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도 솔 산

온리하프 2012. 6. 16.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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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사 길이 빛날 '도솔산 전투' 61년 전 그 현장을 가다

 

해병대 5대 작전 중 하나…6월 16~17일 추모축제 열어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61년 전, 1951년 6월 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원도 양구 도솔산(1,148m) 지역. 빗발치는 총소리와 대포소리는 천지를 뒤흔드는 듯했고, 다른 어떤 소리는 아예 들리지 않았다. 적막감과 격렬함이 교차했다.


며칠 전 벌어졌던 치열한 전투에서 미국 해병대는 똑 같은 장소에서 인민군과 중공군의 강력한 저항에 밀려 패퇴한 상태였다. 미군은 해병 1사단 제5 연대를 투입해 강력한 항공 및 포병화력의 엄호 하에 공격을 개시했으나 막대한 인명피해만 입고 성공하지 못하자 국군 해병 제1연대와 임무교대를 했다.

 

전략적 요충지 격파 임무를 맡은 국군은 일순 긴장감이 흘렀다. 다들 전의는 넘쳤지만 도솔산의 요새 같은 암벽지역에 진지를 구축한 인민군과 중공군에 계속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던 아군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귀신 잡는 해병대가 아닌가. 우리 해병대가 아니면 누가 할 것인가”라고 결의를 다지며 작전 결행날짜를 기다렸다.

 

공격 목표는 24개. 적군은 도솔산 24개 고지에 진지를 구축하고 있었다. 24개 목표 중 가장 공격하기 어려운 4목표와 9목표, 13목표를 각각 1대대와 2대대, 3대대가 타격대상으로 정했다. 이른바 삼중 동시포격작전을 펼치기로 했다.

 

마침내 D데이, 날이 밝았다. 일제히 “돌격, 앞으로”를 외쳤다. 6월 4일 오전 8시 국군 해병대 제1연대장 김대식 대령의 지휘 아래 도솔산지구 공격을 감행했다. 암석으로 형성된 공격목표들은 하나같이 견고해 각 대대의 공격은 첫날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암석지대에 숨어 있는 적병들은 강력한 공용화기의 지원 하에 방망이 수류탄을 던지는 전술로 아군의 공격을 저지했고, 짙은 골안개와 번번이 내리는 비도 작전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도솔산 일대는 해안분지를 둘러싸고 있는 해발 1,148m의 험준한 산악지대로 고지가 중첩되어 있을 뿐 아니라 연중 이상 기후가 계속되는 지대다. 특히 여름에는 안개가 짙게 내려 지근거리도 분간키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이 일대를 적에게 넘길 수는 없었다. 평지처럼 넓은 천연적인 해안분지는 작전수행을 위한 병력과 물자 집결의 전술적 요충지였으며, 나아가 휴전회담에서 대두될 군사분계선의 위치선정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될 군사 전략지여서 피차간 반드시 확보해야 할 지역이었다. 더욱이 양구와 인제에서 북상하는 도로를 끼고 있어 이 지구를 확보하지 못하면 좌우로 인접한 우군의 전선은 한 걸음도 진출하지 못하게 되고, 나아가 적에게 포위당할 우려도 적지 않았다. 또한 이곳에서 패하면 춘천까지 순식간에 밀릴 수도 있었다.

 

        고도 970m 전투위령비서 정상 전적비까지 불과 1km

 

작전을 개시한 지 일주일째 되던 6월 10일 8시. 긴급 지휘관회의에서 그동안 전개했던 주간작전을 야간작전으로 전환하여 목표 고지들을 공격하기로 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야간공격은 주로 중공군이나 인민군들의 전법이었으나, 이번엔 역으로 국군이 기습을 감행하기로 한 것이다. 적의 의표를 찌르겠다는 전술이었다. 연대급 이상 부대에서 야간공격을 감행한 것은 도솔산 전투가 처음이었다.

▲ 2 도솔산 정상에 있는 도솔산 전적비.
야간공격이 있기 전, 미 해군에게 미조리 전함의 함포와 해병항공사단의 항공지원, 그리고 해병 11포병연대의 전 화력을 집중시켜줄 것을 요청했다. 미군도 흔쾌히 지원키로 승낙했다. 한마디로 적진지를 초토화시킨 뒤 우리 해병의 야간 기습작전으로 마무리하겠다는 작전이었다.

