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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감옥에서 김치까지"…캄보디아 총책 '송'

경찰, '마약상' 박왕열·최병민 잇따라 송환
캄보디아 감옥에서 마약 유통하는 송모씨

'우롱차 마약'이 출발한 것으로 추정되는 골든 트라이앵글은 거대한 산악 지대다. 태국·라오스·미얀마 3개국의 접경 지역에 걸쳐 있다. 예로부터 세계 최대의 마약 생산지로 악명을 떨쳤다. 험준한 산악 지형 아래 메콩강이 흐른다. 복잡한 지형은 공권력의 감시를 어렵게 만들었다. 이 지역을 가로지르는 메콩강은 마약을 세계 각지로 뿌리는 '밀수 통로' 역할을 한다.

골든 트라이앵글은 거대한 마약 생산지다. 최근 '텔레그램 전 세계' 박왕열(47) 송환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마약 조직들은 이 지역을 거점으로 필리핀·캄보디아 등 인접 국가에서 활동을 전개한다. 현지 공권력과 결탁해 한국으로 마약 밀반입을 계속하고 있어 문제가 크다.

한국 경찰이 올해 1월 캄보디아 프놈펜국제공항에서 스캠 등 범행을 저지른 범죄 조직원을 국내로 송환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경찰청

 

 

경찰청 마약조직범죄수사과는 지난 1일 박씨에게 마약을 공급해온 '텔레그램 청담사장' 최병민(51)을 태국 현지에서 붙잡아 국내로 압송했다. 박씨는 필리핀 교도소에서 수감 중 자유롭게 마약 유통을 지시했다. 그에게 마약을 공급한 혐의를 받는 최씨는 태국에 거처를 두고 있었다.

수사 당국은 박씨와 유사한 혐의를 받는 캄보디아의 60대 송모씨를 주시하고 있다. 마약 유통에 정통한 소식통은 "박왕열은 이 바닥에서 쳐주지도 않는데 '마약왕'이라는 호칭이 붙어 어이가 없었다"며 "송씨는 유통 규모·네트워크 등 모든 면에서 비교가 안 되는 사이즈"라고 했다.

 

송씨는 '미스터 송'이라고도 불린다. 2019년 3월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2020년 7월 필로폰 소지 혐의로 체포됐다. 그러나 현지 교도소에서 휴대전화를 자유롭게 사용하며 마약 밀반입을 계속하고 있다. 외교가 소식통은 "송씨가 현지 교도소에서 김치를 담가 먹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유롭게 지내는 것으로 파악했다"며 "음식도 한국 음식만 챙겨 먹는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송씨는 가족까지 범죄에 연루시켰다. 지난해 12월 그의 90대 노모에게 징역 1년이 선고됐다. 불상자로부터 현금 4억원을 받아 지정 계좌로 송금한 혐의다. 아들이 지시한 일이었다.

경찰이 마약 총책 박왕열에게 마약을 공급해온 상선, 이른바 '텔레그램 청담' 최병민(51)를 태국 현지에서 붙잡아 1일 한국으로 송환했다. 챗GPT 생성 이미지

 

다만 캄보디아 당국의 협조가 원만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전직 수사 관계자는 "여러 차례 송환을 시도했지만 태도가 상당히 비협조적"이라며 "스캠(사기) 단지 수사도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섰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캄보디아 측은 범죄자 송환 요청에 '한국 내 반(反) 캄보디아 정부 활동가를 잡아 맞교환하자'라는 식으로 억지를 부린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수사 당국은 이 대통령의 지시로 초국가범죄 특별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있다. 특히 경찰이 현지 수사 당국과의 협력 수위를 높여가고 있어 송씨 송환에도 기대가 커진다.

