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①유통책이 물었다…유흥가, 얼마나 알고 있나

■ 1장. 마약이 우리 사회를 덮쳤다

교도소 수감 중인 마약 유통책 접견 인터뷰
"유통 실태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더 심각"
"구조적으로 위험, 유흥 가까이 하지 말라

편집자주
'마약(痲藥)'이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선진국 반열에 오른 한국은 글로벌 마약 카르텔의 매력적인 타깃이 됐다. 고수익을 보장하는 최종 소비처이자 유통 허브로 부상했다. 마약은 한순간의 일탈로 끝나지 않는다. 개인의 비극적 인생 문제에서 그치지도 않는다. 국가의 근간을 뒤흔드는 치명적인 독소다. 인구 절벽에 직면한 우리 사회에서 청년층을 파고들며 미래 동력의 상실을 선고한다.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청구한다. 지하경제의 팽창은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 아시아경제는 마약의 추악한 민낯과 가려진 실체를 조명하고, 우리가 지켜야 할 최후의 방어선을 점검한다.

 

 

"기자님이 알고 있는 유흥가의 모습이 몇 퍼센트나 될 것 같아요? 절반도 모를 겁니다."

건장한 체격이 드러나는 파란색 수의와 하늘색 명찰. 접견실로 나온 유통책은 길게 자란 머리칼을 넘기며 입을 뗐다. 하늘색 명찰은 마약류 사범을 뜻한다. 그는 강남 유흥가에 케타민을 공급해온 유통책 상선(윗선)이었다. 아시아경제는 마약 유통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인 20대 K씨를 만났다. 두 차례의 접견과 서면을 통해 확인한 현실을 고발한다.

 

"드러난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유흥가 실태 고발

 

 

K씨는 겉으로 드러난 한국의 마약 실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단언했다. 술·담배를 구하듯이 마약을 구하기가 쉬워졌다고 했다. 그는 "룸살롱이나 가라오케에 가면 술값과 TC(여성 접객원 비용)에 약값을 같이 치른다"고 설명했다. 종업원에게 '약을 원한다'는 신호를 주면 판매자를 연결해주고 술값과 묶어 계산한다는 이야기다.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다.

K씨는 '쩜오' '퍼블릭' 등으로 불리는 유흥업소에 케타민을 공급해왔다. 업소에는 한탕으로 돈을 번 사람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불법으로 큰돈을 만진 사람들이 가장 먼저 빠지는 게 성적 유흥이고, 그 다음 단계가 마약"이라며 "유흥에 빠진 사람들이 닿는 밑바닥"이라고 꼬집었다.

 

K씨는 10대 시절 미국·남미 지역에서 유학 생활을 했다. 대마초를 시작으로 자연스럽게 마약을 접했다. 스무 살 무렵부터 엑스터시, 케타민 등을 본격적으로 투약했다. 유흥으로 마약을 찾던 그는 20대 초반 유통망에 발을 들였다. 해외 총책으로부터 물건을 들여오는 '형님(국내 총책을 일컫는 말)'에게서 도매 단위로 약을 떼 유통했다. 수요가 많은 강남 유흥가로 흘러갔다.

 

손에서 손으로…텔레그램보다 은밀한 유통 방식

 

 

K씨가 마약을 유통하는 방식은 '손 대 손' 혹은 '손손'이라 불린다.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물건과 대금을 직접 주고받는 것이다. 그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믿을 수 있는 상대방과 손 대 손으로만 거래한다"며 "한 손으로 약을 건네고 다른 손으로는 현금을 받는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런 유통 구조에서 상선에 해당하는 K씨는 그 존재가 철저히 은폐된다. 약을 원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파트너를 통해 몇 차례 '손'을 거쳐 판매한다. 신뢰를 담보로 물건을 받은 중간책은 유통 과정에서 커미션(수수료)을 붙여 수익을 챙기는 구조다. 구매자의 실수나 사고로 꼬리가 밟히더라도 중간책은 유통 과정에서 커미션(수수료)을 붙여 수익을 챙기는 구조다. 구매자의 실수나 사고로 꼬리가 밟히더라도 중간책은 '텔레그램에서 구한 물건이라 판매자를 모른다'며 추적을 차단한다.

