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에 찾아오는 사람들의 계층이 다양한 것도 재미있다. 장날이면 당연히 장꾼들과 장 보러 나온 손님들이 많다. 하지만 평소에는 노년층부터 중고생들까지 연령대 폭이 넓다. 직업군도 회사원, 상인, 가정주부, 군인, 학생 등 아주 다양하다. 케이크를 사들고 와 양념곱창볶음을 시켜놓고 친구 생일파티를 하는 중고생의 모습은 진기해 보인다. 기자가 찾아간 날도 팔순 어르신 몇 분이 흑돼지소금구이를 시켜놓고 백마고지 전투 경험담과 군대시절 이야기를 하며 소주병을 비우고 있었다. 그 옆에서는 중학생 둘이 김치국밥을 맛있게 먹고, 한 편에서는 가족인 듯한 사람들이 도래창을 구웠다.
알고 보니 주인장의 인생역정도 이집 상호인 ‘몽실’만큼이나 순탄치 않았다. 김 사장의 부친은 지금의 서울신문 자리에 빚을 얻어 큰 일식집을 개업했다. 장사가 잘 되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재개발이 되는 바람에 쥐꼬리만 한 보상비를 받고 쫓겨났다. 당시 고교를 막 졸업한 김 사장은 부친을 대신해 돈벌이에 나섰다. 연세대 앞에서 순대국 장사를 시작해서 큰 돈을 만지기도 했다. 그러나 돈이 모이면 사업을 크게 벌려 모두 날리거나 남의 빚보증을 잘못 서서 곤란을 겪는 일을 수차례 되풀이했다. 시지포스의 돌처럼 고생 끝에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면 여지없이 몰락의 구렁텅이로 떨어지기를 몇 차례 반복했다.
그럴 때마다 김 사장은 폭음을 했고 아내를 괴롭혔다. 하지만 부인 구민진 씨는 그럴수록 남편을 용서하고 감싸 안았다. 남편이 다시 재기할 때까지 묵묵히 기다리고 도왔다. 그래서 김동운 사장은 지금도 늘 아내가 고맙고 미안하다. 몽실언니처럼 착하기만 한 안주인 구민진 씨와, 본바탕이 선한 김동운 씨가 운영하는 몽실식당은 분위기가 편안하다. 천둥과 먹구름을 뒤로 한 채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이들 부부의 안정감 있는 모습과 음식 탓일 게다. 구수한 숭늉을 건네주면서 주인장 김씨가 알듯 모를 듯 한마디 했다.
“고객은 왕이나 신이 아닙니다. 가족이고 식구지요.”
서울에서 거리가 멀고 테이블 배치가 조밀한 것이 흠이다. 원거리 손님에 대한 배려와 좀 더 편한 좌석 배치가 아쉬웠다. 그러나 일반 돼지보다 맛과 질이 월등한 흑돼지와 특수부위인 도래창을 착한 가격에 즐길 수 있어, 부부끼리 친구끼리 부담 없이 한 잔 하기 좋은 곳이다. 주말이나 휴일에 나들이 삼아 찾아가기에 좋다.
김 사장은 대학의 조리학과는 물론, 그럴듯한 조리교육과정을 거친 적이 없다.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태어나고 자라, 고교 졸업과 동시에 여러 장터를 돌면서 음식을 만들어 팔아왔다. 그래서 몽실식당의 음식에서는 ‘제도권 음식’에서 맛볼 수 없는 장터의 바람 냄새와 흥겨운 맛이 스며있다.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 양근리 176-27. 031-771-9296.

고풍스런 한옥에 오리식당 차린 두 남자와 한 여자냉이 캐러 바구니랑 호미 챙겨 들고 밖으로 나가도 좋을 날씨다. 어느 시골집 토담 밑에선 갓 깨어난 병아리들을 놔둔 채 어미닭이 혼자 졸 것 같은 오후. 서울 명륜동 대학로 뒷골목의 겨우내 묵은 보도블록에 반사되는 햇살이..