스캠 조직을 일망타진하는 데 앞장섰던 '코리아 전담반' 업무 범위를 마약·도박까지 넓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서 탯(Sar Thet) 캄보디아 경찰청장과 치안총수 회담을 열고 초국가범죄 대응 강화를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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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UNODC "초국가 범죄조직, 한국 노린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 전문가 패널 인터뷰
"공급 주도형 시장 확장으로 마약 늘었다"
마약, 지하경제 팽창 → 부패 조장할 우려

전 세계 마약류 범죄 대응을 진두지휘하는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초국가 범죄 집단이 한국과 같은 고소득 국가를 목표로 삼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마약류 수요 증가는 범죄조직이 공급을 늘려 마약에 노출되는 사람을 늘리려는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시아경제는 급변하는 국내외 마약류 범죄 양상을 분석하기 위해 UNODC 측에 진단을 의뢰했다. UNODC는 동아시아·태평양 지역 범죄 분석가와 정책 전략가로 구성된 전문가 패널의 통합된 분석을 회신했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고소득 국가들이 직면한 마약 위기를 '공급 주도형 시장 확장'으로 규정하며 경제 전반에 미칠 파괴적 영향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마약 카르텔, 한국 같은 고소득 국가 노린다

UNODC는 '지역적 관점에서 한국 등을 겨냥한 마약 카르텔의 전략적 변화'를 묻는 말에 "최근 동아시아 마약 시장에서 목격되는 현상은 갑작스러운 변화가 아니라 지난 10년간 꾸준히 축적돼 온 결과"라고 진단했다. 이어 "초국가 범죄 집단은 한국 같은 고소득 국가를 목표로 삼고 있다"며 "급격히 늘어난 공급은 범죄 집단의 전략으로 한국이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했다.

UNODC 전문가 패널은 "아시아 지역 마약 공급은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며 2024년 동아시아·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메트암페타민(필로폰) 236t이 압수됐다고 밝혔다. 1회 투약량을 0.3g으로 계산하면 약 78억6000만회 분이다. 전 세계인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이는 역대 최고 기록으로, 단순 압수량이란 점을 고려하면 실제 공급량은 훨씬 클 거란 게 UNODC 분석이다.

 

UNODC는 이 같은 변화를 이끈 주요 배경으로 온라인 유통을 꼽았다. 마약류 생산은 더 유연해졌고 조직이 규모를 확장하기도 쉬워졌다는 것이다. 전문가 패널은 "온라인 범죄 생태계 출현으로 마약 공급망은 훨씬 파편화했다"며 "소셜 플랫폼 판매, 암호화폐 거래 등은 전통 금융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도 수많은 고객에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박왕열 사건'을 언급하며 "온라인 조율과 분산된 유통, 탐지·차단이 어려운 국경 공급망(골든 트라이앵글) 등 범죄 요소들이 어떻게 결합하는지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마약 지하경제, 경제·거버넌스까지 흔들 것

모니카 주마 신임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 사무총장(가운데)이 11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부임 첫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

 

UNODC는 마약으로 발생하는 '지하경제'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경고했다. '마약으로 발생한 범죄 자금이 경제에 침투할 때 발생하는 위험과 자금세탁 문제'를 묻자 "경제적 건전성과 거버넌스, 법치주의에 대해 심각하고 장기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며 "세탁된 범죄 수익금은 공정한 시장 경쟁을 왜곡하고 부패를 조장하며 제도에 대한 신뢰를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마약류 범죄는 상당 부분 가상자산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추적이 어려운 범죄 수익금은 간단한 세탁 과정을 거쳐 실물 경제에 유입되고 있다. UNODC는 "범죄 조직이 합법적인 기업이나 경제 부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만든다는 의미"라며 "결과적으로 범죄 네트워크가 불법 이익을 보존할 뿐 아니라 다시 범죄 활동에 재투자할 수 있게 하는 동력이 된다"고 우려했다.

