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옹진군 장봉도] 공항철도 타고 편안하게 가는 섬
봉우리 곳곳에 전망대와 데크 설치
섬은 일상에서 벗어나는 색다른 트레킹을 경험할 수 있는 장소다.
인천시 옹진군의 장봉도(長峰島)는 인천공항으로 이어지는 공항철도가 개통되며 인기 있는 섬 트레킹 대상지로 부상했다. 운서역에서 가까운 삼목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4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로 선박이 수시로 운행해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다.
장봉도는 최고봉인 국사봉(151m)을 중심으로 동서로 뻗은 긴 능선이 섬의 등뼈를 형성하고 있다. 이 주능선을 타고 산길이 조성되어 있다.
크게 힘들이지 않고 산을 오르내리며 바다를 조망하는 묘미가 남달라 적지 않은 사람들이 산행을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고 있다.
장봉도의 산은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수시로 전망대가 나타나며 시원한 바다와 개펄이 펼쳐져 눈이 즐겁다.
여러 개의 봉우리 위에 팔각정을 설치했고 전망이 좋거나 쉬기 좋은 장소에는 벤치가 마련되어 있다. 이런 장소에서 머물며 최소한의 장비로 즐기는 캠핑이 섬 트레킹의 묘미다.
- ▲ (왼쪽 위부터)가막머리 낙조대로 가는 도중에 지나는 암릉지대. 썰물 때면 드러나는 바다 가운데 넓은 모래톱이 인상적이다. / 주름진 바위가 독특한 경관을 이루고 있는 장봉도 해안. / 가막머리 낙조대에서 바닷가로 내려서면 만나는 모래밭. / 옹암해변의 해송 군락.
장봉도 트레킹은 보통 옹암선착장 부근에서 시작한다. 동쪽에서 서쪽 끝까지 주능선을 종주하는 이들도 이곳을 들머리로 이용한다.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산줄기를 밟아갈 계획이라면 시간이 충분해야 한다. 옹암선착장에서 서쪽 끝의 가막머리까지 완주한 뒤 다시 돌아오는 데 6시간이 넘게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이 나지막하고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아 크게 힘들지는 않다. 중간에 비박이나 캠핑을 할 생각이라면 더욱 여유 있다.
선착장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300m쯤 가면 도로 왼쪽 공터에 등산로 안내판이 서 있다. 여기서 산길로 접어들어 가파른 계단을 따라 잠시 오르면 널찍한 임도가 계속된다. 이 산길은 잠시 뒤 인천공항이 정면으로 보이는 작은 공터로 이어진다. 섬 주변의 바다와 넓은 개펄 조망이 더 없이 시원스럽다.
벤치를 지나 성근 숲 사이의 비탈길을 오르면 커다란 팔각정이 세워진 산꼭대기에 도착한다. 주변에 작은 평지가 있어 텐트도 칠 수 있는 곳이다. 이 팔각정은 장봉도의 활처럼 휘어진 산세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다. 서쪽으로 뻗어 있는 긴 산줄기의 끝이 아스라이 조망된다. 직선거리로 계산해도 7km가 넘는 먼 곳을 구불거리는 산길이 연결된다.
팔각정을 지나면 산길은 잠시 안부로 내려섰다가 호젓한 소나무 숲 사이로 이어진다. 안부에서 왼쪽으로 보이는 길은 사유지인 기도원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출입을 막고 있다. 작은 봉우리를 넘어선 뒤 오른쪽 혜림원 방향으로 내려선다. 숲을 빠져나와 만나는 포장도로에서 오른쪽은 혜림원, 왼쪽은 장봉1리 옹암해변 방향이다.
능선을 타려면 정면의 산으로 이어진 시멘트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들어간다. 도로 끝에서 왼쪽의 오솔길을 따라 숲으로 들어간다. 소나무와 잡목이 어우러진 구릉지를 지나 1km가량 진행하면 도로를 한 번 건넌다. 그리고 다시 진달래와 참나무가 어우러져 자라는 숲을 통과해 500m 진행하면 말문고개다. 차도가 지나는 이곳에 구름다리가 놓여 있다. 말문고개를 지나 300m 정도 치고 오르면 국사봉 정상의 팔각정이 모습을 드러낸다.
