⑨교실도 뚫렸다…10대 지배한 90%의 정체
5년 단위 평균 내보니 10대 사범 10배
교실에서 투약하거나 직접 유통하기도
10대 투약, 신종마약에 집중돼 더 위험
지난 10년간 10대 마약류 사범이 10배 가까이 폭증한 것으로 분석됐다. 과거 마약은 특권층, 유흥업 종사자 등 일부 집단의 일탈로 여겨졌지만, 이젠 10대도 안전하지 않다. 교실에서 합성대마 액상을 흡연하거나 고등학생이 직접 마약 유통에 가담하는 일도 적지 않게 적발되고 있다.

19일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단속된 10대(19세 이하) 마약류 사범은 674명으로 집계됐다. 2015년 128명과 비교하면 10년 새 5배 넘게 늘었다. 2005년 30명과 비교하면 무려 2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법무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던 2023년에는 무려 1477명이 검거되기도 했다.
다만 2023년 수치를 놓고 10대 사범이 무작정 늘었다고 보긴 어렵다. 전반적인 추세를 보기 위해 2011~2015년 검거된 10대 사범의 평균과 2021~2025년 사범의 평균을 비교했다. 앞선 시기에는 연평균 74명의 10대 마약류 사범이 검거됐다. 최근 5년 동안에는 연 747명 수준으로 집계됐다. 2015년 10대 비중은 전체 1.1%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들어서는 2.9%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충격적인 통계로도 10대의 중독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상규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교수는 "검찰 자료는 적발된 수만 따지는 것일 뿐"이라며 "어떤 약을 어떻게 얼마나 사용하는지, 우리나라는 그런 자료조차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10대의 마약 중독은 '신종 마약'에 집중돼 있어 더 위험하다. 지난해 검거된 674명 가운데 대마사범은 49명(7.3%), 마약사범은 14명(2.1%)에 불과했다. 90%가 넘는 611명은 모두 향정신성의약품에 손을 댄 향정사범이었다. 필로폰, 합성대마, 엑스터시 등 향정신성의약품은 '얼○' '캔○' '허○' 등 일상적인 은어로 포장돼 젊은 층에서 유통되고 있다. 10대를 약물 중독의 길로 이끄는 '살 빼는 약' '공부 잘하는 약' 등의 성분 역시 전통적인 마약이 아닌 향정신성의약품에 해당한다.
실제 사건·사고 사례에서 참담한 투약 실태가 드러난다. 2021년 5월 부산·경남 소재 병원과 약국을 오가며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아 다른 10대에게 판매하거나 직접 투약한 A군(19) 등 4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미국을 잠식한 펜타닐 약물이 국내, 그것도 10대를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공원, 상가 화장실뿐 아니라 교내에서도 약물을 투약했다.
2023년 인천에선 부모님이 구해준 '공부방'에서 마약을 유통한 겁 없는 10대가 덜미를 잡혔다. B군(19) 등은 필로폰 등 시가 2억7000만원 상당의 마약을 유통·투약했다. 텔레그램을 통해 손님을 구하고 '던지기' 수법으로 유통했다. 범죄 수익은 1억2200만원에 달했다. 주범 B군 등은 장기 7년~단기 5년, 이들로부터 수익을 빼앗은 C군(19)은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10대를 파고든 마약류 유통의 핵심은 텔레그램 등 비대면 플랫폼이다. 한국은 정보기술(IT) 인프라가 뛰어나고 어린 나이부터 인터넷 접근성이 좋다. 이런 장점이 마약류 범죄에 있어서는 함정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희선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석좌교수는 "과거에는 아무나 마약을 구하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인터넷 시장에서 신원을 드러내지 않고 구할 수 있다"며 "이로 인한 젊은 사람들의 중독, 특히 어린 10대의 유입이 상당히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윤흥희 남서울대 글로벌중독재활상담학과 교수도 같은 맥락에서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지금의 10대는 인터넷 환경에서 태어난 2000년대생으로 텔레그램, 엑스(X·옛 트위터) 등은 물론 다크웹에 대한 접근성도 높다"며 "이런 플랫폼을 통해 마약을 구입하고 판매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무엇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마약류를 칭하는 다양한 은어가 있는데 이런 은어 자체부터 청소년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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⑩마약시장 최대 33兆…'사교육시장'보다 크다
■ 3장. 마약경제에 흔들리는 국가경제
소매가 기준으로 압수량 계산하면 33조 넘어
박성수 교수 연구, 마약류 범죄 암수율 29배
극소량도 치명적인 LSD…1g 소매가격 10억
"텔레그램 등 변화 반영하면 더 커질 수 있어"
국내 마약류 유통 시장의 잠재적 규모가 3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의 사교육 시장 규모 27조원보다 큰 것이다. 다음 세대를 위해 투자하는 교육비보다 많은 돈이 지하경제를 형성하며 국가의 미래를 갉아먹고 있다는 의미다. 마약류 사범도 최대 67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됐다. 국민 77명 중 1명이 마약을 접하고 있다는 것으로, 마약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수치다.
20일 아시아경제가 마약류 범죄 암수율(숨겨진 범죄의 비율)을 28.57배로 산출한 박성수 세명대 경찰학과 교수의 연구 모델에 2021~2025년 연평균 마약류 압수량과 소매가격 시세를 대입한 결과 국내 마약류 시장의 잠재적 규모는 33조1208억원으로 추산됐다. 국가데이터처가 최근 발표한 '2025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사교육비 총액 27조5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마약시장 33조원, 어떻게 추산했나