서울 서초구 양재동 '렛츠 뷔페'넓은 국적불명의 '짝퉁' 바로크 풍 실내에서 그렇고 그런 오만가지 음식으로 배를 채우던 뷔페식당은 차츰 사라져간다. 그 대신 특정 메뉴나 서비스를 특화한 콘셉트 형 뷔페식당이 서서히 생겨나고 있다. 덩치가 크지 않고 음식 가짓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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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어디 갔어? 옛날 서울식 불고기! [2012/03/14 09:40]
인천 남구 학익동 '우사미 인천'불고기는 열원과 익히는 방법에 따라 크게 보면 두 종류다. 숯불에 구우면서 숯의 화기가 직접 고기에 닿도록 익히는 불고기가 있고, 마치 전골처럼 그릇에 고기와 함께 국물을 부어 화기가 고기에 직접 닿지 않고 용기를 가열시켜 익히는 불고기..
간장 베이스 소갈비와 수원식 소금갈비의 대결 [2012/02/29 11:00]
갈빗집에서 미국산 양념 소갈비는 많은 인원이 모여 질보다 양으로 음식을 즐기는 단체 회합이나 회식 때 가장 즐겨 찾는 메뉴다. ‘소갈비’이면서 맛도 좋고 한우갈비에 비해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한 편이기 때문이다. 양념갈비는 생갈비에 비해 다소 저평가된 측면이 있다. 그러..
따뜻함이 그리워질 때 훌쩍 가서 맛보는 생오리 구이 [2012/02/20 09:28]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 '온누리농장' 겨울 강은 겨울 바다보다 깊이 침묵하고 있었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각자 몸을 풀어 마침내 하나의 한강으로 흐르기 시작하는 곳, 팔당. 눈 덮인 산야의 가장 낮은 곳에 몸을 웅크린 채 강은 말이 없었다. 매서운 겨울바람이 불었..
입이 저절로 즐거워지는 맛, 매콤해물갈비찜 [2012/02/03 16:10]
광주광역시 서구 풍암동 '열구지'오디션 보러 가는 친구 따라 갔다가 친구는 떨어지고 얼떨결에 자신이 발탁되었다는 스타들의 데뷔시절 이야기를 가끔 듣게 된다. 남도음식 전문가로부터 병어조림을 기가 막히게 잘하는 식당이 광주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열구지'를 찾아갔다. 병..
들어갔다 나오면 기막힌 맛, 대체 화덕 안에서 무슨 일이? [2012/02/01 09:54]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굽다고래불'그를 처음 본 순간, 하얀 수염이 얼굴을 덮은 편안한 인상이 헤밍웨이를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인장 문상순 사장은 아무리 봐도 바다 사나이였다. 파이프를 물리고 마도로스 캡을 씌워 브리지에 세우면 영락없는 선장님이다. 고향인..
도예가의 장인정신으로 빚은 우리밀 짬뽕 [2012/01/10 13:30]
전주시 중노송동 '홍화연'도예가와 짬뽕은 얼핏 조합이 잘 안 된다. 전주의 짬뽕 집 '홍화연' 주인장은 흙을 반죽하고 물레를 돌리는 현역 도예가다. 이인희(47) 사장은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했다. 그러나 중국산 저가 도자기가 밀려오면서 국내 도자기 산업이 무너지자 안정..
쓰린 속 달래주는 늙은 아내 같은 음식, 해장국 [2011/12/30 09:29]
서울 인근 해장국 3미(三味)또 연말이다. 이래저래 술자리가 많은 계절, 피할 수 없는 술자리 몇 군데 돌고나면 우리 몸은 피로에 지치게 마련. 고려 때의 문장가이자 소문난 술꾼이었던 이규보는 늘 하인에게 빈 독과 삽을 들고 자신을 따르게 했다. 술을 먹다가 죽으면 자..
퇴근길의 오랜 절친, 곱창전골의 모든 것 [2011/12/27 10:47]
대구광역시 곱창전골 3선날씨가 쌀쌀해지면서 해가 저물 때면 뜨끈한 음식이 간절해진다. 고소하게 우러난 국물과 씹는 맛이 좋은 곱창전골도 그런 메뉴다. 퇴근시간마다 사무실 밀집지역 주변에서 제법 손님을 끌었던 곱창전골 집을 요즘 서울에서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차츰 추억..