국사봉은 장봉도에서 가장 높은 장소답게 전망이 뛰어나다. 남쪽 아래로 장봉2리의 널찍한 벌판이 손에 잡힐 듯 가깝고, 그 뒤를 장식하는 바다 위의 작은 섬들이 아름답다. 영종도 너머로 보이는 인천대교와 송도신도시는 신기루처럼 희미하다. 시선을 북쪽으로 돌리면 불같이 일어난 강화도와 석모도의 산들이 앞을 가린다.
국사봉 정상의 팔각정에서 계속 북서쪽 능선을 타고 이동한다. 고도가 높아지니 제법 고즈넉한 산속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정상을 벗어나 잠시 내려서니 왼쪽으로 장봉2리로 내려서는 샛길이 나타난다. 그리고 조금 더 가면 능선 가운데 물탱크 같은 구조물이 보인다. 이곳이 안내도에 표기된 구쟁이마루터기란 지역이다. 여기서 왼쪽으로 보이는 길을 따라 내려가도 장봉2리로 이어진다.
구쟁이마루터기 능선 구간이 끝날 즈음 도로를 타고 왼쪽 장봉3리 진촌마을로 잠시 내려서고, 포장된 마을길을 따라 걷다가 다시 진촌해수욕장 방향의 이정표를 보고 고개로 올라선다. 고갯마루의 팔각정 왼쪽에 산길이 있다. 이 길은 잠시 뒤 팔각정에서 시작된 비포장도로와 다시 만난다. 이 임도는 장봉4리에서 찬우물약수터로 넘나드는 고개를 거쳐 폐쇄된 채석장 쪽으로 연결된다.
- ▲ 장봉도 개념도
안부에서 다시 주능선을 타고 가막머리 방면으로 산길이 이어진다. 고갯마루에서 팔각정이 있는 봉화대를 지나 조금 더 진행하면 바위능선이 시작된다. 주변 조망이 깨끗하게 펼쳐지는 곳이다.
능선을 따라 2.7km가량 진행하면 섬 서쪽 끝 가막머리 낙조대에 도착한다. 더 이상 나아갈 곳이 없는 바다와 맞닿은 장소다. 이곳에 설치된 널찍한 전망데크는 장봉도 최고의 비박처로 꼽을 만하다.
낙조대 외에 주능선이 바닥으로 내려서는 지점인 혜림원과 장봉4리 등은 마을길을 이용해 한들해변이나 옹암해변에서 캠핑이 가능하다. 이곳에는 화장실과 취수대 등의 야영시설이 조성되어 있어 편리하다. 선착장에서 가막머리까지 산길로 왕복할 경우 약 17km 거리로 8시간 정도 잡아야 한다. 중간에 도로를 따라 걷다가 버스를 타고 선착장으로 돌아와도 된다.
교통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공항철도를 이용해 운서역에서 하차한다. 운서역에서 삼목선착장까지 버스가 다니고 있다. 삼목선착장에서 장봉도까지 오전 7시10분부터 매시 10분에 출발하는 배편이 오후 6시10분까지 운행한다. 장봉도에서는 매시 정각(07:00~18:00) 배가 뜬다. 40분 소요. 운항일정 등 자세한 사항은 세종해운(032-884-4155) 홈페이지(www.sejonghaeun.com) 참조.
숙식(지역번호 032) 장봉도에는 펜션과 민박집 등 숙박시설이 제법 많다. 장봉4리 건어장 해변의 노을그려진바다풍경펜션 (www.jsunset.com)은 바다로 떨어지는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이다. 2~5인실 7개를 갖췄다. 전화 752-8809.