 

미군의 가공할 화력은 천지를 진동시킬 정도의 위력을 발휘했다. 적은 사분오열 흩어졌다. 국군은 정비할 틈을 주지 않고 신속히 적진을 기습했다. 1고지, 8고지, 6고지 등 삼중작전을 병행하면서 고지를 하나씩 점령해 갔다. 드디어 적군의 강력한 저항선이었던 4고지, 9고지, 13고지도 점령하는 성과를 거뒀다. 

 

야간공격으로 적의 저항선을 하나씩 침몰시킨 해병대는 15일부터 24고지의 목표에 대한 공격을 재개했다. 승리를 눈앞에 둔 우리 해병대는 6월 19일 0시를 기해 3개 대대가 일시에 도솔산 공격에 나섰다. 도솔산 적 진지에 대한 마지막 야간공격이었다. 국군은 야음을 틈타 적진 근처까지 진격해 있다가 오전 5시30분에 이르러 일제히 적진으로 돌격, 육박전까지 전개하며 24개의 목표를 완전 점령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틀 전인 17일엔 이미 2대대가 19고지 점령을 끝낸 상태였고, 22목표는 3대대가, 23목표와 24목표는 1대대가 점령함으로써 17일간에 걸친 작전은 완벽한 승리로 끝냈다. 난공불락 같던 도솔산 암벽진지가 우리 국군 손에 들어온 것이다.

▲ 1 도솔산 전투 위령비서 출발한 일행이 전적비를 향해 임도로 올라가고 있다.
포연 자욱한 도솔산 일대를 둘러본 미 해병대 제1 사단장 토머스(Gerald C. Thomas) 소장은 “한국 해병대가 아니었으면 이 전략적 요지를 우리 수중에 넣지 못했을 것”이라고 격찬하면서 “미군이 한국전선에서 싸운 전사 가운데 이 한국 해병대의 도솔산 작전은 길이 기록될 것이다”고 말한 것으로 전한다. 이승만 대통령도 도솔산을 방문해 ‘무적 해병’ 휘호를 하사했다. 무적 해병이란 말은 그래서 나온 것이다.

 

17일간의 격렬했던 도솔산 전투는 6·25 당시 최대 격전이었을 뿐만 아니라 해병대 5대 작전의 하나로 기록될 만큼 크게 평가받고 있으며, 지금도 우리 군에서 회자되고 있다. 이 작전에서 적사살 2,318명, 생포 51명, 개인화기 및 공용화기를 상당수 노획하는 전과를 올렸지만 우리 군에서도 133명의 장병이 전사하고 647명이 부상당하는 희생을 치러야만 했다.

 

         험준한 암벽지형에 짙은 안개도 자주 내려

 

양구군에서는 해병대 5대 작전의 하나로 기록될 만큼 격렬한 전투를 치렀던 도솔산 승전보를 널리 전하고 참전용사의 넋을 기리는 한편 평화통일의 염원을 기원하고자 매년 6월 도솔산전적문화제를 양구읍과 도솔산 일원에서 지내고 있다. 올해는 6월 16~17일 이틀간 행사를 치른다.

▲ 1 도솔산 정상 주변은 항상 짙은 안개와 세찬 바람이 불어 5월 중순에서야 진달래가 핀다. 양구군축제위원회 정승완 국장의 안내로 정상을 향해 올라가고 있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도솔산 전적지를 미리 다녀왔다. 양구군청에서 파견된 양구군축제조직위원회 정승완 국장과 윤도산씨가 안내했다.