우아한 분위기의 귀족적 점심 식탁, 그러나 가격은 서민적 [2011/12/08 19:42]
서울 서초구 양재동 '가실'점심식사는 직장인들에게 크나큰 위안이고 즐거움이지만, 한편으로는 늘 선택을 강요당하는 괴로움이기도 하다. 무엇을 먹어야 하나, 어느 식당으로 가야 하나? 기자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새로 사무실이 이사 온 서울 양재동은 고만고만한 회사에서부터..
화로에서 익어가는 맛난 돼지갈비맛과 가족애 [2011/12/08 18:50]
경기 고양시 용두동 '황가설등심'구이용 고기의 흐름이 생고기 일변도에서 양념구이로 일부 회귀하는 흐름이 차츰 늘고 있다. 서울 서오릉 근처 '황가설등심' 주인장 류경선 씨는 고깃집 주방에서 20여 년 넘게 고기를 자르고 양념하고 구웠다. 스무 살에 외식업계에 뛰어들어 ..
차가운 칼바람 물리칠 칼칼한 민물매운탕 [2011/11/30 09:56]
발로 뛰어 발굴한 숨은 맛집 (49) 서울 도봉구 방학1동 '마포소양강 민물매운탕'성큼 겨울이 왔다. 잔뜩 찌푸린 날씨에 음산한 바람과 기운이 몸속으로 스며든다. 한나절 추위에 떨다보면 몸을 덥혀줄 음식을 찾게 된다. 겨울의 문턱에서 먹는 얼큰하고 뜨끈한 민물 매운탕은..
소걸음처럼 우직하고 정직한 갈비탕 [2011/11/29 09:26]
발로 뛰어 발굴한 숨은 맛집 (48)서울 서초구 양재동 '소백산'우리 민족의 고기에 대한 정서는 확실히 남다른 데가 있다. 고기가 다른 민족에게는 여러 식재료 가운데 하나에 불과할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에겐 고기를 먹는 횟수나 양이 그 사람의 사회 계층과 생활수준을 나..
밥 한 끼 제대로 먹을 수 있는 기사식당 찾아보니… [2011/11/18 09:26]
서울 강동구 천호동 기사식당 '은성'하얀색 포터 트럭이 식당 앞에 멈추자 문이 열렸다. 운전석에서 중년의 여인이 나오더니 채소와 나물 등을 잽싸게 내린다. 주방에서 쓸 식재료를 구매해온 기사식당 ‘은성’의 지일순(47) 사장이다. 운전기사와 주변 직장인들에게 신선한 반..
명장이 연출하는 남도음식의 '징헌 맛' [2011/11/08 09:38]
서울 구로구 구로동 '미담불고기'직장 초년생시절, 광주는 매력적인 출장지였다. 장거리여서 출장비도 두둑하게 받았고 모처럼 남도 음식까지 즐길 수 있었다. 광주에 도착하면 지사의 간부나 동기들이 반갑게 맞아주었는데 식사 때면 호남지방 향토색이 물씬 풍기는 식당으로 안내하..
자연 바람 머문 자리, 하늘 닮은 청정 밥상 [2011/10/25 09:25]
처음에는 이 집 주인장이 기독교 신자인 줄 알았다. '소금'이라는 옥호를 성서에서 따다 썼겠거니 지레짐작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오히려 성경에 그런 말씀이 다 있느냐며 깜짝 놀라 되묻는다. 하지만 예수가 2000년 전에 마태의 손을 빌려 말씀하신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
쫄깃하고 고소하게 씹히는 달달한 내장구이 [2011/10/18 10:05]
“손님, 안주는 뭐로 드릴까요?”“몸속에 허파 있고 간도 있고 곱창도 있는데 뭐 하러 안주를 먹어요. 술만 넣어주면 되지.”소설가 한창훈 씨가 어느 음식점에서 해학의 달인 이문구 선생의 소설 한 구절을 인용해 배꼽을 잡았다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내장구이’ 하면 술 생..