- [옹진군 소야도] 아름다운 해안과 수려한 능선길의 조화
캠핑하기 좋은 뗏부루와 죽노골 해변
- ▲ 소야반도 남쪽의 막끝해변 풍광. 넓은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거친 파도가 인상적이다.
소야도 선착장에서 바닷가를 따라 나루개마을 끝까지 들어간 뒤 백패킹을 시작한다. 바닷물이 빠지면 해안을 따라 100m 걷다 곧바로 산허리 길로 올라갈 수 있다.
밀물 때는 산길을 이용해야 한다. 마지막 민가 뒤편의 작은 골짜기를 따라 오르다 왼쪽 사면을 치고 올라 작은 언덕을 넘어서면 산자락을 부드럽게 감고 돌아가는 적당한 넓이의 허리길이 ‘마배끝’으로 이어진다.
마배끝에는 널찍한 전망데크가 자리하고 있다. 넓은 바다를 조망하며 여유를 부리기 좋은 곳이다. 정면으로 매바위의 붉은 등대가 눈길을 끌고 오른쪽으로 중국 당나라 장군 소정방이 세웠다고 전해 오는 장군바위도 보인다. 텐트를 치고 느긋하게 쉬어가기 좋은 곳이지만 선착장에서 너무 가까워 이용객이 많지 않은 편이다.
- ▲ 황금빛 모래밭이 넓게 펼쳐진 죽노골해변. 썰물이면 바로 앞의 섬까지 바닷길이 연결된다.
- ▲ 마배끝의 데크에서 매바위를 바라보고 있는 등산객들.
국사봉 등산로는 예전에 조성되었지만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아 자연이 그대로 살아 있다. 꼭대기에 넓은 헬기장이 있으나 주변에 나무가 많아 조망은 시원치 않다. 정상을 보는 대신 국사봉 직전 삼거리에서 오른쪽 사면길을 통해 죽노골해변으로 내려설 수 있다.
황금빛 모래밭이 길게 이어지는 죽노골해변은 영화 ‘연애소설’ 촬영지다. 바로 앞에 보이는 작은 섬과 어우러진 일몰이 환상적인 장소다. 물이 빠지면 섬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 길이 나타나는 신비한 장소이다. 야영지로도 좋은 위치다.
죽노골해변에서 동쪽 산자락을 타고 15분 정도면 뗏부루해변으로 이동할 수 있다. 뗏부루해변은 넓은 캠핑장과 편의시설이 조성되어 있는 곳으로 많은 백패커와 오토캠퍼들이 찾는 장소다. 잔디가 깔린 야영장이 나무로 둘러싸여 있어 분위기가 아늑하다. 해변의 모래밭이 넓고 완만해 피서지로 인기를 끄는 곳이다.
야영장을 통과해 오솔길을 잠시 따르면 섬 동쪽 소야반도로 접어드는 잘록이를 지난다. 산길은 작은 초원지대를 지나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연결된다. 숲이 시작되는 곳에 설치된 염소막이 그물을 넘어서면 제법 가파른 산길이 나타난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숲에는 고사리가 무성하다.
- ▲ 싱싱한 기운이 감도는 국사봉 오름길.
계속 남쪽으로 뻗은 능선을 타고 이동하면 작은 삼각점이 있는 왕재산(143.8m)에 오른다. 주변에 나무가 조금 많은 편이지만 이곳 역시 좋은 전망대다. 하지만 캠핑할 만한 장소는 아니다. 이어지는 내리막을 통과해 뗏부루해변으로 가는 갈림길을 지나면 ‘막끝’해변으로 내려서게 된다. 갯바위 낚시터로 많은 이들이 찾는 장소다.
막끝해변에서 다시 능선 삼거리로 돌아와 산허리에 난 옛길을 이용해 염소그물이 있는 곳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이 산길 중간에 작은 샘이 하나 있어 목을 축이며 산행이 가능하다. 능선길에 비해 비교적 평탄하며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코스다. 막끝으로 가는 낚시꾼들이 많이 이용하는 길이다.