 

도솔산은 38선 훨씬 위쪽 휴전선 바로 아래 위치해 있다. 남북한 대치상황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을지전망대가 도솔산 북쪽 끝자락에 있다. 대중교통이 없어 차를 몰고 꼬불꼬불한 453번 지방도로를 따라 도솔산 지구 전투위령비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GPS로 확인해 보니 고도가 무려 971m나 됐다. 웬만한 산 정상에 올라온 것이다.
전투위령비가 우뚝 솟아 있다. 그 앞엔 행사를 위한 널찍한 공터에 주차장도 있다. 지금은 아무도 보이지 않고, 한적한 적막감만 감돈다. 이곳이 바로 61년 전 자유를 지키기 위해 조국에 기꺼이 목숨을 바친 전몰 용사들이 고이 잠든 곳이다. 잠시 숙연해진다. 이들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이 자리에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찡해진다. 도솔산 올라가는 길은 임도로 잘 정비돼 있다. 그 길 입구에 들어섰다. 좌우로 큼지막한 솟대를 세워놓고 ‘忠魂(충혼), 이곳에’ ‘전우는 용감했다’, ‘해병이여! 영원하라’, ‘무적 해병’, ‘忠靈(충령) 해병’ 등 다양한 문구를 새겨 방문객의 눈길을 끌고 있다. 귀신 잡는 해병대의 위용을 새삼 느낄 수 있는 솟대들이다.
해병대 5대 작전 중 하나…6월 16~17일 추모축제 열어

임도 주변으로는 박새풀이 무성할 정도로 자라고 있다. 옛날 사약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한 일종의 독초다. 그 사이로 곰취와 병풍나물도 눈에 자주 띈다. 조금 더 올라가니 곰취가 지천으로 널렸다. 손만 뻗으면 뜯을 수 있다. 향긋한 향기도 풍기고 있다. 정승완 국장은 “사단장 곰취와 군단장 곰취를 아느냐”고 물었다. 곰취에 무슨 사단장이 있고, 군단장이 있나 의아했다. 정 국장은 “사단장 곰취는 줄기에 보라색 띠가 선명하게 보이는 곰취”라고 말했다. 야생 곰취에 특히 많이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야생 곰취를 몇 개 꺾어 보니 보라색 띠가 있었다. 맛과 향기가 더욱 진했다. 그러면 군단장 곰취는? “줄기 전체가 보라색이고 잎에도 가는 줄기로 보라색을 띠는 곰취”라고 말했다. 군단장 곰취는 일일이 찾아다녀야 하는 시간 관계상 보지 못했다.


▲ 2 도솔산 전적 문화제 행사에서 당시 불꽃 튀는 전투 장면을 재현하고 있다. / 사진 양구군청 제공. 3 2011년 6월 열린 도솔산 전적문화제 개회식 장면. / 사진 양구군청 제공

 

 

바람이 차고 강하게 불었다. 주변을 조망할 수 없을 정도로 짙은 안개가 내렸다. 그날 서울의 낮 기온이 영상 25℃쯤 됐다. 하지만 도솔산 1,000m 고지쯤은 영상 5℃였다. 봄옷을 입고 갔다가 강한 바람과 차가운 날씨에 글을 제대로 쓸 수 없을 정도로 손이 오그라들었다. 가방을 뒤적여 모자를 꺼내 덮어쓰고 계속 올랐다.

 

군사작전도로가 끝나고 방공호로 된 길이 자주 나온다. 암릉으로 된 산길과 방공호의 연속이다. 정 국장은 “도솔산 다른 쪽에 있는 벙커 입구에 중위 노태우, 중위 정호용 이름이 새겨진 곳이 있다”며 “이들이 아마 젊은 장교 시절 이곳에서 근무하며 새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들이 근무한 지  50년쯤 되었겠다. 참호와 벙커는 6·25 전쟁 때 사용하던 것을 조금 보수해서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벙커 속으로 잠시 들어갔다 나왔다. 진지 쪽으로 일부러 걸었다. 당시 격렬했던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느껴보기 위해서 노력했다. 느낌보다 찬 날씨가 더 몸속으로 다가왔다. 세찬 바람이 옷깃을 스미는 정도가 아니라 몸 안으로 들어오는 느낌이다. 추워서 말을 제대로 할 수 없다. 5월 중순에 이 정도의 날씨면 도솔산 정상은 아예 여름이 없지 싶다.

 

짙은 안개까지 내려 주변 50m 이상은 조망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눈에 보이는 게 없다. 안타깝다. 하필 갑자기 날씨가 이렇게 변하다니. 군청에서 출발할 때만 하더라도 햇빛이 쨍쨍 내리비추어 날씨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는데…. 길 주변에 진달래가 지금 꽃을 피우고 있다. 3~4월에 한창 꽃을 피우고 지금은 잎이 무성해야 할 진달래가 꽃을 피우고 있는 형국이니 그 날씨를 상상해 보라.