우선 국내에서 마약이 유통되는 규모를 계산하기 위해 검찰의 마약 압수량을 기준으로 했다. 하수역학 기반 조사는 대상 약물이 한정적이고 소량 검출까지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1회 투약량이 100㎍(1㎍=100만분의 1g)에 불과한 LSD 등은 하수역학이 잡아내지 못한다.
통계 왜곡을 줄이기 위해 단일 사건에서 1㎏ 이상 대량 적발된 사례는 모두 제외했다. 2023년 집중 단속에 따른 영향도 최근 5년치 압수량의 평균을 내 변동성을 줄였다. 대상은 필로폰, 케타민, JWH-018 등 합성대마류, 엑스터시(MDMA), LSD 등 주요 마약류 10가지다.
시세는 2021~2025년 판결문 30건에 적시된 소매가격과 전·현직 마약 유통업자, 텔레그램 마약 판매 채널, 수사기관 추정치 등을 바탕으로 취합하되 보수적인 금액을 적용했다. 모든 마약류가 소매로 유통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시장 규모가 일부 과측정될 수 있다. 다만 법원이 거래액을 모르는 상태에서 형량을 따질 때 소매 기준으로 추징 가액을 산정한다는 점을 참고했다.
검찰의 압수량은 g 단위로 취합된다. 1회 투약량을 기준으로 한 시세는 1g 단위로 변환했다. 예컨대 환각 효과가 필로폰의 300배에 달하는 LSD는 1회 투약량이 100㎍에 불과하다. 스티커 1장 형태로 10만원에 유통된다. 전량 소매로 유통했다고 가정하면 1g당 10억원이다. 1정이 0.5g인 MDMA는 1g 단위 로 계산했다. 나머지 마약류 시세는 1g당 수만~수십만 원으로 조사됐다.
LSD 제외하면 약 8조…최근 LSD 급격히 늘어

가장 눈에 띄는 약물은 LSD다. 검찰에 따르면 LSD는 1938년 스위스 화학자 앨버트 호프만이 최초 합성한 무미·무취·무색 환각제다. 극소량의 경구 투여만으로도 환각 효과가 나타날 만큼 위험하다. 오감 왜곡, 공포 등 현상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 다른 범죄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취재진이 산출한 통계에서 LSD 가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75.7%에 달했다. 이를 제외하면 시장 규모는 8조420억원으로 줄어든다. 트립(환각 효과를 뜻하는 용어)에 요구되는 투약량이 100~150㎍으로 극소량이기 때문이다. LSD 1g은 무려 1만명 동시 투약분이다. 2022년까지만 해도 50g 이상 압수된 적이 거의 없다. 2023년 2333g, 2024년 1804g, 지난해 152g 등으로 크게 늘었다. 2023년 압수량은 국민 절반이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비교 불가할 정도로 위험한 약물이다.
무게로 따지면 흔한 필로폰이 많이 유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잠재적 투약 가능 횟수'로 환산하면 LSD는 모든 약물을 뛰어넘을 만큼 위험한 약물이다. '클럽 마약'으로 불리며 유통이 활발해진 것은 물론 종이 형태를 띠고 있어 우편이나 서류로 위장하면 적발하기도 어렵다.
박 교수는 "LSD가 전량 소매로 유통되진 않겠지만, 거대한 물량이 한국에 들어왔고 압수됐다는 것은 사실"이라며 "단지 가액이 크다는 이유로 계산에서 빼는 것은 오히려 왜곡"이라고 했다.
"압수율 28.57배…77명 중 1명은 마약"