소야반도의 소나무 숲과 주능선에 난 산길도 지난해 새롭게 개설된 것이다. 조망 좋은 산등성이를 걸으며 오가는 대형 선박을 내려다보는 재미가 쏠쏠한 구간이다. 자월도와 이작도 방면의 시원한 바다 조망도 일품이다. 능선길과 막끝까지 이어진 옛 산자락 길을 이용하면 원점회귀형 백패킹이 가능하다.
소야도 전체를 돌아보는 백패킹 코스는 왕복 12km가 넘는 만만치 않은 거리다. 보통 속도로 걷는다면 5시간이 넘게 걸린다. 따라서 섬에서 하루를 머무는 일정으로 돌아보는 것이 아무래도 유리하다. 뗏부루해변의 야영장에 텐트 치는 것을 권한다. 샤워실과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 ▲ 소야도 개념도
방아머리선착장에서는 하루 한 차례 페리선이 왕복하고 있어 차량을 실을 수 있고 덕적도에 가기 전 소야도에 내리므로 갈아타는 번거로움이 없다. 운항시간과 운임, 인터넷 예매는 대부해운 홈페이지 (www.daebuhw.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숙식 뗏부루 해변에 민박이나 펜션이 몰려 있다. 섬초롱펜션(010-8965-5265), 해오름펜션(010-9706-9288) 등.
- [옹진군 대이작도] 신비의 모래섬 ‘풀등’이 보이는 풍경을 걷다!
대이작도 산길과 해안 백패킹하며 유유자적
백패킹(Backpacking)을 우리말로 바꾸면 ‘배낭여행’이다. 필요한 물건을 배낭에 지고 다니는 여행의 모든 형태를 의미한다. 하지만 요즘 아웃도어 마니아들 사이에 유행하는 ‘백패킹’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짐을 지고 도보 트레킹을 즐기면서 반드시 야영이나 비박을 함께한다는 것이다. 또한 테이블, 의자와 같은 안락한 캠핑에 필요한 부수적인 장비를 기꺼이 지고 다닌다. 자연스레 짐이 무거워지고 배낭은 커진다.
- ▲ 계남마을 옆의 떼넘어해수욕장에서 바다를 응시하고 있는 백패커들.
섬 백패킹을 위해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에서 대이작도로 향하는 배를 기다렸다. 바다에 낀 짙은 해무 때문에 출항이 늦어지며 첫 걸음부터 김이 빠졌다. 야영장비와 식량이 들어간 배낭의 묵직함에 살짝 짜증이 났다. 객실에 올라가 매트리스를 깔고 드러누우니 저절로 눈꺼풀이 내려앉았다. 흔들리는 배에서 늘어지게 낮잠을 즐기고 깨어나니 창밖에 목적지인 대이작도가 바짝 다가왔다.
대이작도는 인천광역시 옹진군 자월면에 딸린 작은 섬이다. 전체 넓이 2.57㎢, 해안선 길이 18km에 불과해 백패킹으로 둘러보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이 섬은 이미 널리 알려진 유명 여행지다. 몇 해 전 TV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1박2일’에 소개되며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하지만 역시 주중에 찾은 섬은 한산하기 이를 데 없었다.
- ▲ 1 대이작도 부아산 정상의 전망대. 소이작도와 큰마을, 선착장 일대의 조망이 아름답다. 2 작은풀안해변의 데크 산책로를 따라 걷고 있다. 갯바위에 세운 전망대에서 보면 풀등과 사승봉도 일대의 풍경이 근사하다. 3 바다 풍광이 멋진 작은풀안해수욕장 모래밭에 구축한 캠프사이트. 4 대이작도 큰마을 뒤편의 고갯마루로 이어진 콘크리트길을 걷고 있다.
선착장에는 여러 대의 차량이 사람을 태우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백패커에게 필요한 공용버스는 없었다. 대이작도에서 운행되는 차량은 모두 개인 소유로 펜션을 찾은 손님을 태우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부둣가의 차량이 모두 떠난 뒤 천천히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 ▲ 5 장골마을로 연결된 도로가에 장미꽃이 만개했다.
