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실은 맛이 시고, 독이 없으며, 기를 내리고 열과 가슴앓이를 없앤다.
또한 마음을 편하게 하며 갈증과 설사를 멈추게 한다. 근육과 맥박이 활기를 찾는다." - 동의보감
"매실은 간과 담을 다스리며 근(筋)을 튼튼하게 해준다. 피로 해소, 노화 예방 효과도 있다." - 본초강목
"매화가 조춘만화(早春萬花)의 괴(魁)로서 엄한(嚴寒)을 두려워하지 않고 발화하는 것은,
그 수성(樹性) 자체가 비할 수 없이 강인한 것을 말하는 것으로,
이 동양 고유의 수종이 그 가지를 풍부하게 뻗치고 번무(繁茂)하는 상태를 보더라도,
이 나무가 다른 과수(果樹)에 비해서 얼마나 왕성한 식물인가 하는 것을 알 수 있거니와,
그러므로 또한 매실이 그 독특한 산미(酸味)와 특종의 성분을 가지고 고래로 귀중한 의약의 자(資)가 되어 효험이 현저한 것도 마땅한 일이라 할밖에 없다." - (김진섭 '매화찬(梅花讚)')
숙성전 매실청
대추만 한 크기의 녹색 열매가 가지마다 주렁주렁 열리는 이 계절, 매실은 말 그대로 '푸른 보약'이 된다.
하지만 매실을 날것으로 먹을 수는 없다.
덜 익은 매실의 씨와 과육에 '아미그달린'이라는 독성 물질이 들어 있는데 많이 먹으면 유독한 '청산(靑酸)'으로 분해돼 중독을 일으킨다.
하지만 매실주 등 음식이나 약재로 가공하면 청산 성분은 대부분 없어진다.
'매실청'은 이러한 매실을 이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여름이 시작되기 전 담가놓은 매실청은 1년을 두고 먹을 수 있는 천연 음료요, 조미료이자 소화제가 된다.
'매실청'은 필요한 재료도 많지 않고 담그는 법도 간단하다. 집에서 손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매실청 담그기를 소개한다.
[매실청 만드는 법]
- 요리연구가 이보은씨는“매실청을 만들 때 매실 꼭지를 잘 따줘야 이물감이 없고 맛도 깔끔하다”고 했다. / 이경민 기자
1 매실을 깨끗이 씻어 물기를 완전히 뺀다
매실은 직경 4㎝ 정도의 타원형 열매를 고르는 게 좋다.
푸른 색이 선명하고 겉이 단단한 것이 좋은 매실이다.
요리 전문가들은 깨물어 봤을 때 씨가 작고 과육에서 단맛과 신맛이 함께 나는 것을 추천한다.
2 꼭지 부분의 이물질을 이쑤시개 등으로 제거한다
보통 매실 꼭지는 손톱으로 치면 쉽게 빠진다.
하지만 꼭지가 떨어지고 검은 흔적만 붙어 있는 경우에는 이쑤시개 등을 사용해 이물질을 제거해주는 게 좋다.
3 매실을 이쑤시개로 2~3군데 찔러 구멍 낸다
구멍을 내줘야 발효 시 매실 진액이 더 잘 우러나온다
4 매실과 설탕, 프락토올리고당을 10:10:1의 비율로 넣는다
올리고당을 넣어야 칼로리를 낮춰주고, 발효 후에도 매실의 탱탱한 과육을 유지할 수 있다.
올리고당은 이소말토올리고당(옥수수 전분을 원료로 한 올리고당) 대신 반드시
프락토올리고당(사탕수수를 원료로 한 올리고당)을 사용해야 한다.
이소말토올리고당을 넣으면 수분 함량이 높아져 곰팡이가 생긴다.
5 나무 국자를 사용해 저어 준다
나무 국자는 매실청의 산화를 막아준다.
요리연구가 이보은씨는 "대추를 넣어주면 매실의 독성을 중화시키고 더 부드러운 맛을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6 매실청을 담그고 매실과 설탕이 잘 섞일 수 있도록 일주일에 한 번씩 매실청을 담은 용기를 굴려준다
설탕은 백설탕이나 흑설탕 모두 괜찮다.
흰설탕을 사용하면 당도가 올라가고 색이 옅어져 음식 첨가제로 쓰기 좋다.
흑설탕을 사용하면 반대로 당도는 낮아지고 색이 짙어져 차나 술로 활용하기 좋다.
7 매실 용기를 잘 밀봉하여 서늘하고 공기가 잘 통하는 곳에 90일간 보관한다
숙성 기간이 지난 뒤 곱게 걸러낸 진액이 매실청이다. 매실청은 다양한 음식을 만들 때 설탕 대신 사용할 수 있다.