마약류 범죄는 흔히 '빙산의 일각'에 비유된다. 살인·강도 등 강력범죄와 달리 피해자와 가해자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 은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과거 마약류 범죄 암수율은 관행적으로 10배를 적용했다. 그러나 최근 법무부 등은 28.57배라는 수치를 쓰기 시작했다. 이는 박 교수가 2016년 수행한 '마약류 범죄의 암수율 측정에 관한 질적 연구'의 결론을 차용한 것이다.
박 교수는 당시 연구에서 4개 주체별 가중치를 반영한 산출 모델을 활용했다. 마약 범죄자, 수사기관 등 관련 공무원, 학계 및 전문가, 의료·재활 종사자 등에 대한 심층 면접을 통해 체감 암수율을 조사했다. 종합 결과, 28.57배로 예측된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이는 법무통계국(BJS)을 비롯한 미국 수사·법무 당국이 마약류 범죄에 적용하는 암수율 25~30배와 상통한다.
지난해 국내에선 마약류 사범 2만3403명이 검거됐다. 여기에 암수율을 반영하면 66만8624명에 달한다. 국민 77명당 1명은 이미 마약을 접했거나 중독돼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물밑 실상 확인하려는 시도…오히려 과소 추정 오류"

박성수 세명대 경찰학과 교수. 연합뉴스
마약류 시장 규모를 추산하려는 시도는 얼마나 많은 마약류 범죄가 물밑에 숨어 있는지, 이로 인해 발생하는 지하경제가 국가 경제를 얼마나 잠식하고 있는지를 밝혀내는 작업이다. 마약이 더 이상 특정 계층의 일탈이 아닌 '보편적 위협'으로 진화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박 교수는 시장 규모 추산 시도에 대해 "마약류 범죄의 암수율이 정확히 추정되지 않으면 적합한 정책이 나올 수 없고 처벌뿐 아니라 치료·재활·예방을 위해 어떻게 할지 기준점을 알 수 없다"며 "마약류 범죄 데이터와 비용 추정은 대응책 마련의 첫 단추"라고 평가했다.
그는 암수율 연구의 한계를 지목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계량적 검증이 아닌 질적 연구에 그쳤다는 점이 아쉽다"며 "최근 문제로 떠오른 의료용 마약류, 텔레그램 등 비대면 플랫폼을 통한 범죄의 양적 팽창 등을 반영하지 못해 '과소 추정'의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약류 범죄의 암수율과 실제 유통 시장 규모를 과학적으로 추산하는 작업은 마약류관리법과 형사사법 체계의 근본적인 개혁을 견인하는 동력"이라며 "보건의료적 개입과 회복적 사법 인프라의 적정 규모를 산출하려면 이 같은 연구가 적극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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⑪우주선 4번 개발할 비용…'청구서' 年 10조
박성수 교수 '사회적 비용' 연구 최신화 시도
차세대 발사체 사업 4번 추진할 수 있는 규모
범죄양태 등 고려하면 1인당 비용 60억 육박
대한민국이 마약류 범죄로 인해 치르는 사회적 비용은 연간 1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주강국 도약'을 목표로 추진 중인 차세대 발사체를 네 번 개발하고도 남는 규모다. 범죄 대응부터 처벌·교정 등 법집행과 치료·재활, 실직·사망에 따른 생산성 손실, 주변의 고통까지 반영된 청구서다. 사회 안전망이 무너지면서 발생하는 국가적 손실을 의미한다.
20일 아시아경제가 박성수 세명대 경찰학과 교수의 자문을 받아 '마약류 등 유해약물의 사회적 비용 분석' 연구를 최신화한 결과, 지난해 기준 마약류 범죄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9조7676억원으로 추산됐다. 박 교수가 2016년 데이터로 진행한 연구에서 암수율 28.57배를 적용한 결과는 4조8730억원이었다. 여기에 10년간의 물가 상승률 21.7%와 범죄 증가율 64.7%를 반영했다.