한줄기 우동 면발에 정열을 불어넣은 장인 [2011/10/10 10:48]
사누키우동 집의 풍경이 점차 변하고 있다. 소울푸드나 에스닉푸드로서의 사누키우동을 선보였던 기존의 전통적인 우동 집들을 제치고 현대적 경영 개념을 도입한 새로운 형태의 우동 가게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탄탄한 자본력과 최신 경영기법으로 무장하고 사누키우동 시장..
전통방식을 고수하여 만든 장인의 우동 한 그릇 [2011/10/04 09:45]
‘자루우동’의 원조이자 오오히라 전 총리의 단골 집 가와후쿠(川福) 본점(주소/타카마츠시 다이쿠마치 전화/087-822-1956, 영업시간/11:00~24:00(무휴), 주인/다끼가와 이츠코)소화 25년(1950년)에 창업하여 환갑을 넘긴 노포다. 외지인들에게 대표적인..
알수록 빠져드는 맛, 이게 사누키우동이다 [2011/09/28 10:07]
최근 사누키우동 애호가들이 점차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탱글탱글한 면발의 식감, 소스와 토핑재료에 따라 다양하게 맛을 낼 수 있는 사누키우동 만의 특징이 미식가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 같은 먹을거리로서 매력 외에도 영화와 책으로 알려진 사누키우동의 감성적 이미지는 외국 ..
뜨는 부위 목살, 동료와 함께 구우니 더 맛있네! [2011/09/05 09:40]
돼지고기 가운데 가장 인기가 좋은 삼겹살은 고소한 맛이 있지만 어느 정도 먹으면 지방질 때문에 느끼하고 몸 생각하는 사람은 적지 않은 기름기가 신경 쓰이는 게 사실이다. 이에 비해 목살은 육질도 좋고 비계가 알맞게 섞여있어 담백한데다가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다. 고기의 ..
상처와 상실의 시대에 위로가 되는 밥상 [2011/08/30 09:37]
조상님이 물려주신 최고의 맛, 탕국! 요즘 우리 집안 제사 풍습도 많이 변했다. 참석범위도 예전보다 훨씬 줄었고 모시는 시각도 0시가 아닌 저녁시간대로 옮겼으며, 절차도 그전에 비해 간소화되었다. 그래도 조상님에 대한 추모의 정과 함께 제삿밥 맛은 여전히 변함없다. 제..
이남 사람 입맛에 맞춘 '이북식 만두' [2011/08/23 10:16]
인천시 부평구 청천동 '이북식만두'주인장 이씨, 황해도 송화 태생 한국전쟁 때 월남1935년 7월 31일자 동아일보는 ‘풍획(豊獲)된 까나리 임우(霖雨)로 부패(腐敗) 심다(甚多)’라는 제목 아래 ‘...임우로 인하야 연일 수십 통씩 잡히는 까나리를 말리우지 못하야 썩..
홈메이드 콘셉트의 샐러드 카페 [2011/08/12 18:26]
서울 이촌동에 동네의 부엌을 자임한 홈메이드 콘셉트의 샐러드 카페 레스토랑이 생겼다. 그래서 이름도 ‘이촌동의 부엌’이라는 의미로 ‘키친 ․ i(이촌동의 머리글자)’다. 최근 여성 전문직 종사자가 늘면서 주부의 조리 시간이 줄고 있다. 이에 따라 매식이 늘고 있지만 아..
유명 횟집에서 맛보기 힘든 '전복 된장 샤브샤브' [2011/08/04 10:05]
소렌토에서 카프리로 간 까닭은?몇 해 전 이탈리아를 여행했을 때, 소렌토에서 예정에도 없는 카프리 섬에 들렀던 것은 신생 제정 로마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초기 황제 티베리우스의 흔적이 궁금해서였지만 내심 기회가 되면 해안가에서 회나 한 접시 먹어야겠다는 기대감이 컸기 ..
여름 내 실컷 먹었던 아버지 땀내 짙게 밴 국수 [2011/07/26 13:23]
여름 내 실컷 먹었던 아버지 땀내 짙게 밴 국수우리 식구는 모두 밀가루 음식을 좋아했다. 그래서 밀이 익는 첫여름이면 아버지의 일손은 더 바빴다. 정적인 시골 선비였던 아버지가 드물게 동적인 모습을 보이는 날이었다. 날을 잡아 밀을 베고 단으로 묶어서 말려둔다. 웬만큼..