고개를 넘어 완만한 내리막길을 따라 잠시 가면 왼쪽으로 산을 오르는 포장도로가 나타난다. 부아산 정상의 공원지대로 올라가는 길이다. 부아산 산행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일단 섬 동쪽 끝을 향해 이동했다. 잠시 뒤 찻길 옆 의자에 할머니가 아기를 안고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삼신할미약수터 입구에 만들어 둔 조형물이었다.
작은 섬에 해수욕장이 네 곳
약수터로 가는 계단을 따라 내려서니 숲 속에 숨은 샘터가 눈에 들어왔다. 시원한 약수를 한 사발 들이켜고 땀을 식혔다. 주변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것을 보니 관리가 잘되고 있는 듯했다. 약수터를 지나 조금 더 내려서니 장승이 세워진 자그마한 사거리에 도착했다. 여기서 오른쪽 바닷가로 내려서면 풀등이 바로 눈앞에 보이는 작은풀안해수욕장이다.
- ▲ 1 아기를 안은 할머니 인형을 설치해 눈길을 끄는 삼신할미약수터 입구. 2 언제나 차고 맑은 물이 흐르는 삼신할미약수터.
작은풀안해수욕장은 대이작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해수욕장이다. 해변의 규모는 작지만 주변에 민박집, 펜션 등 편의시설이 많고 풍광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이 해변 동쪽에는 해안을 따라 데크길이 개설돼 있다. 그 끝에 커다란 정자가 하나 있는데, 이곳에서 보는 큰풀안 해변과 사승봉도, 풀등 등 주변 풍광이 근사하다. 이 산책로 중간쯤에 25억 년 전 형성됐다는 우리나라 최고령 암석이 자리하고 있다.
작은풀안해변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지나 계속 오르막길을 따라 진행했다. 고갯마루에 도착하니 왼쪽에 송이산으로 오르는 산길이 보였다. 수풀이 우거진 전형적인 등산로였다. 이 산길 입구를 지나쳐 큰풀안해변과 나란히 이어진 도로를 따라 걸었다. 차량 통행이 거의 없어 마음이 편했다. 소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바다에 ‘풀등’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풀등을 길동무 삼아 계남마을까지
대이작도는 ‘풀등’을 구경하는 재미가 남다른 곳이다. 섬 남서쪽 앞바다에 썰물 때마다 거대한 ‘풀등’이 나타난다. 밀물 때 바다에 잠겼다가 썰물 때만 나타나는 모래섬으로, 조수간만의 차가 큰 사리 때면 폭 1km, 길이 5km에 달하는 거대한 몸체를 드러낸다. 하지만 바다모래 채취로 매년 풀등의 크기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 ▲ 3 숲으로 둘러싸인 대이작도의 찻길. 평소에는 오가는 차가 거의 없어 호젓하다. 4 사승봉도가 보이는 떼넘어해수욕장 걷고 있다.
인적이 없어 쓸쓸한 바닷가에서 숨을 고른 뒤 대이작도 동쪽 끝의 계남마을로 향했다. 그런데 또다시 작은 고개가 앞을 가로막는다. 그다지 높지는 않지만 연이어 나타나는 언덕에 슬슬 지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계남마을 이후로는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선착장에서 이곳까지 약 4km 거리로 천천히 걷다 보니 2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다.
이 마을에는 1967년 제작된 영화 ‘섬마을선생님’의 촬영지인 계남분교가 있다. 이곳은 영화가 히트하며 이름이 알려져 많은 관광객이 찾았는데, 1992년 폐교된 후 방치되어 있다. 옹진군에서 이곳을 개발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 했지만 땅 소유주가 반대해 무산됐다. 지금은 커다란 펜션에 가려 학교 건물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계남마을 옆의 떼넘어해변은 아담하지만 물이 맑고 멋진 곳이다. 바로 앞에 사승봉도가 보이고 해변 끝에 갯바위가 형성되어 있어 경관이 뛰어났다. 화장실과 취수장이 마련되어 있어 야영도 가능하다. 하지만 숲이 빈약하고 비탈이 심해 햇볕을 피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다시 도로를 따라 작은풀안해수욕장으로 걸어서 이동했다.
