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00억 원 가치의 석순...
직접 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2025. 11. 21. 10:30
[장가계 여행 ①] 보봉호수와 황룡동굴

둥근 짚지붕 토가족 전통 건축양식의 상징적 지붕으로 황룡동굴 입구에 자리한 화장실
고향 친구들과 함께한 부부동반 여행이다. 여행사를 이용했지만 단 하나의 조건을 걸었다. "쇼핑 없는 일정". 패키지 여행에 흔히 포함되는 쇼핑센터 방문은 필요하지 않은 물건 앞에서 괜히 눈치를 보게 만들고, '누군가는 하나쯤 사야 한다'는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종종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보봉호수 중국 장가계에 위치한 카르스트 지형의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인 인공호수

보봉호수 가마우지 전통어업 시연

보봉호수 상어 입을 연상케 하는 바위
유람선이 출발하자 가이드의 안내가 이어진다. 촛대바위와 선녀바위가 순서대로 모습을 드러낸다. 이어 작은 쪽배에서는 가마우지 전통 어업 시연이 진행된다. 가마우지가 물고기를 물어 올리면 어부가 그것을 가볍게 챙긴다. 그 장면을 보며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주인이 번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바지선 위 누각에서는 토가족 ( 장가계 토착부족) 여인이 전통 노래를 부른다. 목소리는 물 위로 번졌다가 절벽에 메아리처럼 돌아온다. 단순한 공연이라기보다 이 호수가 품어 온 삶의 흔적이 남아 있는 듯한 울림이 있다.
짧은 코스지만 보봉호수는 물·산·문화·생태가 어우러진 공간이다. 인공호수라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자연의 호흡이 느껴진다. 봉우리와 바위 형상이 저마다 이야기를 품고 있다. 장가계 일정의 첫 장면은 호수와 삼림· 봉우리, 그리고 이곳에서 살아온 토가족의 삶을 엿보는 것으로 시작됐다.
수십만 년에 걸친 지질 활동으로 형성된 거대한 석회암 동굴

황룡동굴 총 길이 약 7.5km 규모의 석회암 동굴로, 관람 구간은 약 2km다. 내부는 4층 구조로 이어지며 구간별로 계단과 통로를 따라 오르내리며 관람한다. 천장 높이가 70m 이상에 이르는 공간도 있으며, 높이 19.2m의 ‘정해신침’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내부 온도는 연중 **16~18℃**로 일정하다
황룡동굴은 총 길이 7.5km 규모의 거대한 석회동굴이지만 실제 관람 구간은 2km 정도다. 동굴은 층층이 이어지고 좁았다 넓어졌다를 반복해 거리보다 공간감이 훨씬 크게 느껴진다. 천장이 70m에 이르는 구간을 지나면 지하라는 사실조차 잊게 된다.
입구에는 장수문과 행복문이 서 있다. 건강을 원하면 장수문, 행복이 먼저라면 행복문으로 들어가면 된다는 가이드의 설명이 이어진다. 가벼운 농담 같지만, 문 앞에서 누구나 잠시 선택을 고민하게 된다.
안쪽으로 들어서면 석순(종유석에서 떨어진 탄산 칼슘의 용액이 물과 이산화 탄소의 증발로 굳어 죽순(竹筍) 모양으로 이 루어진 돌)과 종유석(천장에 고드름같이 달려 있는 석회석)이 조명 아래 모습을 드러낸다.
그중 가장 웅장한 공간은 황룡궁이다. 수십 개의 돌기둥이 숲처럼 서 있고, 천장은 돔 형태로 열려 있어 자연이 만든 성전 같은 분위기를 낸다. 이곳에는 크고 작은 석순이 약 170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곧이어 지하수 보트 구간인 향수하에 이른다. 가이드는 " 물속엔 물고기가 삽니다. 그런데 물고기보다 더 많이 사는 건 따로 있죠. 바로 스마트폰입니다"라며 웃음을 던진 뒤, 곧바로 주의를 준다. "떨어뜨리는 순간, 그 스마트폰은 이 동굴 생태계의 새로운 종이 됩니다."