순한 갈비 살결의 맛이 '최고'… 자꾸 입맛이 당기는 집 [2011/07/20 13:24]
민족시인 이육사의 고장, 안동에 가면 자석에 끌리듯 나도 모르게 안동역 앞의 갈비골목으로 들어서게 된다. 사람 냄새 물씬 나는 골목 분위기도 좋지만, 대도시의 웬만한 갈비보다 훨씬 질 좋은 갈비를 아주 싼 가격에 맛볼 수 있는 매력 때문이다. 안동 갈비골목에서도 가장 ..
대륙의 끝에서 만난 정감 어린 중화 분식 [2011/07/11 09:49]
유라시아 대륙의 맨 끝, 부산에 서면 가끔 막막한 느낌이 들곤 한다. 그곳은 더 이상 갈 수 있는 여분의 땅이 없는 곳, 다시 되돌아서야 하는 지점이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그런지 부산에 가서 볼 일을 다 보고 발길을 돌려 올라올 때면 왠지 늘 알 수 없는 미련이 남는다..
초계탕에서 진화한 이북식 차가운 닭국수 [2011/07/08 08:31]
굴곡진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아픈 장면은 아무래도 남북분단일 것이다. 모든 분야에서 반 토막이 났으니 민족사에 이 같은 불행이 또 없다. 면면히 이어오던 전통음식도 예외가 아니어서 삼팔선과 휴전선 이북의 음식은 이제 연로한 원로들의 추억담에서나 그 존재를 희미하게 유추..
탄력 있는 면발·메밀 풍미 두루 갖춘 소바 [2011/07/04 09:08]
서울 강남에 우동과 소바(蕎麥, 원래 메밀 자체를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소바키리(蕎麥切)’, 즉 일본식 메밀국수를 가리키는 말로 널리 쓰임)전문점이 있었다. 메밀 소바를 무척 좋아했던 지인 한 사람은 아이들까지 데리고 이 집에 갈만큼 충성도 높은 고객이었다. 일본 강점..
부장님 취향과 대리님 입맛에 맞는 즉석양념갈비 [2011/06/24 11:30]
예전 프로야구 선수들, 갈비 5~10인분은 거뜬 과거 기자가 근무했던 회사에서는 프로야구단을 운영하였다. 해마다 우승을 독차지하는 명문구단이었는데 지방도시에 연고를 두고 있었다. 서울에서 원정경기가 있을 때면 그룹회장이 수시로 선수단을 강남에 있는 ㄴ공원이나 ㅅ가든 등..
추억 속 자장면 나오는 '동네 중국집' [2011/06/20 13:29]
음식의 맛과 냄새는 뇌 속 깊숙이 저장되어 있다가 어떤 계기가 되면 슬그머니 기어 나오는데 그 냄새와 연관된 장소와 사람과 사건까지 줄줄이 끌고 나온다. 어느 지인과 대화하다가 우연히 자장면과 자신이 예전에 먹었던 중국집 얘기가 나왔다. 중국인이었던 그 집 주인이며 그..
소박하고 촌스러운 팥빙수 맛의 미덕 [2011/06/14 08:33]
이열치열? 옛 사람들도 여름에는 얼음이 먹고 싶었다나는 어느 한의사 선생님이 지난 여름에 했던 일을 기억하고 있다. 그는 배탈이 나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너무 찬 음식을 많이 섭취하지 말라’고 일렀다. 그러면서 본인은 퇴근할 때마다 아이스크림 점에 들러 팥빙수 1인분을..
사부곡(思夫曲)으로 끓인 다슬기해장국의 깊은 맛 [2011/06/08 10:20]
춘천을 지나 화천으로 접어들어서도 몇 개의 고개를 넘고 몇 번 물굽이를 돌았다. 구만리 발전소 인근을 지나는데 주인장인 듯한 아주머니가 식당 앞에서 배추와 아욱을 다듬고 있었다. <월미 달팽이해장국>의 주인장 정원만(53) 씨였다. 전날 화천에 사는 분에게 ..