 

최근에는 텔레그램과 가상자산을 통한 비대면 거래가 수사기관을 곤혹스럽게 만든다는 이야기가 많다. 그러나 K씨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텔레그램으로 유통해도 경찰이 마음만 먹으면 다 잡을 수 있겠지만, 굳이 잡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잡아봐야 말단에 불과할 테고 초범이면 기소유예 밖에 안 나올 텐데 그 정도로 품을 들일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라고 주장했다.

 

텔레그램을 통한 유통은 '손'보다 몇 단계를 더 거치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광범위하게 전파된다. K씨의 설명을 요약하면 이렇다. 해외 총책으로부터 국제우편(EMS)·지게꾼(수입 운반책) 등을 통해 마약을 밀수한 국내 총책이 '창고'라 불리는 물량 담당에게 약을 전달한다. 이후 좌표 딜러(텔레그램 판매책)가 드라퍼(운반책)를 통해 '던지기' 수법으로 약을 판매하는 순이다.

 

수사망 어떻게 피했나…경검, 이런 수법 막아야

 

 

철저히 보안을 유지했던 K씨는 어쩌다 덜미를 잡혔을까. 그는 수사망을 따돌리기 위한 몇 가지 전략을 소개했다. 기본적으로 파트너와 신뢰가 생겨도 서로 가명을 쓰는 게 원칙이다. 연락은 대포폰이나 선불 유심만 사용한다. 차량도 하·허·호 등 전용 번호판이 달리는 영업용 렌터카 대신 개인 렌트만 이용한다고 했다. 거처는 '깔세'를 이용하되 3개월 단위로 옮겨 다닌다.

깔세는 보증금 없이 일정 기간 월세를 선불로 내고 거주하는 단기 임대 방식을 말한다. 임차인이 빌린 부동산을 다시 제3자에게 빌려주는 전대차 계약으로, 사실상 불법이다. K씨는 "1~2년짜리 전세로 강남 오피스텔 등을 계약한 뒤 월세를 덧씌워 내주는 곳이 있다"며 "이미 계약된 집에 웃돈을 주고 3개월씩 들어가서 지내는 건데, 이렇게 하면 흔적이 안 남는다"고 했다.

이런 수법들을 동원해도 수사기관은 이미 뒤를 쫓고 있었다. K씨는 "파트너가 경찰에 잡혀서 윗선을 불면 내사 대상에 오르는데 경찰이 3~6개월 동안 쫓아다니면서 지켜본다"며 "기지국 통신 내역까지 다 따본 상태였고 큰 물량을 거래한 날짜도 다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수사기관과 손을 잡는 '야당'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정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형량을 줄이거나 수사망에서 빠져나가는 것이다. 그는 "우리 세대보단 40~60대 중에 야당이 많다"며 "형량 감경이나 불구속 수사를 조건으로 검사와 직접 거래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전했다.

교도소 안에서도…"유흥의 끝은 마약, 절대 하지 말라"

지난 4월 마약 유통책을 접견하기 위해 찾은 부산 강서구 부산교도소 앞 전경. 장희준 기자

 

K씨는 투약·유통 혐의로 징역 3년을 받아 복역 중이다. 교정시설에서도 마약의 굴레는 쉽사리 끊어지지 않았다. 그는 심각할 정도로 중독된 사람들이 많다고 털어놨다.