정해신침 정해신침은 ’서유기‘에서 손오공의 무기인 여의봉으로 변한 용궁 기둥을 의미한다
처음엔 과장된 멘트처럼 들렸지만, 높이 20m가 넘는 거대한 석순을 보고 있자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조명 아래 금빛으로 반짝이는 그 기둥은 서유기 속 여의봉을 떠올리게 했다. 사람들은 한동안 말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올린 채 그 존재감을 바라보았다.
정해신침을 지나 회음벽 방향으로 이어지는 통로는 다시 좁아지고, 붉고 은은한 조명이 동굴의 마지막 장면을 남기듯 이어진다. 통로 끝에서 바깥의 밝은 빛이 보이면 동굴 여행은 자연스럽게 마무리된다.
황룡동굴은 장가계의 하늘 풍경과 대조되는 '지하의 시간'을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단순한 자연 동굴이 아니라, 은비협·용궁·후궁·미궁 같은 이름과 조명 연출을 통해 관람 동선을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한 점이 인상적이다. 체험과 관람 요소를 더해, 자연과 인간이 조심스럽게 공존하며 만들어낸 장소였다.
입구로 향하는 길 양옆에는 상가가 늘어서 있다. 들어갈 때는 두 봉지에 만 원이던 물건 가격이, 나올 때쯤에는 여섯 봉지에 만 원으로 바뀐다. 계산법은 알 수 없지만, 여행지 특유의 열기는 분명 느껴진다. 여행지에서만 겪을 수 있는 작은 재미다.
해발 1000미터에 놓인 길,
"와" 소리만 나옵니다
2025. 11. 24.
[장가계 여행 ②] 중국 후난성 우링산맥 한가운데 자리한 장가계 무릉원 풍경구

장가계 무릉원 풍경구(武陵源) 의 원가계(袁家界) 풍경
지난 8일, 황룡동굴을 둘러본 뒤 찾은 이곳은 백룡엘리베이터 앞부터 이미 긴 줄이 이어지고 있었다. 절벽에 그대로 붙인 듯 세워진 유리 엘리베이터는 90여 초 남짓한 시간 동안 수직으로 치솟는다. 계곡은 순식간에 발 아래로 멀어지고, 장가계 특유의 바위 기둥들은 어느 순간 시야 전체를 가득 채운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 순간 자연의 크기가 몸으로 체감된다.

장가계 천하제일교 깎아지른 절벽 사이를 잇는 자연의 돌다리 위로, 안개와 숲 그리고 여행자들의 색색의 우비가 어우러진 장가계 천하제일교의 장면.
그렇게 풍경에 익숙해질 즈음, 이어지는 길을 따라 천하제일교로 향한다. 절벽 가장자리를 따라 난 그 길은 바람과 시간에 다듬어진 자연의 조형물처럼 느껴진다. 두 봉우리를 잇는 거대한 돌다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경이이며, 아래로 깊게 패인 협곡은 발 아래의 세계가 또 다른 차원인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말 대신 '와' 감탄부터 나오는 곳
장가계는 풍경보다 먼저 숨이 멈추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절벽을 따라 오르는 케이블카의 진동, 구름을 가르고 수직으로 솟는 엘리베이터의 서늘함, 그리고 아찔한 굽잇길을 그대로 품고 달리는 셔틀버스까지. 천혜의 자연을 만나러 왔지만, 그 앞에 먼저 서 있는 것은 사람이 만든 길과 용기다.
해발 1000미터가 넘는 절벽 위에 놓인 그 길은 산이 허락한 것인지, 아니면 사람이 잠시 빌린 것인지 알 수 없다. 버스가 S자 곡선을 그릴 때마다 창밖 풍경은 그림처럼 바뀌고, 그때마다 입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감탄이 흘러나온다.
"와…"

하룡공원 표지석 전 국가 주석 강택민의 친필로 새겨진 ‘하룡공원’ 표지석.

장가계 바위를 따라 걷던 여행이, 이제 공중에서 이어진다. 장가계 케이블카는 절벽 위 자연을 다른 시선에서 보여주는 하산의 마지막 장면이다.

장가계 하늘을 향해 뻗은 듯한 바위 봉우리들 ,장가계 원가계가 가진 압도적인 풍경의 순간.
백룡엘리베이터에서 시작해 미혼대와 천하제일교를 거쳐 케이블카로 내려오는 루트는 장가계의 높이와 깊이, 수직과 수평, 원경과 근경을 모두 경험하게 만드는 동선이다. 장엄함과 섬세함이 함께 어우러지며 하루 동안 하나의 거대한 풍경이 완성된다.
장가계는 이름보다 풍경이 먼저 다가오는 도시였다. 그 압도적인 형세 앞에서 여행자는 말 대신 바라보고, 걷고, 감탄할 뿐이다. 중국 후난성 우링산맥 한가운데 자리한 이곳은 1982년 중국 최초의 국가삼림공원이자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수천 개의 기암괴봉이 숲처럼 솟아 있는 독특한 풍경은 영화 아바타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https://tv.kakao.com/v/459485741
장가계 무릉원 풍경구 1982년 중국 최초로 국가삼림공원으로 지정된 곳입니다. 기암괴봉이 빽빽하게 솟은 풍경이 특징입니다. 대표 명소로 천하제일교, 미혼대, 원가계 전망대가 있습니다
옷자락 붙들고 엉금엉금,
대협곡 유리 다리를 걷다
[장가계 여행 ③] 300m 높이에서 두려움과 경이로움을 동시에