불고기를 만들거나 나물을 무칠 때 매실청을 넣으면 재료의 식감을 살려 조리할 수 있다.
커피잔 1잔 기준으로 매실청 2큰술과 물을 섞으면 맛이 깊은 매실차를 즐길 수 있고,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딸기 셰이크나 밀크 셰이크를 만들 때 설탕 대신 매실청을 사용해도 좋다.
매실청을 만들고 남은 매실은 과육과 씨를 분리해 과육은 장아찌를 담고 씨는 베갯속으로 활용할 수 있다.
매실 장아찌는 매실 과육에 고추장과 물엿을 섞어 만든다. 새콤하고 매콤한 맛이 일품인 밥반찬이 된다.
깨끗이 씻어 말린 매실 씨앗을 베갯 속으로 쓰면 불면증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실의 효능]
최근 매실이 인기를 끌면서 매실 효능에 대한 연구도 많아졌다.
한때 매실은 '천연 소화제'처럼 인식되는 게 보통이었지만, 최근에는 매실의 해독 기능이 주목을 받고 있다.
매실에는 피크린산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것이 독성 물질을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피크린산은 식중독, 배탈 등 음식으로 인한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
또 피루브산 성분은 간의 해독 작용을 도와 늘 피곤하거나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에게 좋다. 술을 마시고 난 뒤 매실 농축액을 물에 타서 마시면 숙취 해소 효과가 있다.
경상대학교 연구팀이 2006년 내놓은 '국내 매실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기능성 물질 및 가공 기술 개발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매실은 피로해소에 도움이 된다. 매실은 구연산이 풍부한데, 구연산이 우리 몸 안의 산성 노폐물을 분해해 몸 밖으로 배출해 주고 근육에 쌓인 젖산을 분해해 주기 때문이다.
체질 개선 효과도 있다. 매실은 알칼리성 식품이라 꾸준히 먹으면 육류와 인스턴트 음식 과다 섭취로 인한 체질의 산성화 증상(두통·불면증·현기증 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준다.
오장육부 중 간을 튼튼하게 하는 '매실'
동양사상의 음식과 영양의 논리는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이 기초가 된다. 식재료를 선택할 때도 이 조화와 균형을 유념하고 있다.
우주에 음양이 있듯이 인체에도 음양이 존재한다.
오장(五臟; 신장, 간장, 비장, 폐, 심장)은 음이고,
육부(六腑; 위, 대장, 소장 담, 방광, 삼초)는 양이다.
인간의 병은 음양의 조화와 균형이 무너져서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오방색에서 인(仁-靑), 의(義-白), 예(禮-赤), 지(志-黑), 신(信-黃)의 덕목을 보았다.
식재료도 크게 다섯 가지 색으로 분류했다. 신체기관의 균형과 조화로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미나리, 실파, 호박, 오이 등 녹색 식물의 엽록소는 간장에 쌓인 피로를 풀어줘 아픈 간장과 쓸개를 건강하게 한다.
간과 담 = 나무의 기운·녹색 음식
간과 쓸개는 나무의 기운과 연결돼 있다. 녹색 음식을 섭취하면 좋다.
웰빙의 대명사 녹차부터 매실, 시금치, 미나리, 브로콜리, 올리브 등을 섭취하면 간과 담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
특히 간과 담이 좋지 않은 사람은 쉽게 피곤해 한다.
눈의 힘이 약해지며 성격이 급한 경우가 많다. 녹색 음식은 급한 성격을 진정시키고 몸의 긴장을 완화해준다.
간장은 혈액을 저장하고 그 양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간이 약하면 어지럽고 근육이 딱딱하게 굳어져서 몸을 움직이기 불편하다.
특히 어깨부위 근육이 굳어져서 쉽게 피곤해진다. 여성의 경우 월경 양이 줄고 심하면 생리가 아예 없어지기도 한다.
간은 감정과 더불어 정서적인 활동을 안정되게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소화, 흡수와 수분대사를 원활하게 촉진하는 소설(疏泄) 작용도 한다.
따라서 간이 나쁘면 정서적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 우울하고 흥분하기 쉽다. 화가 나고 짜증났을 때 오랫동안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즉 스트레스가 쌓여서 풀어지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다.
분하고 억울하면 옆구리가 당기고 불편해진다. 늘 우울해 즐거움 대신 의심이 많아져 걱정을 하게 된다.
증상이 심하면 침울하고 감성적이 된다. 흥분하면 조급해지고 걸핏하면 화를 잘 낸다. 불면증이 오기도 한다.