대이작도 산길과 해안 백패킹하며 유유자적
부아산 전망대의 환상적인 조망
작은풀안해변의 솔숲에서 느긋하게 하룻밤을 보냈다. 적당한 운동 덕분인지 파도소리를 자장가 삼아 숙면을 취했다. 몸이 가뿐해진 느낌이다. 가볍게 아침을 먹고 짐을 꾸렸다.
- ▲ 1 취재팀이 부아산 정상부의 거친 바위지대를 오르고 있다. 2 큰마을해변의 탐방로 끝에 위치한 오형제바위.
오늘은 부아산을 올라 대이작도를 위에서 내려다보기로 했다. 삼신할미약수터 부근의 삼거리에서 포장도로를 따라 부아산 정상부의 공원으로 이동했다. 산꼭대기에 팔각정과 전망대, 운동시설, 화장실 등이 설치된 전망 좋은 공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팔각정의 대청마루에 앉아 점심을 해결하고 느긋하게 오수를 즐겼다.
배 시간이 한참 남아 있으니 여유를 부려도 문제가 없었다. 섬에서 즐기는 백패킹은 이런 느긋함이 있어서 좋다. 하지만 이동시간을 잘못 계산해 배를 놓치기라도 한다면 낭패다. 배를 타려면 꼬박 하루를 더 기다려야 한다. 황금 같은 시간을 버리지 않으려면 일정을 탄력적으로 잘 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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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 계남마을의 폐교에 설치한 영화 섬마을선생님 촬영지 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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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다리를 지나 부아산 정상의 전망대에 섰다. 발아래 대이작도 선착장 일대와 소이작도가 가마득하게 펼쳐졌다. 고개를 돌리니 물 밖으로 얼굴을 내민 풀등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웠다. 동쪽 송이봉 양 옆으로 아기자기한 해안선의 승봉도와 사승봉도가 눈에 들었다. 대이작도 주변의 아름다운 파노라마를 감상할 수 있는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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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이작도에서 뭍으로 나가는 배는 오후 3시 이후에 뜬다. 배편을 예약했으면 그 시각 전까지 선착장에 도착하면 그만이다. 여유를 부리며 천천히 하산을 시작했다. 부아산 정상에서 선착장 방향의 능선을 타고 임도로 내려선 다음 숲이 우거진 비포장도로를 걸었다. 시간이 많이 남아 쉬엄쉬엄 그늘 속을 산책했다. 무거운 배낭도 이틀이 지나니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짐 지고 걷는 것에 자연스럽게 적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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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에서 갈라져 나간 산길을 따라 오형제바위를 향해 내려갔다. 바닷가에 솟은 손가락 같은 바위가 독특했다. 바로 앞에 세운 커다란 정자에서 또다시 긴 휴식을 취했다. 배낭을 베고 누워 바다를 보니 흔들리는 커다란 배 한 척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가 타고 뭍으로 돌아갈 바로 그 차도선이었다. 사람도 졸고 배도 쉬는 대이작도의 한낮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대이작도 백패킹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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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과 도로를 이용해 다양한 풍광 즐겨
대이작도 구석구석을 백패킹으로 돌아보려면 최소 1박 2일 일정을 잡아야 한다. 배가 정상 운행할 경우, 정오쯤에 선착장에 도착해 섬 동쪽 끝의 계남마을까지 도로를 따라 왕복해도 여유가 있다. 썰물 때는 계남마을에서 큰풀안해변을 따라 걸어서 장골마을까지 이동하며 바다 풍광을 즐겨도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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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장에서 부아산과 송이산을 연결하는 산길은 오르내림이 심해 무거운 배낭을 멘 백패커에게는 불리하다. 하지만 시간과 체력이 된다면 부아산 정상에서 일몰을 보고 정상부의 공원에서 비박을 할 수도 있다. 물론 하룻밤 동안 필요한 식수를 지고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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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와 산길을 적절히 섞어 트레킹 코스를 구성하면 좋다. 첫날 도로를 따라 섬을 횡단한 뒤, 다음날은 산을 넘으며 조망을 즐기는 일정도 가능하다. 