연간 10조원에 가까운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결과는 국가의 미래 동력에 투자했어야 할 비용을 범죄의 대가로 지불하고 있다는 뜻이다. 우주항공청은 차세대 발사체 개발에 총사업비 2조2921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마약류 범죄 탓에 차세대 우주 발사체를 네 번 개발하고도 남을 비용이 새고 있는 셈이다. 우주항공청의 올해 예산은 1조1131억원, 무려 9년치에 달한다.
박 교수는 "흔히 마약에는 피해자가 없다고들 하는데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라며 "단기적으로 중독자 본인은 물론 바로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피해자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비용 추산에는 범죄 혹은 그 중독자를 위한 의료·복지 비용부터 마약류 중독자가 생산 활동에 투입되지 못해 발생하는 손실비용, 형사처벌 등 법집행에 수반되는 형사사법정책 비용 등이 모두 합산돼 있다. 박 교수는 이 같은 유형비용 외에도 마약류 범죄로 발생하는 피해자 관련 비용과 가족·친구 등 주변에서 겪는 고통(PGS)에 수반되는 무형비용까지 따졌다.
구체적으로 '의료·복지 비용'은 건강보험, 의료급여, 간접의료비, 의료보조비 등으로 구성된다. '생산성 손실 비용'은 생산성 감소비와 손실분, 조기 사망자의 생산인력 손실분 등으로 계산되며 '형사사법 비용'은 경찰·검찰·법원·교정시설의 대응 예산이다. PGS 비용은 사망과 중독으로 나눠 각각 교통사고 사망과 중상(마약 중독자 수 반영) 관련 비용을 기반으로 산출했다.
2016년 기준 마약류 범죄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1인당 10억2371만원, 전체 1682억5333만원으로 추산됐다. 1인당 비용은 중독자의 생애주기 동안 소요되는 비용을 의미한다. 박 교수는 "범죄 양태 등을 고려하면 1인당 사회적 비용은 이제 6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박 교수는 이 같은 비용 추산에 ▲다크웹·텔레그램 등 디지털 유통망 접근성 가중치 ▲의료용 마약류 불법 유출 변수 등을 반영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규모가 훨씬 커질 것이란 뜻이다.
그는 "보안 메신저상 포착된 마약류 판매 채널의 수와 활성 이용자 수, 실제 수사기관의 채널 폐쇄 및 검거 비율을 역산해 가중치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며 "과다 처방, 닥터쇼핑 등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상 처방 데이터와 실제 환자의 질병코드 간 이상징후 비율을 추출해 합법을 위장한 암수범죄 규모를 산정하면 비용이 더 불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역대 모든 정부에서 마약을 절대악으로 평가하고 강력한 형사처벌 위주의 정책만 고수해온 점을 문제로 지목했다. 그는 "단순한 징벌적 사법 체계로 범죄가 지하 깊이 숨어들었고 마약값이 해외보다 10~30배 치솟는 등 실패를 겪었다"며 "공급망 타격을 위해 수사적 역량을 집중하되, 치료·재활 인프라 확충 등 수요 감축을 위한 회복적 접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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⑫마약자금 절반은 세탁됐다…한국 16조 규모
가상자산 거래, 중앙 통제 벗어나 자금세탁
단순 밀매 넘어 글로벌 금융질서 위협 수위
세계 마약류 범죄 자금 1000조원 세탁 추정
국경을 넘나드는 글로벌 마약 조직들의 범죄수익 가운데 '절반'은 세탁된 것으로 분석된다. 국가·금융기관의 중앙 통제를 벗어나도록 설계된 가상자산을 이용한 결과다. 세계적으로 1000조원, 한국에서만 16조원의 마약 자금이 세탁을 거쳐 합법의 영역으로 재침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아시아경제가 추산한 국내 마약류 시장의 규모 33조원의 절반과 비슷한 규모다.
범죄 조직들은 이 같은 구조를 활용해 지하경제를 키우고 범죄에 재투입한다. 전문가들은 마약류 범죄가 단순 밀매·유통을 넘어 글로벌 금융질서를 위협하는 단계에 왔다고 경고한다.
마약자금, 절반은 세탁…한국에선 16조 세탁 추산