▲ 도솔산 정상에서 동남쪽 방향으로 4km 남짓 가면 람사르 습지에 등록돼 있는 대암산 용늪지대가 나온다. 사진 양구군청 제공.

 

날씨 맑을 땐 금강산까지 보여

 

추운 날씨 속에서도 군인들의 훈련 총소리는 선명하게 들린다. 양구 인구는 모두 7만 명 가까이 된다. 그 중 군인이 4만5,000여 명 되고 군민은 2만 2,000여 명 된다고 한다. 군인이 군민보다 2배나 많다. 사단도 2개 사단이 배치돼 있다. 군인들이 훈련하면 항상 총소리에 포격 소리까지 울린다.


추운 날씨와 찬바람을 뚫고 도솔산 전적비가 있는 정상에 도착했다. GPS로 고도가 1,158m다. 짙은 안개로 경관을 살펴볼 수 없다. 양구의 그 유명한 펀치볼(Punchbowl·해안분지)이 바로 저 만치 있는데 전혀 보이질 않는다.


펀치볼은 양구군 해안면에 있는 분지다. 이 분지는 북쪽의 1026고지(모택동고지), 924고지(김일성고지), 서쪽의 가칠봉고지(1242m), 대우산고지(1,178m), 남쪽의 도솔산(1,304m), 918고지, 동쪽의 달산령, 908고지 등으로 둘러싸여 있다. 둘레의 1,000m 이상 되는 높고 낮은 산봉우리로 둘러싸인 분지의 모습이 흡사 레몬즙·설탕·포도주 등의 혼합 음료(punch)를 담는 그릇인 볼과 흡사하다고 해서 외국의 종군기자들과 미국의 참전병사들이 펀치볼(Punch bowl)이라 불렀다. 미 전사에도 펀치볼 전투로 나온다. 분지를 둘러싼 고지 중에 모택동과 김일성고지는 국군 해병 제1 연대가 지형 여건상 점령이 쉽지 않은 1026고지와 924고지를 반드시 탈환할 목적으로 장병들의 전의를 북돋우기 위해 명명했다. 장병들이 더욱 불타는 전의로 이 고지를 쉽게 점령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해안이란 지명도 재미있다. 이곳은 바다를 전혀 볼 수 없는 분지인데 무슨 해안인가 싶었다. 한자를 보니 궁금증이 풀렸다. 한자가 亥安이었다. 돼지 亥에 편안할 安이었다. 이에 얽힌 유래도 돼지와 관련 있다.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으나 옛날 펀치볼 지역은 물이 많이 차고 습지여서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로 뱀과 개구리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를 본 지나가던 스님이 돼지를 기르면 뱀을 없앨 수 있다고 했다. 동네 사람들 모두 돼지를 사서 길렀다. 식성 좋은 돼지들은 동네에 서식하는 뱀을 깡그리 잡아먹었다. 돼지는 비계가 많아 뱀에게 물려도 독이 퍼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후 동네 사람들은 편안히 살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동네사람들이 돼지로 인해 편안해졌다고 해서 해안이라는 지명이 붙었다. 


격렬한 전투를 벌였고, 재미있는 유래를 간직하고 있으며, 펀치볼같이 생긴 해안분지를 짙은 안개 때문에 볼 수 없다. 정상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 현역 군인을 만났다. 이들도 “양구의 평지 지역이 30℃라면 여기는 5℃입니다”라며 “저희들은 지금도(5월 중순) 내복을 입고 근무를 서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근무하는 군인을 통해 실제로 기상이 천변만화하고 추운 지역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정 국장도 “사흘에 한 번 정도 날씨가 갤까 말까한 곳이 도솔산 정상”이라며 “이곳의 날씨는 예측할 수 없으며, 금방 갰다가 다시 안개가 드리우는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도솔산 정상에서 대암산 지역의 ‘용늪’으로 가는 이정표까지 세워져 있다. 1,000m 이상 되는 지역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늪지다. 너무 춥고 보이질 않아서 돌아볼 수 없다. 할 수 없이 하산길로 발걸음을 돌렸다. 호국보훈의 달에 조국을 위해 희생을 아끼지 않았던 전몰 영령들을 추모하는 계절이다. 도솔산 전투는 이젠 꼭 61년이 지났다. 도솔산에서 천천히 걸어 내려오면서 순국선열의 조국애를 다시 한 번 떠올려 본다.