이런 측면에서 마약류 범죄 수사에서도 '금융 수사' 전문성이 중요하다고 봤다. 마약 밀매와 자금 세탁에 텔레그램·다크웹 등 익명 채널과 가상자산 거래 비중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45차 아태 마약법집행기관장회의(HONLAP)에서도 금융 수사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전문가 패널은 "가장 효과적인 접근법은 금융 수사를 마약 사건의 일상적이고 통합적인 구성 요소로 다루는 것"이라며 "범죄 수익의 추적·동결·몰수·회수 등에 집중하고 법인 구조 뒤에 숨은 실제 소유주를 식별해야 하며, 신속한 국가 간 협력을 개선하는 게 핵심"이라고 역설했다.

개별 국가 대응 불가…초국가 협력 강화해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유엔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국경을 넘나드는 마약 범죄는 이미 디지털을 기반으로 시장을 확장하며 유통망을 빠르게 분산시키고 있다. 단일 국가 차원의 수사는 한계에 직면했고, 국제 공조는 필수가 됐다.

UNODC는 "그 어떤 국가도 독자적으로 완전한 정보 지도(Intelligence Picture)를 그려낼 수 없다"며 "네트워크를 물리치기 위해서는 (국제 공조)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UNODC는 초국가적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으로 '마약 프로파일링(Drug Profiling)'을 제시했다. 단순히 마약류 사범을 추적하는 기술을 넘어, 압수된 마약의 '화학적 지문'을 분석하는 것이다. 국제 유통망과 제조 근거지를 추적하는 고도의 과학수사 기법이다.

전문가 패널은 "새로운 이니셔티브는 압수된 마약의 물리적·화학적 특성과 포장 형태를 체계적으로 수집하는 데 중점을 둔다"며 "법의학적 기반을 강화해 개별 사건 간 연관성을 파악하고 범죄 네트워크에 대항하는 합동작전을 용이하게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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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갈구하는 만큼 스스로를 혐오했어요"…엄마의 눈물도, 찬란한 꿈도 무너졌다

 

■ 2장. 마약범죄, 10대를 노린다

'10대 시절' 투약 시작한 청년 5명 인터뷰
성범죄 등 2차 피해, 말단 드라퍼 되기도
"온몸에 벌레가…망치로 두들기듯 아파"

한창 꿈을 꿔야 할 나이에 환각을 샀고, 내일을 설계해야 할 시간에 죽음을 마주했다.

10대 시절 마약을 접한 청춘 5명이 아시아경제에 전한 참회다. 누군가는 동경하던 선배의 권유로, 누군가는 지독한 학업 스트레스 끝에 마약을 선택했다. 결과는 하나 같이 참혹했다. 빚더미와 환각, 장기가 마비되는 고통,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까지. 미래를 압류당한 이들이 뒤늦게 털어놓은 이야기를 전한다. 위험한 호기심에 사로잡힌 이들을 향한 경고이자 절박한 호소다.

Case 1. 반복되는 투약, 영혼까지 내줬다

 

 

A씨(21)의 시간은 중학교 1학년, 그날에 멈춰 있다. 손에 꼽힐 정도로 성적이 뛰어났지만, 따돌림은 소녀를 비뚤어지게 했다. 곁을 지켜준 친구에게 괴롭힘이 번졌다. 옥상에서 힘든 감정을 털어놓던 친구를 먼저 떠나보냈다. 남겨진 A씨는 무너진 마음을 달래려 술과 담배에 손을 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 2학년 겨울 무렵, 덫 같은 메시지가 날아왔다. "찬○ 할래?"

A씨는 "부산에 사는 어른이었다"며 "마침 친구와 부산 여행이 계획돼 있어서 '간 김에 차가운 ○이란 것도 마셔 보자'라고 가볍게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숙소를 잡고 연락하니 곧 답이 왔다. 옆방으로 혼자 넘어오라고 했다. 방에 들어가니 테이블 위에 토니켓(지혈대)과 낯선 도구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마약이라는 걸 알아챘지만, 이미 남성이 소녀의 팔에 투약을 한 뒤였다.