아니면 첫날 부아산을 포함한 섬 서부지역을 돌아보고, 다음날은 송이산과 섬 동부지역을 답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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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방향으로 코스를 엮어도 큰 무리는 없다. 하지만 너무 이동만 생각하면 피곤하다. 발이 아프면 전망 좋은 곳에서 쉬었다 와도 좋다. 하루 정도 더 섬에서 머물며 낚시나 해수욕을 즐길 수도 있다. 배를 타고 풀등까지 다녀오면 더욱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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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영의 편의성만 따지면 작은풀안해수욕장이 대이작도 최고의 캠핑장이다. 화장실, 취수대, 샤워실 등을 갖추고 있고, 주차장 옆에 간이식당도 있다. 이 식당에 문의하면 풀등으로 가는 배편도 알아봐 준다. 옹진군이 작은풀안해변에 설치한 그늘막에서 비박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늘막 내에 텐트를 치는 것은 금하고 있다. 백사장 뒤편의 해안에 소나무 숲이 있어 땡볕을 피해 캠프사이트를 구축할 수 있다. 모래가 많긴 하지만 해송 숲과 가까운 곳의 땅은 단단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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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이작도 선창가의 매점에서 간단한 생필품과 음료, 주류 구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필요한 물품은 사전에 넉넉하게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물은 삼신할미약수와 작은풀안해변의 취수대에서 자유롭게 구할 수 있다. 섬 내를 운행하는 대중교통편은 없다. 방을 예약하면 펜션에서 오고가는 차편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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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지역번호 032)
인천여객선터미널에서 자월도, 대이작도, 승봉도 등을 거치는 대부해운(887-6669)의 대부고속훼리5호(08:00)와 우리고속훼리(887-2891)의 쾌속선 레인보우호(09:00)가 비수기 평일은 1회씩 운행한다. 대이작도에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시각은 오후 3시(쾌속선)와 오후 3시 30분(차도선)이다. 토·일요일과 휴일에는 1일 2회 출항한다. 선박 이용요금 성인 1인 4만1,700원(쾌속선 왕복), 1만9,600원(차도선 왕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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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대부도 방아머리선착장에서 승봉도, 대·소이작도 등을 경유하는 대부해운(886-7813)의 대부고속훼리가 비수기 평일에는 1일 1회(09:30) 출항한다. 승봉도에서 돌아오는 배는 오후 3시 50분에 떠난다. 주말과 휴일에는 1일 2회 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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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이 많은 연휴와 피서철에는 배가 증편 운항하므로 사전에 출항시간을 확인해 예약하는 것이 좋다. 승선권은 한국해운조합 홈페이지(http://island.haewoon.co.kr/)에서 예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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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식(지역번호 032)
선착장 부근 큰마을에 수평선펜션(834-7600), 바다산책펜션(010-8670-3965), 코코비치(834-2552), 이작가는길(833-4004) 등이 있다. 작은풀안해변에서 가까운 장골마을에 풀등펜션(834-6161), 푸른언덕펜션(834-2710) 등 민박집이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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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장 앞의 이작횟집(834-9944)은 대이작도에서 유일의 횟집이다. 생선회, 꽃게탕, 매운탕, 게장백반, 회덮밥 등을 맛볼 수 있다. 신선한 자연산 해산물을 재료로 사용한 음식들이 감칠맛이 난다. 작은풀안해수욕장의 풀등마차(833-3945)에서도 생선회, 백반 등의 메뉴를 내놓는다. 민박집이나 펜션에서도 미리 부탁하면 식사를 차려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