장가계유리다리 자연이 만든 수직 풍경 위에 인간이 얹은 가느다란 길
입구에는 신발 보호 커버를 착용하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여행객들의 표정엔 호기심과 긴장, 기대와 두려움이 동시에 섞여 있었다. 누군가는 여유롭게 사진을 찍고, 누군가는 아직 출발도 하기 전에 손잡이를 붙잡았다.
그 순간 오래된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중국 여행이 붐이던 30여 년 전, 계림을 거쳐 처음 장가계를 찾았던 때였다. 희미하지만 유리다리를 건넜던 장면과 유람선을 탔던 기억, 그리고 협곡 위 외줄 타기 공연을 보며 식은땀을 흘렸던 순간이 겹쳤다. 시간이 흘렀는데도 풍경은 여전히 '현실 같지 않은 풍경'이었다.
300m 높이 아래 아찔한 협곡

장가계 흰 안개가 낮게 깔린 절벽 위로 길게 이어진 유리다리 모습
다리에 첫 발을 올리는 순간 시선은 자연스럽게 아래로 향했다. 발 아래에는 투명한 유리가, 그 아래에는 바로 협곡의 아찔한 깊이가 펼쳐졌다. 바닥이 보이는데도 걸어야 한다는 사실이 신기해 한동안 발끝만 바라보며 천천히 움직였다.
다리의 중앙부에 가까워지자 풍경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장가계 특유의 바위 기둥들이 협곡을 둘러싸듯 솟아 있었고, 바람이 귓가를 스치며 지나갔다. 걷는다는 감각을 넘어, 공중 위를 떠다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유리 위엔 사람들의 감정도 그대로 반사됐다. 두려움과 웃음, 멈춤과 도전이 섞여 있었다. 한 여행객은 분홍 우비를 입고 바닥에 누워 버렸다. 사진을 찍기 위한 연출인지, 공포에 대한 항복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 모습만으로도 이곳이 단순한 '관람 장소'가 아니라 감정이 진동하는 체험의 무대임을 보여줬다.

장가계 유리다리 아래로는 물빛이 옥처럼 흐르고, 절벽에는 안개가 걸려 있다. 그 위에 얇게 걸린 유리다리는 풍경 속 선 하나로 보일 뿐이지만, 막상 그 위에 서면 세계가 발아래 열리는 기묘한 체험이 된다
두려움에서 설렘으로
유리 위에 비친 풍경은 또 다른 깊이를 만들어냈다. 발 밑으로는 계곡이, 눈앞에는 봉우리가 이어졌다. 긴장감은 어느 순간 서서히 다른 감정으로 바뀌었다. 두려움 대신 설렘, 조심스러움 대신 몰입이 찾아왔다.
다리를 거의 건넜을 무렵, 사람들의 표정은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처음엔 굳어 있던 얼굴도 어느새 긴장이 풀린 듯 담담해졌다. 몇몇은 아쉬운 듯 다시 되돌아가 사진을 찍을지 고민했다. 다리를 벗어나는 순간, 방금 자신이 300m 공중을 걸어냈다는 사실이 묵직하게 실감났다.
다만 아쉬움도 있었다. 짚라인, 번지점프, 유리 미끄럼틀, 협곡 유람선 등 주변 체험 시설 대부분이 비로 운영되지 않고 있었다. 대신 벽면 사진과 모니터 영상을 보며 상상 속으로 대신해야 했다. 화면 속 사람들은 허공을 향해 몸을 던지고 있었고, 그 표정은 공포와 쾌감이 동시에 스친 듯했다.
VR 체험관까지 이어지는 길은 조금 여유로웠다. 흥분과 긴장이 섞였던 감정은 걸음을 옮길수록 잦아들었다. 되돌아오는 길에야 비에 젖은 절벽, 흐릿한 안개, 그리고 방금 허공 위에서 스스로의 두려움을 넘긴 사람들의 얼굴이 또렷하게 보였다.
그렇게 여행은 유리 다리를 건너고, 산책을 하고, VR 체험을 즐긴 뒤 되돌아오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번지 점프나 짚라인처럼 직접 체험하거나 보지 못한 프로그램들은 아쉬움을 남겼지만, 300m 허공을 걸어낸 그 순간 만큼은 여행의 또렷한 기억으로 남았다.
뚫린 곳에 닿으려고 올라갈수록 작아지는 사람들
2025. 11. 30.
[장가계 여행 ④] 천문동, 풍경이 아닌 이동과 체험이 더 기억에 남아