"머리가 자동차 타이어로 밟히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10시간에 걸친 '블랙아웃' 끝에 눈을 떴다. 남자는 평온하게 잠들어 있었다. 샤워 가운을 입은 채였다. 일상이 붕괴하기 시작했다. 짜증이 터져 나왔고 망상까지 생겼다. 거실에 앉아 있는 하늘색 얼굴의 여자를 보고 발작까지 일으켰다. 갈망은 공포보다 강했다. 강렬한 기억에 사로잡힌 A씨는 남자를 다시 찾고야 말았다.

투약과 2차 피해가 반복됐다. 생기가 꺼져 가는 과정이었다. 하루 수차례 투약을 반복했다. 마약을 구하려 40대 판매책과 동거까지 했다. 돈이 떨어지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약을 구한다는 은어를 써 올렸다. 수많은 남성으로부터 메시지가 왔고 약물에 종속된 관계가 이어졌다. 환각에 환후까지 생겼다. 눈을 감았다 뜨면 옆 사람이 바뀌었고 갑자기 생선 썩은 내가 올라왔다.

그는 민간 재활시설에서 위태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A씨는 "부모님을 계속 걱정시키고 있다는 게 가장 힘들다"며 "시간은 한참 흘렀는데 해놓은 게 없어 죄책감이 크다"고 털어놨다.

Case 2. 벌레 수만 마리 기어 다니는 고통

 

래퍼를 꿈꿨던 B씨(25)는 열아홉 살 꿈에 그리던 작업실에서 '악마'를 만났다. 평소 동경하던 오빠들이 작업실로 그를 부른 것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달려갔다. 음악 대신 B씨를 기다린 건 투약 도구들과 낯선 약물. 펜타닐이었다. '다 널 위한 거야' 달콤한 속삭임에 넘어갔다.

나른했다. 불안감을 일으키던 공황도 사라졌다. 딱 10분이었다. 그 뒤에는 온몸이 간지럽고 구토가 시작됐다. B씨는 "피부 겉이 아니라 안쪽 근육이 간지러워 미칠 것 같았다"며 "팔과 다리, 가슴 쪽으로 그 느낌이 번지는데 정말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처럼 소름 끼쳤다"고 설명했다.

비극은 치밀하게 설계됐다. B씨는 "첫 투약 이후 후유증인 줄 모르고 '몸이 왜 이렇게 힘들지'하고 있었는데, 딱 일주일째 되는 날 정말 악마가 보낸 것처럼 사람이 왔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에게 호감을 표했던 유명 래퍼였다. 선심을 쓰듯이 마약을 내줬다. B씨가 중독되기 시작하자 본색을 드러냈다. 후배들을 중독시킨 뒤 약값을 뜯어내는 포식자였다. B씨는 "나중에 알고 보니 병원에서 비급여로 펜타닐을 처방받는 값의 7~10배를 받아갔다"고 말했다.

몸은 빠르게 망가졌다. 마취제 성분으로 구성된 약물 탓에 실제로 장기가 마비됐다. 일주일 넘게 화장실을 못 가는 건 기본이었다. 위경련과 장폐색까지 반복됐다. 마약 기운이 떨어지면 근육이 조여드는 고통에 몸부림쳐야 했다. 마약을 해야 겨우 밥 한술 뜰 수 있는 상태가 됐다.

B씨는 "마약을 멋있는 것처럼 포장하는 일부 음악 하는 사람들의 문화가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며 "의지만으로는 빠져나올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신앙을 붙잡고 3년 넘게 단약 중이다. 다른 젊음들이 자신처럼 '악마가 보낸 사람'에게 속지 않길 기도한다고 전했다.

Case 3. "마약 멈추면 망치로 때리는 듯 괴로워"

홀로서기에는 아직 어린 나이 열일곱 살. C씨(24)는 가수가 되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상경했다. 부모의 울타리를 떠난 자취 생활은 자유로웠다. 그 빈틈으로 파멸이 파고들었다.

