(全羅之光陽)'이라고 극찬했다.

만약 박문수가 살이 통통하게 오른 광양 전어 맛을 봤더라면 '광양지전어(光陽之錢魚)'라는 말을 덧붙이지 않았을까.

광양=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

"제가 유년시절을 보낸 망덕포구항 ,

남해고속도로 섬진강휴게소 ,배알도,소풍단골지인 망덕산등 광양제철만 안생겼어도 최고의 지상낙원일텐데.

이제 다버렸다.

여수석유화학단지. 광양제철로 오염되어 아는 살람들은 전어회 안먹는다.
옛날엔 백합조개, 장어, 김등도 많이 생산되어 청정해역이라 하여 거의 일본으로 수출했었다.아쉽고 그리운고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