서울에서 맛보는 홍콩의 맛, 완탕면 [2011/06/01 14:34]
완탕면은 패스트푸드처럼 간편하게 먹는 음식인터넷에서 우연히 ‘완탕면’이란 세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다음 순간 영화 ‘중경삼림’의 분위기와 이미지가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뒤이어 완탕면으로 보이는 음식을 먹었던 등장인물들의 구체적인 영상들이 휘리릭 떠올랐다. 영화를 볼 때..
부산 가면 멸치쌈밥을 꼭 먹어봐야한다? [2011/05/27 11:26]
부산 가면 멸치쌈밥 먹어봐야한다?외식업 창업관련 전시회가 열린 부산 벡스코 행사장에 취재차 갔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밀려올 관람객을 예상해 업체마다 홍보물을 잔뜩 준비해놓고 기대감에 부풀었는데 아침부터 쏟아지는 폭우로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다..
"이건 크림파스타가 아닙니다. 콩국수예요!" [2011/05/23 09:01]
농민과 서민의 여름철 보양식이었던 콩국수어머니가 만들어준 음식이 무어는 맛이 없을까마는 날이 더워지면서 부쩍 어린 시절의 콩국수 생각이 간절하다. 우리 집 맷돌은 평소 건넌방 툇마루 밑 주춧돌 옆에 먼지를 뒤집어쓴 채 모로 세워져있었다. 집안에 큰일이 있거나 명절 때가..
송강 옛터, 정철의 후손이 차린 품격 높은 밥상 [2011/05/20 09:53]
길 끝에서 만난 명당자리 한정식집대숲과 배롱나무 우거진 숲 사이로 여울이 이어진다. 여울을 따라 좁다란 숲길이 나 있고 그 길을 따라 웬만큼 올라왔는데 <바람소리>는 자신의 모습을 쉬 보여주지 않는다. 길은 가늘었지만 끊어지지 않았다. 마치 승과 속을 이어주..
발로 뛰어 발굴한 숨은 맛집 ㉑ 서울 신세계 백화점 본점 내 '화니' [2011/05/16 10:20]
모던 보이들의 갈등과 욕망 발화점, ‘미쓰코시 백화점’식민지 조선의 지식인 청년, 이상(李箱)에게 미쓰코시 백화점(지금의 신세계백화점)은 특별한 장소였다. ‘모단보이’였던 그는 늘 새롭고 모던한 대상을 찾아다녔고, 1930년 10월 지상 4층 지하 1층으로 문을 연 미..
최고급 일식당 사장님이 '1,500원 국숫집'을 차린 까닭은? [2011/05/13 10:21]
부산 웨스틴조선호텔과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 있는 쿠로마츠(黒松)는 부산광역시에서는 최고급 일식집으로 알려졌다. 이 두 곳의 주인은 김주영 대표다. 그런데 그가 2010년 7월, 뜬금없이 해운대에 1,500원짜리 국숫집을 열자 주변 지인들은 모두 어리둥절해 했다.
맛도 좋고 옛날에 먹어본 그 맛… 추억의 돈가스 [2011/05/06 08:39]
잡지에서 오려낸 ‘양식 먹는 방법’을 외우고 약속시간보다 30분 일찍 나간 경양식(輕洋食) 집은 아무래도 편안한 자리는 아니었다. 친구들과 노상 출입하던 학교 앞 분식집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조명, 생전 처음 들어보는 잔잔하면서 조용한 음악, 레이..
황태칼국수와 찜 맛이 예사롭지 않은 숨은 맛집 [2011/04/29 08:49]
신의 마음도 움직이는 명태, 건강식으로 주목2, 7일장인 선산 장은 경북 서부지역에서는 꽤 큰 장이다. 인근의 김천 구미 상주에서도 장꾼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따뜻한 봄볕이 내리쬐는 장터는 포근하고 흥겨웠다. 수세미와 양말, 빗자루, 그릇을 파는 잡화점, 아동복과 신발..
'짬뽕 좀 한다'고 소문난 집들 찾아가보니 [2011/04/22 09:09]
졸업식 날의 음식은 단연 짬뽕이었다. 아침 일찍 등교해서 예행연습을 하고 길고 긴 송사와 답사, 각종 시상식에 졸업식 노래를 부르고 나면 더없이 춥고 허전했다. 식구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교문을 나서서 당연하다는 듯이 김이 무럭무럭 나는 중국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몸속으..