양구는 어떤 지역인가?
한반도의 정중앙… 전국서 공기 가장 맑은 곳


▲ 2 도솔산 전적문화제 행사 중의 하나로 민·관·군 음식경연대회가 열린다. 사진은 대회 참가자들이 열심히 요리를 하고 있다. 3 도솔산 전투 위령비 입구 양쪽으로 솟대에 세워 해병의 용맹함을 새겨놓고 있다.

 

도솔산은 양구의 동북쪽에 위치해 있어 휴전선 이남 주민들이 양구읍으로 가려면 도솔산을 반드시 넘어가야 한다. 양구군 동면이나 남면에서 해안면(펀치볼)으로 넘어가는 고개를 돌산령이라 한다. 몇 년 전 돌산령 터널이 뚫리기 전까지는 453번국도를 넘어 다녔으나 지금은 대중교통편도 다니지 않은 지방도로 남아 있다.


도솔산은 실질적으로 ‘양구의 진산’이다. 양구를 북쪽에서 막아서 보호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도솔산도 휴전 이후 민간출입이 통제되다가 최근에야 민간의 발길을 허용했다. 아직 접근이 쉽지 않아 등산객들이 많이 다니지 않고 있다.


양구에 갈 때 꼭 기억해야 할 사항이 두 가지 있다. 그 첫째가 양구는 한반도의 정중앙에 있다는 사실이다. 일부 인근지역에서 한반도 정중앙이라고 주장하는 건 사실이 아니다. 한반도의 4극 지점은 동쪽이 경북 울릉군 독도로서 동경 131°52′20″이고, 서쪽이 평북 용천군 용천면 마안도로서 동경 124°11′45″이며, 남쪽이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로 북위 33°06′40″이다. 북쪽은 함북 은성군 유포면으로서 북위 43°00′35″이다. 이를 기준으로 정중앙을 측정했을 때 강원도 양구군 남면 도촌리 산48번지가 나온다. 동경 128°02′02.5″, 북위 38°03′37.5″이다. 양구군에서 국토정중앙천문대를 세워 천체 관측과 전시를 하고 있다. 천문대 주변에 국토정중앙 위치점에 ‘휘모리’ 상징조형물을 세워 우리 국토의 정기(精氣)를 모으고 있다.


양구의 두 번째 특징은 전국에서 공기가 가장 맑다는 점이다. 양구를 방문하면 ‘양구에 오시면 10년이 젊어집니다’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쉽게 볼 수 있다. 우리 국토 정중앙의 충만한 기(氣)를 받아 2년, 대암산과 도솔산의 생태탐방로에서 깨끗한 공기를 마셔 2년, 파서탕과 두타연의 맑은 물을 마셔 2년, 무공해 좋은 먹거리로 1년, 순후한 인심과 정(情)으로 1년, 자기박물관과 펀치볼과 같은 볼거리와 느낄 거리의 문화유산으로 1년, 을지전망대·용늪과 같은 때 묻지 않은 DMZ의 자연생태체험으로 1년 등 도합 10년이 젊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10년이 젊어지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양구에 방문하면 아늑한 분위기에 공기의 감촉이 다르다는 사실은 직접 느낄 수 있다.


‘도솔산 전적 문화제’ 어떤 행사 열리나
군악대·고공낙하시범 등 다양한 볼거리·전시체험 개최


▲ 4 도솔산 전투 위령비 앞에서 전몰장병에 대한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 사진 양구군청 제공.