친구들과 어울리며 대마에 손을 댔다. 음악을 위해 자퇴까지 했지만 C씨의 꿈은 연기처럼 흐릿해졌다. 그는 "대마 다음은 진통제류 마약을 접했다"며 "그냥 삼키다가 주변에서 하는 투약 방식을 보고 따라 했다"고 했다. 환각이 너무 강했던 LSD는 지금 떠올려도 두려울 정도다.

더 공포스러웠던 건 금단 증상이었다. C씨는 "진통제류 마약은 금단 현상이 엄청 심하다"며 "온몸을 망치로 두들겨 맞는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경험하는 순간 '마약을 절대 하면 안 되는구나' 깨닫지만, 이미 투약해버린 뒤라는 게 문제"라며 "약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만큼 온몸에 고통이 멈추지 않으니 그게 무서워서라도 다시 손을 대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가족의 헌신도 소용없었다. 어머니는 위암을 앓았다. 딸을 살리기 위해 온몸으로 매달렸다. 직접 재활 프로그램까지 수료했다. 딸이 구속됐을 땐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면회를 오갔다. C씨는 그런 어머니를 보면서도 마약을 떠올렸다. 병원 수십 곳을 돌았다. 어린 동생의 명의까지 도용했다. C씨는 "집행유예를 받고 동생 이름으로 약을 탔다"며 "정말 못 할 짓을 했다"고 털어놨다.

마약을 갈구하는 만큼 스스로를 혐오했다. 가족의 헌신은 죄책감으로 돌아왔다. 자꾸만 위험한 생각에 빠졌다. 결국 가족들은 외래진료를 가자고 속여 폐쇄병동에 그를 강제 입원시켰다. 그렇게 1년을 꼬박 갇혀 지냈다. C씨는 "약을 하면 좋을 것 같겠지만, 끝없는 고통이 찾아온다"며 "건강, 감정, 인간관계까지 모두 무너지고 인생의 밑바닥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Case 4. '위험한 랜덤박스' 약 찾아 헤맨 소년
 

D군(18)은 손꼽히는 우등생이었다. 고등학교에 올라와 마주한 세상은 너무 치열했다. 엉망이 된 성적표가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그에게 기다렸다는 듯이 옆 학교 선배가 합성대마를 건넸다. 늦은 새벽 10대 소년들은 지하주차장에 모여 선을 넘었다.

한순간의 일탈로 그칠 줄 알았다. 1학기를 마친 D군은 정시를 목표로 자퇴를 결심했다. 학교를 떠난 게 실수였을까. 열심히 했던 공부도 점점 손에 잡히지 않았다. 친구들과 어울리며 약에 빠지기 시작했다. 마약값을 마련하기 위해 불법 도박에 손을 대는 지경에 이르렀다.

돈이 떨어지면 길바닥으로 나섰다. 텔레그램에서 마약을 구매하면 '던지기' 해줄 만한 은닉 장소를 찾아다녔다. 서울·인천·수원 등 먼 지역까지 골목길을 뒤졌다. D군은 "약을 찾으면 테이프로 감싸져 있는데 뭐가 나올지 모른다"며 "처음에는 합성대마만 했었는데, 랜덤박스처럼 필로폰도 나오고 케타민도 나오고 하니 '이것도 해볼까' 하면서 다 해보게 됐다"고 털어놨다.

LSD를 처음 투약했을 땐 주변이 사막으로 바뀌었다. 갑자기 '음식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샀다가 '사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들려 상점에서 뛰쳐나왔다. 필로폰은 더 끔찍했다. 투약 직후 쓰러지며 머리를 부딪혔다. 기억상실까지 겪었다. 닷새간 한숨도 잘 수 없었다.

