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발생 2년 여를 훌쩍 넘긴 천안함 침몰의 진실을 규명하는 데 제3의 재미과학자들이 등장해 새로운 분석으로 국방부와 민군 합조단의 어뢰피격설을 논박하고 나섰다.

22일 오후 한겨레가 토요판용으로 온라인에 올린 기사에 따르면, 미 샌디애고에 거주하고 있는 버클리대 전기·컴퓨터공학 박사 출신의 유도무기와 대잠수함전 전문가인 안수명 박사(69)는 지난해 6월부터 정보공개법에 따라 미 해군쪽에 천안함 자료를 요청한지 1년이 다 된 이달초에야 ‘미 해군 토머스 에클스 제독의 보고서’와 ‘다국적정보지원분과 보고서’만을 건네받았다.

안 박사에게 처음으로 공개된 에클스 보고서와 관련해 안 박사는 “에클스 제독이 내린 결론(요약)이 천안함 합조단의 중간 보고서(최종보고서도 동일)의 결론과 다르다”고 의문을 제기했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천안함이 북한 잠수함의 CHT-02D라는 어뢰에 의해 침몰됐다’는 합조단 보고서에 대해 에클스의 보고서는 “어뢰가 유력(most likely a torpedo)”. “가능성으로 그러나 매우 낮지만(Possibly, but very unlikely, a moored mine) 계류기뢰”라고 밝혔다는 것. 안 박사는 “에클스는 자신이 서명한 합조단 보고서와는 달리 여기선 기뢰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안 박사는 백령도 인근 해상의 조건에서 기뢰가 아니라면 (기뢰가 아닌 조건이) 어뢰에도 해당되며, 거꾸로 어뢰라고 하는데 왜 기뢰는 안되느냐는 의문을 제기했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또한 지난 1977년 국방과학연구소와 제일정밀공업 등이 육상조종기뢰(MK-6 폭뢰)를 설치한 것과 관련해 안 박사는 “아직 남아 있는 2차대전 때의 기뢰도 폭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수명 박사가 출간한 보고서.
 
이른바 ‘1번 어뢰’의 음향탐지 가능성에 대해서도 안 박사는 백령도와 같은 서해 인근 해상의 조건에서는 탐지음파 대 소음(Signal to Noise ratio)의 차이를 모르기에 음향에 수중탐지나 추적은 거의 (수학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영화에서 많이 봤기 때문에 어뢰의 공격 성공률이 높은 것으로 착각하는데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고 분석했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무엇보다 천안함 아래 3~6m(수심 6~9m), 가스터빈실 아래(프레임 75), 천안함 중앙(용골) 부근 약 3m 지점에서 어뢰가 버블제트 폭발로 두동강 났다는 합조단 분석에 대해 안 박사는 천안함 선폭(가로)은 10m, 어뢰의 속도를 30 노트(kts)로 보면 초당 15.3m인데, 어뢰가 천안함 선체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약 0.6 초라며 “그 순간에 합조단이 파악한 버블 지점을 찾아가 터져야 한다”고 반박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안 박사는 서해바다라는 현실의 조건과 잠수정의 공격능력, 어뢰가 목표물을 탐지해 찾아가는 음향신호 처리의 관점에서 보면 그 확률은 소숫점이 얼마가 되든 0.0000001% 수준으로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안 박사는 앞서 지난 2월 출간한 ‘북한 잠수함이 남한 천안함을 침몰시켰는가’라는 보고서에서 천안함 잠수정 어뢰피격이라는 합조단의 결론에 대해 “그것이‘어떻게 가능했는지에 대한 논증은 하나도 없다”는 의문과 판단을 담았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이와 별도로 안 박사는 1년 여 전인 지난해 6월부터 변호사를 통해 자료공개를 요구해왔다.