천문동 중국 장가계 천문산에 위치. 자연이 하늘로 뚫어 놓은 거대한 문/높이 131.5m, 폭 57m, 깊이 60m
11월 9일, 장가계 여행의 마지막 일정은 우링위안구(武陵源区)에서 시작됐다. 유리다리 관광을 마친 뒤 일행은 천문산 국가삼림공원 관광을 위해 다시 차에 올랐다. 목적지는 약 한 시간 거리의 융딩구(永定区)였다. 비와 안개가 여전히 산허리를 감싸고 있었지만,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은 여행의 무게와 여운을 더해준다.
도시 위를 지나 산으로

천문산케이블카 천문산 케이블카는 길이가 약 7.5 km로 세계에서 가장 긴 산악 케이블카 노선 중 하나다.
놀라움이 앞섰다. 주택 사이를 가로지르고 사람들의 일상 위로 지나가는 케이블카라니. 마치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법한 장면이다. 천문산 관광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을 꼽으라면 단연 이 도심 상공을 가르는 케이블카다.
케이블카가 천천히 도시를 벗어나자 분위기는 급격히 달라졌다. 도로가 작아지고, 건물은 점점 낮아졌다. 대신 산 능선이 시야를 채우고, 회색빛 안개가 봉우리 사이에 걸렸다. 도시와 자연, 생활과 절경이 이토록 극적으로 맞닿아 있는 경험은 흔치 않다.
스릴이 이어지는 99굽이 도로
상부역에서 천문동까지는 셔틀버스로 이동한다. 이 구간은 '통천대도(通天大道)' 또는 '99굽이 도로'라 불리는 약 11km 거리다. 산비탈을 따라 지그재그로 이어진다. 25~30분가량 소요된다. 도로 좌우로는 절벽과 깊은 계곡이 이어져 천문산 특유의 지형을 가까이서 확인할 수 있다.
버스가 본격적으로 굽잇길에 접어들자 창밖 풍경은 감탄보다 긴장을 먼저 불러왔다. 멀리서 보면 실 한 줄처럼 보이는 길이 절벽 끝을 따라 이어졌다. 커브를 돌 때마다 버스는 살짝 기울었다. 우리는 손잡이를 자연스레 더 꽉 잡았다.
"이 길… 정말 사람이 만든 게 맞나요."
낭떠러지는 안개에 가려 깊이를 가늠하기조차 어려웠다. 짧은 숨, 억눌린 웃음, 그리고 중얼거림이 차 안을 채웠다. 그렇게 몇 분의 긴장이 이어지고, 마침내 천문동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버스가 멈추자 사람들 얼굴엔 묘한 표정이 남았다. 두려움과 스릴, 그리고 안도의 숨이 뒤섞인 표정이었다.

999 계단 장가계(張家界) 천문산(天門山)의천문동(天門洞)으로 이어지는계단. 하늘로 뚫린 거대한 바위문과, 경사 가파르게 이어진 계단 때문에 ‘천국의 계단’, ‘하늘로 오르는 길이라 불린다.

천문동 중국 장가계 천문산에 위치. 자연이 하늘로 뚫어 놓은 거대한 문 앞에서, 안개와 바위, 물이 만들어낸 풍경
천문동은 극한 스포츠의 무대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11년 미국 윙슈트 파일럿 제브 콜리스가 동굴을 통과하는 데 성공했고, 2016년에는 국제 윙슈트 대회가 개최돼 여러 선수가 이곳을 다시 도전했다. 이후 천문동은 '자연 명소'에 머물지 않고, 전 세계 모험가들이 찾는 상징적 공간이 됐다.
천문산의 명소 암벽 속 에스컬레이터

천문산 천문산의 터널형 에스컬레이터는 총 12개 구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 연장은 약 897 미터로 한 방향당 최대 약 3,600명이 탑승할 수 있다.

천문산 장가계 천문산의 잔도, 즉 절벽길
정상부에 도착했을 때 전망은 짙은 안개에 가려 있었다. 맑은 날이면 장가계 특유의 수직 봉우리가 펼쳐지는 구간이지만, 이날은 수 미터 앞도 흐릿했다. 절벽을 따라 이어진 유리잔도 역시 풍경 대신 안개가 채웠다. 바닥을 내려다보는 아찔함 대신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걷는 묘한 긴장감이 이어졌다.
비록 시야는 흐린 날씨에 가려졌지만, 바람과 안개·습도만으로도 천문산의 고지 환경은 뚜렷하게 체감됐다. 하산은 26인승 케이블카로 빠르게 진행됐다. 이번 경험은 풍경이 아닌 이동 과정과 체험이 더 선명하게 기억되는 여정으로 남을 것 같다.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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