악마의 손길은 끈질겼다. D군은 "단약 중 텔레그램 채널에 들어갔더니 딜러들이 연예인 사진을 올리면서 퀴즈를 냈다"며 "이런 식으로 당첨되면 공짜로 약이 생기니 다시 하게 됐다"고 했다. 친구도 그를 늪으로 끌어당겼다. 단약 중 만난 친구가 주머니에서 케타민을 꺼낸 것이다. D군은 "약을 하면 특별해 보일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너무 한심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Case 5. 가족 신상 담보로…'말단 세포' 된 10대

동경과 호기심, 혹은 스트레스를 풀겠다는 핑계는 10대를 거대한 마약 유통망의 말단 세포로 만들기도 했다. E군(19)은 입시 스트레스를 호소하던 평범한 수험생이었다. 지금은 드라퍼(운반책)가 됐다. 서울역 대합실에서 만난 그는 마약을 떠올리기엔 너무 앳된 모습이었다.

처음 그에게 마약을 건넨 이는 학원 친구였다. 지독한 현실을 잠시 잊게 해주는 일탈로 여겼다. 그러나 한 카트리지에 수십만 원 하는 액상대마 값을 감당하기에 소년의 주머니는 너무 가벼웠다. E군은 "처음 약을 줬던 친구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아르바이트가 있다면서 텔레그램 계정을 알려줬다"고 했다. 노예 계약과 다름없었다. '좌표 딜러'라고 불리는 판매책은 E군에게 주민등록증과 가족관계증명서, 가족들의 연락처를 요구했다. 담보로 보증금 200만원까지 뜯어갔다.

유통 과정은 치밀했다. E군은 상선이 알려준 좌표에서 검은 비닐에 쌓인 마약 묶음을 수거했다. 대량으로 포장된 약을 '뭉치' 혹은 '통'이라고 불렀다. 약을 가져온 뒤 판매책이 시킨 대로 작은 지퍼백에 나눠 담았다. 그는 "아파트 배전함이나 건물 외벽 실외기처럼 일상적인 장소에서 눈에 잘 띄지 않을 만한 위치에 알아서 숨기면 된다"고 설명했다. 어떤 마약이었는지 묻자 "하얀 가루였는데 소금이라고 불렀다"며 "정확히 모르겠지만 케타민 같았다"고 답했다.

은닉을 마치면 장소를 캡처한 지도와 인증샷을 보냈다. 구매자의 수령 확인을 거쳐 건당 수만 원에 불과한 수수료가 들어왔다. 그는 "하루에 많게는 20건까지 해봤는데 매일 그렇게 할 수는 없다"며 "약을 하는 걸 들키면 잘리기 때문에 딜러에겐 투약 사실을 숨긴다"고 말했다.

E군은 내내 극도로 불안한 기색을 보였다. "형사가 날 쫓아오고 있다"거나 숨을 참았다가 몰아쉬길 반복했다. 그럼에도 투약을 계속하는 이유를 묻자 "아무 생각이 안 들어서"라고 했다. 후드를 뒤집어쓴 소년의 뒷모습은 거대한 톱니바퀴 속 소모품으로 전락한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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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살 빠지는 약' 합법 틈 파고든 의료용 마약

최근 5년간 의료용 마약류 95억정 처방
다이어트 약, 공부 잘하는 약 등 오남용
합법의 틀 안에서 '10대 약물중독' 유혹

대한민국은 5명 중 2명이 의료용 마약을 처방받는 나라다. 허술한 의료체계가 발행한 처방전은 10대를 약물중독으로 이끄는 통행증이 되고 있다. '살 빠지는 약' '공부 잘하는 약' 등의 무분별한 처방은 청소년에게 중독이라는 공포 대신 효능이라는 유혹으로 다가간다. 합법의 틀 안에서 이뤄진 약물 오남용으로 최근 5년간 처방된 의료용 마약은 95억정(개)에 육박했다.