이와 함께 미국 퍼듀대 화학공악 박사로 알루미늄 촉매·부식 및 폭약전문가인 김광섭 박사는 지난 4월25~27일 제주 서귀포에서 열린 한국화학공학회 총회 분과 학술강연에 초청받았으나 강연 직전 ‘정치적 영향’을 이유로 돌연 김 박사 강연이 취소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김 박사의 논문은 ‘천안함 침몰사건-흡착물과 1번 글씨에 근거한 어뢰설을 검증하기 위한 버블의 온도계산’으로, 김 박사는 강연 발표문에서 천안함 합조단의 알루미늄 흡착물질 분석이 잘못됐다는 점과, 1번 어뢰의 인양장소가 ‘1번 어뢰설’을 증명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지적했더니 발표가 취소됐다고 한겨레와 전화 및 이메일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 발표 논문에서 김 박사는 합조단이 주장한 흡착물질의 성분이라는 ‘비결정성 알루미늄산화물(AlxOx)’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흡착성을 갖는(젤라티노스)’ 황산화알루미늄수산화물(SaGAHs)로 제시했다. 이는 알루미늄 폭약이 수중 폭발 그리고 바닷물의 황산이온과의 화학적 변화를 거쳐 생성된 것으로, 그 근거에 대해 김 박사는 “합조단이 최종보고서에 부록 포함시킨 흡착물질의 열분석 실험자료(TGA/DTA)가 이를 확인해주고 있다”고 밝혔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안수명 박사가 출간한 보고서.
 
그는 합조단의 견해에 대해 “충격파와 버블의 붕괴과정에서 폭약에서 유래한 흡착물질이 총알처럼 날아와 선체 선미등에 분산돼 붙어 있게 됐다”는 총알설에 비유하면서 “현실은 흡착물질이 알루미늄 및 철의 판재에서만 발견된다. 뿐만 아니라 폭발의 영향권 밖에서도 발견되고 있다”고 정면 반박했다. 양판석, 정기영 교수의 흡착물질 분석 결론과도 유사하다.

 

다만 그는 양판석·정기영 두 교수의 침전물(알루미늄황산염수화물,바스알루미나이트)이라는 분석에 대해서도 “이런 흡착을 설명 못한다”며 “(자신의) ‘SaGAHs 설’은 해수에 의한 분산과 수소결합에 의한 흡착으로 이를 설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흡착물질과 관련한 김 박사의 주장 가운데 또 다른 핵심적인 논거는 이 흡착물질이 폭발로만 형성되는 게 아니며 따라서 하나가 아니라, 알루미늄 판재들이 철과 전기적으로 연결되면 이른바 갤바닉(Galvanic) 부식현상에 의해 흡착물질이 형성된다는 것. 이는 알루미늄폭약의 폭발로 생성된 흡착물질과 화학적으로나 육안으로 봐도 거의 같다는 분석이다.

수거된 어뢰 부품의 프로펠러가 50일간 해수에 있었다면 그 흡착물질은 폭발이 아닌 부식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합조단은 이를 구분하지 않았다”며 “따라서 자신들의 실험에서 나온 백색분말과 1번 어뢰, 선체 등에 발견되는 백색분말의 동질성을 증명할 수 없었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1번 어뢰에 붙어있는 흡착물질.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한편, 김 박사가 지난 4월 열린 학회 강연 취소와 관련해 화공학회쪽으로부터 받은 이메일을 보면 “화공학회는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하는데 (김 박사의) 논문은 금년에 두번 있는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대목이 있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1962년 창립한 한국화학공학회는 회원 5700명이 활동하는 공학 분야 최대 학회로 꼽힌다.

 

또한 김 박사는 “국방부쪽에도 미리 논문을 보내 증명이 안된 1번 어뢰설을 수정하라고 제안했는데, 그때 화공학회 강연예정 사실도 알렸다”고 밝혔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 수정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화공학회는 김 박사의 강연을 취소했다. 외압에 의해 초청 강의는 취소됐지만 김 박사는 이를 학술적인 논문으로 재작성해 국제학술지에 게재할 예정이라고 한겨레는 전했다.

이와 함께 미 해군으로부터 천안함 자료 두 건 외에 다른 전체 천안함 자료를 받지 못한 안수명 박사는 미 해군이 지난 12일 “존재 여부에 관한 확인도 불가능하다”고 통보해왔다고 밝혔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천안함 사건의 진실에 다가서기 위한 김광섭, 안수명 두 박사의 노력이 각각 한국과 미국에서 큰 암초를 만난 것이라고 한겨레는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