때로는 코피나 토혈, 자궁출혈이 있을 수도 있다.
근육과 시력을 조절하는 간
간은 근육을 주관한다. 간이 약하면 수족이 부들부들 떨린다. 몸을 굽히고 펴는 행동이 불편해 운동 장애가 온다.
사지가 뻣뻣해져 마치 쥐가 나면서 마비되듯이 풍기가 생기기도 한다.
간 기능은 손톱에도 반영된다. 간이 안 좋으면 손톱이 얇아지고 물러진다. 그래서 손톱 깎을 때 깔끔하게 깎이지 않는다.
심하면 손톱이 변형되고 갈라지기까지 한다.
이는 눈과도 연관되어 있다. 간이 약하면 눈이 건조해 뻑뻑하며 사물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빨갛게 충혈 돼 아프고 눈에 막이 껴 심하면 야맹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또한 소화 흡수가 안돼서 늘 메스껍고 신물이 올라온다. 가스도 많이 차고 배가 항상 부글거린다.
수분대사 장애로 잘 붓거나 배에 물이 차는 복수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렇듯 간이 병들면 피곤할뿐더러 감정 조절이 안 되고 눈과 근육 등이 정상적이지 못해 불편이 크다.
간이 불편하면 약에 의존하기보다 섭생을 통해서 간을 보호하는 것이 최적의 양생법이라고 생각한다.
간은 녹색 음식과 잘 맞는다.
그 중 대표적인 매실, 시금치, 미나리, 브로콜리 등이나 푸른 생선을 응용하면 간 건강에 도움이 되는 환상적인 음식 궁합이 될 수 있다.
특히 간 건강을 위해 주목해야 할 것이 최적의 궁합을 자랑하는 매실이다. 매실은 지친 몸의 피로 회복에 효과가 있다.
매실을 말리는 완성 단계에서 씨를 갈아 으깨 함께 끓이면 아주 좋다. 말린 매실이나 매실주를 먹으면 식욕 부진이나 위통을 치료할 수 있다.
또한 건위 작용, 감기 체질 개선, 식중독 예방, 당뇨 등의 치료에 위력을 발휘한다.
특히 매실 씨 속에 아미그달린이라는 항암 성분이 있어 주목 받고 있다.
매실은 강알칼리 식품으로 산성 체질에 좋다. 따라서 피로 회복과 알레르기성 체질 개선, 피부 미용에 효과적이다.
또한 회춘 호르몬이라 불리는 파로틴의 분비를 촉진해 뼈와 근육, 혈관의 노화를 방지한다.
피부와 모발에 윤기를 주며 성호르몬의 분비도 돕는다.
칼슘과 비타민, 유기산을 다량 함유해 칼슘 흡수를 도와 뼈를 튼튼하게 해줘 골다공증을 예방한다.
다이어트를 심하게 하거나 갱년기, 노화로 뼈가 약해진 경우에 좋고 성장기 어린이 발육도 돕는다.
매실의 유기산 중 구연산은 포도당의 약 10배 효력으로 당질대사를 촉진하고 피로 회복에 탁월하다.
유기산은 위장기능을 활발하게 하고 식욕을 돋우며 변비, 설사나 거친 피부에 효능이 있다.
또한 열을 흡수하기 때문에 감기로 열이 올라 가슴이 답답할 때 해열작용을 한다. 머리가 맑지 못할 때 스트레스를 감소시켜준다.
반면에 열을 발산하는 성질도 있어 여름에 효과가 좋다.
더위에 손상된 각종 독소를 제거하고 매실에 포함된 칼슘이온이 더위에 지친 피로를 풀어준다.
매실은 숙취나 편두통, 빈혈, 멀미, 기미에도 효과가 있다. 이는 매실의 피크린산이 간장의 기능을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담석의 생성을 막고 오디괄약근을 수축시켜 담즙의 분비를 도와 소화력을 강하게 한다.
특히 지방, 단백질, 섬유소 등을 녹이는 과정에 강력한 힘이 된다.
마지막으로 대장균, 콜레라균 등에 대한 살균작용이 강하다.
카테긴산을 함유하고 있어 장의 연동운동을 활발하게 하고 장내 유산균을 소멸시켜 정장 작용을 한다.
해독 작용이 뛰어나 위 속의 산성이 강해져 여름철에 흔한 식중독을 예방할 수 있다.
이렇게 간에 탁월한 매실을 사용해 창의성을 발휘한다면 건강 음식으로 탄생시킬 수 있다.
글·사진 제공 : 월간외식경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