캘리포니아 롤, 아직도 맛있는 집은 있다 [2011/04/18 13:12]
롤은 날생선 먹지 않는 미국인 입맛에 맞게 스시 변형시킨 것음식도 그 내력을 추적하다보면 생활문화사의 일부로서 정치 경제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정치 경제적으로 패권을 장악한 세력의 음식이 주변세력의 식탁까지 점령하는 장면을 역사의 페이지에서 심심치..
제대로 구운 장어로 새봄의 활력을 '펄떡펄떡' [2011/04/15 13:08]
장어, 정력에만 좋은 줄 알았는데…장어에는 양질의 지방과 단백질이 풍부해 예로부터 허약체질인 사람들이 몸보신용으로 애용하여 왔다. 철분과 비타민 A, 칼슘이 많아 어린이 성장발육에 좋고, 여성의 난소작용을 활발하게 하여 탄력 있는 피부와 주름방지에 효과가 있으며, 특히..
'냄비 들고 찾아와' 사가는 칼국숫집 [2011/04/08 10:09]
손맛과 정성으로 끓인 동네 칼국수중년의 부부가 탄 고급 세단이 대로변에 멈추었다. 딸인 듯한 학생이 빈 냄비를 가지고 차에서 내렸다. 그 여학생은 이내 시장 안으로 사라졌다가 한참 만에 냄비에 뭔가를 담아서 조심스럽게 다시 차에 올랐다. 하도 궁금해 쫓아가서 물었다. ..
국민육류 '삼겹살', 맛있는 집 어디 없나요? [2011/04/04 09:07]
“문제는 숙성이야, 바보야!”대학시절인 80년대, 동기들과 가끔 들르던 학교 앞 학사주점 벽에서 새로운 안주 이름을 발견하였다. 거기엔 주인 아주머니의 삐뚤빼뚤한 서체로 ‘삼겹살’이라고 씌어 있었다. 당시의 자세한 가격이나 맛은 생각나지 않지만 살점과 지방층이 정확하게..
진한 곰국물에 말아낸 국수, 곰국시 [2011/03/28 08:55]
진한 곰국물에 말아낸 국수, 곰국시곰탕 하면 기자가 한 때 근무했던 어느 대기업체 사장님이 떠오른다. 그는 재계는 물론이고 정계와 문화체육계에서도 두루 활동했던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부하직원들과 사적인 술자리에서 어려웠던 지난 시절의 이야기를 가끔씩 들려주곤 했는데,..
참을 수 없는 면발의 쫄깃함, 사누키우동 [2011/03/25 10:34]
우동 한 그릇에 인생이 담겨 있다!음식은 생명유지와 육체적 활동을 위한 에너지원을 공급하면서 인간의 정서활동에도 깊이 관여한다. 만든 이와 먹는 이 사이의 매개체로서 수많은 코드가 음식에는 들어있다. 때로는 음식을 먹으며 정과 사랑을 느끼기도 하고, 추억과 그리움에 빠..
오래된 탕반문화의 간판스타… 육개장 스타일의 해장국 [2011/03/21 10:01]
고기 푸짐한 육개장 스타일오래된 탕반문화의 간판스타 조선후기 풍속화의 3인방이라 할 수 있는 신윤복, 김홍도, 김득신이 모두 당시의 주막을 소재로 그린 그림이 있다. 김홍도의 ‘주막’에서는 지체가 높지 않아 보이는 행인이 주막의 넓적돌에 앉아서 그릇을 기울여..
몸에, 입에, 눈에도 좋은 '엄나무순 돌솥밥' [2011/03/18 09:43]
삿된 것 지키는 엄나무, 우리 건강까지 지켜줘엄나무 가지를 보면 외갓집 생각이 난다. 어렸을 적 외갓집에 가면, 온갖 삿된 것들이 대문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늘 엄나무 가지가 문설주 위에서 무서운 가시를 꼿꼿이 세우고 노려보았다. 대문을 들어설 때면 그 서슬에 나도 모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