20일 글로벌 비영리 싱크탱크 국제금융청렴기구(GIF)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마약류 밀매 시장 규모는 최대 1조44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2110조원 규모다.
2000조원 넘는 마약 자금은 절반 가까이 세탁된 것으로 추정된다. 범죄에 대한 자금세탁 규모를 두고 가장 널리 인용되는 수치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이 공개한 '합의 범위'다. 이는 범죄로 발생하는 '검은 돈'이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5% 수준이라는 분석 결과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여기에 다양한 추정치를 합산해 정확도를 높였다. 금융시스템을 통해 자금세탁이 가능한 규모를 따지는 가장 신뢰할 만한 추정치는 세계 GDP의 2.7%(2.1~4.0%)라는 결론이다. 이 가운데 마약 범죄의 규모는 약 0.6%에 해당한다고 추정했다.
지난해 세계 GDP는 117조1654억달러다, 여기에 지난해 연평균 원·달러 환율 1416원을 적용하면 우리 돈으로 16경5906조원이다. 전체 글로벌 범죄 자금세탁 규모(2.7%)는 4479조4676억원, 마약류 범죄 수익 중 세탁된 자금의 규모는 995조4372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GIF가 분석한 세계 마약류 시장 규모 약 2110조원의 절반에 가까운 것이다.
한국 상황에 적용하면 아시아경제가 추산한 국내 마약류 시장의 잠재적 규모 33조원의 절반 수준과 비슷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명목 GDP는 2663조3426억원으로, 0.6%는 15조9801억원이다. 무장을 제외한 KF-21 보라매 개발 비용이 8조1000억원이다. 국내에서만 국산 전투기 개발 사업을 두 번 추진할 수 있을 만큼의 마약 자금이 세탁되고 있다는 의미다.
통제 벗어난 가상자산, 마약자금 세탁 핵심수단

필리핀에 수감 중이던 '텔레그램 전세계' 박왕열이 지난 4월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강진형 기자
마약류 범죄는 글로벌 경제와 조직범죄 네트워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마약 조직들은 고도의 자금세탁 수법으로 제도권 금융망을 무력화하고 있다. 단순히 자금을 은닉하는 수준을 넘어 합법적인 경제 시스템으로 재침투해 금융질서 자체를 흔드는 단계에 이르렀다.
범죄 조직들은 가상자산을 자금세탁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한다. 수천개의 지갑 주소로 자금을 쪼개고 섞어 출처를 알 수 없게 만드는 '믹싱(Mixing)' '텀블링(Tumbling)' 등 기술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원천 봉쇄하는 장치다. 경찰 관계자는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없는 모네로 등 다크코인을 일종의 중간 기착지로 활용하는데, 자금 흐름의 연결고리가 끊어진다"고 설명했다.
수사·정보 당국에 따르면 마약 조직들의 자금은 '무역 대금'으로 위장돼 양성 경제로 침투되기도 한다. 허위 송장을 발행하거나 수출입 대금을 부풀리는 식이다. 마약으로 얻은 범죄 수익을 정상적인 거래 대금처럼 위장하는 것이다. 정보 관계자는 "가상자산을 장외거래 브로커를 통해 금이나 보석, 부동산 등 실물 자산으로 전환하면 자본의 성격까지 세탁된다"고 전했다.
세탁된 자금, 다른 범죄로…"경제 근간 흔든다"

UNODC는 마약 자금이 배치·투입(Placement), 은닉·세탁(Layering), 통합·합법화(Integration) 등 3단계를 거쳐 제도권 금융으로 유입된다고 분석했다. 범죄와의 연결고리를 끊어낸 뒤 자금을 위장하거나 섞고, 최종적으로 합법적인 출처로 보이는 곳에 조달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세탁된 자금이 다른 범죄로 유입되는 등 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범죄 자금 대부분이 가상자산으로 전이돼 있기 때문에 정확한 규모를 추정하거나 흐름을 추적하기도 어려워졌다"며 "이렇게 세탁된 자금의 규모가 커질수록 시장의 자금 흐름을 왜곡하고 세수 기반까지 약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윤해성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마약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커지면 국가 경제를 좀먹을 뿐 아니라 범죄 조직 육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국가 차원에선 정보기관의 기능을 강화하는 게 시급하다"며 "미국·영국 등 선진국처럼 국경이 없는 사이버상에서 발생하는 범죄를 수사할 수 있도록 대응해야 하는데 너무 늦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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