 

양구엔 다양한 축제가 열린다. 5월의 곰취축제, 6월의 도솔산 전적문화제, 7월의 청춘양구배꼽축제 등 총 10개의 축제가 있다. 한겨울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달 축제가 열리는 셈이다. 또한 10여 개의 전국 규모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따라서 외지인들이 항상 붐비는 곳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도솔산 전적문화제는 양구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규모가 큰 행사 중의 하나다. 축제가 열리는 기간 동안 전국의 예비역 해병대원들이 모두 양구로 모인다고 보면 된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행사를 하루 줄여 6월 16~17일 이틀간 개최한다. 대부분 양구읍에서 행사를 한다. 16일 오전 10시 양구읍에서 군인들의 평화퍼레이드를 시작으로 행사의 막이 오른다. 군인들이 펼치는 군악과 의장대, 무적도, 고공낙하시범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어 병영음식체험과 군민·관광객을 위한 각종 레크리에이션으로 방문객들에게 웃음을 제공한다. 민관군 팔씨름대회, 평화매직콘서트 등을 치른 뒤 첫날 메인무대인 해병군악대 한마음 음악회가 ‘사랑해도 될까요?’란 주제로 성대하게 펼쳐진다. 불꽃놀이와 연계한 해병대 가족가요제와 전쟁영화제 상영을 끝으로 첫날 행사일정을 모두 마친다.


행사 이튿날은 평화사생대회, 민관군 달리기대회, 도솔배 전국서바이벌 대회를 양구읍내에서 치르고 오전 11시 도솔산 지구에서 전몰용사 추모식을 거행한다. 오후 들어 군인들의 완전군장 페스티벌을 끝으로 이틀간의 모든 일정을 끝낸다.


공식 일정 외에 상설 전시·체험과 전국 궁도대회도 열린다. 상설 전시행사로는 해병대 특별전, 해병대 무기전, 군용품 장비전, 양구 산채·야생화 전시회, 양구 그림동호회 전시회 등이 개최된다. 체험행사로는 방산도자기 전시 및 체험, 양구 전통 민속체험, 밀리터리 체험, 서바이벌 체험, 대장장이 체험, 판잣집 만들기 체험행사 등이 열린다. 을지전망대와 통일관 등에서는 국토정중앙 안보체험행사도 동시에 열린다.


이어 해병대 전우회 강원도연합회 체육대회와 통일염원 국토정중앙 전국 남녀 궁도대회가 양구 양록정에서 6월 17일까지 3일간 열린다.


길잡이 현재 도솔산 가는 길은 대암산을 거쳐 가는 코스와 도솔산 전적위령비에서 올라가는 코스가 있다. 대암산 가는 코스는 생태식물원과 후곡약수터에서 각각 출발하면 된다. 생태식물원에서 대암산 용늪까지는 약 5.6㎞, 후곡약수터에서는 약 8.8㎞ 거리다. 대암산 용늪에서 도솔산 전적비까지는 4.6㎞ 정도 된다. 군사도로 같은 길이 잘 닦여 있어 보통 등산로보다는 시간이 다소 적게 걸린다.


도솔산 전적위령비에서 도솔산 정상 전적비까지는 불과 1㎞남짓 거리다. 시간은 약 40분 소요. 하지만 올라가는 453번지방도엔 대중교통이 없어 차를 가지고 가야 한다. 


교통(지역번호 033) 서울에서 승용차로 경춘고속도로를 타고 46번국도로 갈아타면 어렵지 않게 축제가 열리는 양구군청과 종합운동장 일대를 찾을 수 있다. 약 1시간 40분 소요.


고속버스는 동서울터미널(1688-5979)에서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거의 1시간 간격으로 서울↔양구 간을 운행한다. 요금 성인 1만1,400원. 1시간 40분 소요.


경춘선 전철을 타고 춘천에서 내려 버스로 갈아타고 양구로 가는 방법도 있다. 문의 양구터미널(481-3456), 춘천터미널 (256-1571).


숙식(지역번호 033) 양구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숙박업소는 포시즌펜션(481-6666), 이레동산펜션(481-6570) 광치산자연휴양관((482-9000) 등이다. 맛집으로는 산채비빔밥과 닭볶음탕 전문인 청수골쉼터(481-1094), 오골계백숙 전문 석장골 오골계(482-0801), 막국수 전문 도촌막국수(481-4627) 등이다. 문의 양구군축제조직위원회(480-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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