19일 수사 당국과 의료계 의견을 종합하면 '의료용 마약류'가 10대 시절 마약류를 접하는 첫 통로인 경우가 늘고 있다. 펜타민 성분의 식욕억제제는 나비 모양 알약의 이름을 따 '다이어트 나비약'으로 불린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 목적의 메틸페니데이트 계열 약물은 학원가에서 '집중력을 향상해주는 약'으로 통한다. 미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펜타닐 계열의 진통제는 10대 청소년이 본격적인 환각 목적의 중독으로 빠지는 시작점이 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을 지낸 정희선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석좌교수는 "흔히 나비약이라 부르는 다이어트 약물에 담긴 펜타민 성분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며 "그 성분의 화학적 구조가 필로폰과 같은 부류에 속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물론 약물의 작용 자체는 마약에 비해 약하지만, 식욕억제제와 ADHD 치료제 모두 향정신성의약품"이라며 "수사 당국에서 지적하듯이 이런 약물에 노출된 학생들이 마약류 중독으로 더 쉽게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나비약 등 10대의 접근성이 높은 약물을 지목했다. 이 교수는 "의료용 마약류가 불법 마약류 중독으로 가는 게이트웨이라고 명확히 규정할 수 있는지 따진다면 아직은 규정할 수 없는 영역"이라면서도 "다이어트약 등은 10대 후반 아이들이 살을 뺄 목적으로 먹었다가 약물 오남용으로 빠지는 케이스가 실제로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경제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확보한 의료용 마약류 처방 현황에 따르면 2021~2025년 의료용 마약류 처방 환자는 9841만명으로 1억명에 육박했다. 2024년 처음 2000만명을 돌파한 뒤 지난해 2019만명이 처방받았다.

5년간 의료용 마약류 처방 건수는 5억1359만건에 달했다. 연평균 1억건 넘는 의료용 마약류 처방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식욕억제제의 경우 2021년 586만건에서 지난해 459만건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 10대 중심의 처방이 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눈에 띄는 건 ADHD 치료제다. 메틸페니데이트 계열 약물 처방은 2021년 172만건이었지만, 해마다 늘어 지난해 322만건에 달했다. 10대 사이에서 대리처방·명의도용·재판매까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약물 오남용이 불법 마약류 중독으로 연결되는 배경에는 내성 문제가 있다. 정 교수는 "의료용 마약류가 불법 마약류로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까 우려된다"며 "약물은 내성이 생기는데, 점점 약을 늘리거나 약효가 강한 약물을 찾게 되는 수순"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처방량을 보면 의료용 마약류 사용이 얼마나 가파르게 증가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이 기간 처방된 의료용 마약류는 94억7946만정(개)에 이르렀다. 알약 1개의 길이를 1.5㎝로 가정하고 일렬로 늘어뜨리면 지구를 3바퀴 반을 돌고도 남는 양이다. 지난해 디아제팜 등 항불안제는 9억2381만정 처방됐다. 이 효능에 관한 환자 수가 592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1명당 156정을 처방받은 셈이다. 지난해 ADHD 치료제는 무려 1억815만정, 2021년 4538만정의 두 배 넘게 불어났다.

10대까지 유혹하는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을 막기 위해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무는 통합적 대응이 요구된다. 이 교수는 "약을 처방하는 진료 행위에 대한 모범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은 보건복지부의 질병 관리 차원에서 논의돼야 할 사안인데, 이해관계자가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식약처를 중심으로 '약물 처방이 이렇게 늘어났는데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하는 논의만 진행되고 있다"며 "불법으로 유통되고 소비되는 과정에 대해서도 철저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마약류 중독은 치료·재활 등이 매우 중요한데, 당장 치료와 재활부터 복지부와 식약처로 대응이 따로 놀고 있다"며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정말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급 억제를 어떻게 할지, 다음은 수요 억제, 나아가 치료·재활에 대한 대응, 전반적으로 예방에 대해서는 어떤 정책이 필요할지 묶어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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