먼저 '간접 투약'이 비일비재하게 이뤄진다고 폭로했다. 그는 "수감 중에도 투약할 방법은 다양하다"며 "약을 달라고 난리 치면 특정 감기약을 처방해주는데 환각 효과를 노리고 수십 정을 모아 한 번에 먹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신경통 치료제, 수면제 등 마약류 성분이 포함된 특정 처방약을 들여와 잘못된 목적으로 오남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K씨는 마약과의 단절을 다짐하고 있다. 그는 "방에서 감기약을 모아 먹고 취해 있는 모습을 보고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며 "출소하면 반드시 손을 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나간 뒤에 어떻게 될지는 솔직히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며 "지금도 약을 하는 지인들에게 연락이 자주 온다"고 덧붙였다. 마약을 접하는 건 쉽지만, 빠져나오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마약에 호기심을 갖는 이들에겐 "정말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학생이든 직장인이든 유흥가에 절대 가까이 가지 말라"라며 "성매매로 성적 유흥을 즐기기 시작한 사람들이 결국 마약까지 손을 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마지막까지 거듭 당부했다.

 

 

------------------------------------------------------------

 

 

②'세금' 떼도 고수익…한국은 프리미엄 마켓

동남아 수천원 하는 마약, 한국 오면 수십만원
경제력 상승, IT 인프라 탄탄…최종 소비처 전락
국가 신인도 역이용…'유통 허브' 부상 우려도

 

대한민국이 글로벌 마약 카르텔의 고수익을 보장하는 '프리미엄 시장'으로 부상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동남아시아에서 헐값에 유입된 마약이 한국에 들어오면 수십 배 폭리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높은 국가신인도를 악용해 항만 등을 마약 유통의 중간 기점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늘었다. 마약 범죄를 줄이기 위해 국제 공조가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마약 유통업자와 수사 당국을 취재한 결과, 실제 마약류 유통 현장에서 체감하는 가격 격차는 상상을 초월한다. 동남아 현지에서 1g당 수천~수만원대에 생산되는 마약이 국경을 넘는 순간 수십만원을 호가하기 때문이다. 가장 흔한 필로폰은 1g당 50만원, 코카인은 40만원을 넘나든다. 극소량으로도 강력한 환각 효과를 내는 위험 약물 LSD는 1장(1탭)이라 부르는 1회 투약분(100㎍·1㎍=100만분의 1g)에 10만원이다. 1g 단위로 환산하면 10억원에 달한다.

 

'마약청정' 대한민국, 어쩌다 타깃이 됐나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 분석에서도 한국은 수익성이 가장 높은 시장으로 꼽힌다. UNODC가 각국 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마약류 도·소매 가격을 집계한 결과, 동남아 국가 필로폰 소매가는 1g당 10달러(약 1만4000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마약 유통이 활발한 미국·유럽 등 서구권에선 40달러(약 6만원)에 거래된다. 한국은 그 10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한국에서 유독 마약 가격이 폭등하는 이유로는 '순도'와 '할증'이 거론된다. 전직 마약 유통업자는 "한국으로 들어오는 마약은 골든 트라이앵글(태국·미얀마·라오스 국경 지대) 생산지에서 나온 고순도 제품이 많다"며 "한국은 섬이나 다름없는 지리적 특성상 항공·해상 통관을 반드시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적발 리스크에 따라 운반책 몫의 수수료가 더 붙는다"고 귀띔했다.

 

한국은 마약류 범죄에 엄벌주의 기조를 유지해온 만큼 밀수 적발에 대한 위험 부담이 크다. 세관 등에서 단속이 강화되면서 국제우편(EMS), 지게꾼(운반책) 등을 통한 밀수 수법들이 적발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나 마약 유통업자 사이에선 이를 '세금'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 정도의 위험 부담과 비용을 감수해도 일단 국내로 들여오기만 하면 수익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한국이 부유해진 점도 하나의 요인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글로벌 마약 시장에서 한국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 국민 소득의 증가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우선 마약을 구매할 수 있을 만큼 경제적 능력을 갖춘 수요자가 많아졌고, 단속에 대한 위험수당이 붙으니 범죄조직 입장에선 프리미엄 시장으로 공략할 동기가 된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편리한 IT 기반은 범죄조직에도 새로운 범죄 수단을 제공한다. 한국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텔레그램·다크웹·가상자산 등 비대면 유통을 중심으로 마약류 범죄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과 가상자산 거래가 활발하다는 것은 범죄조직 입장에선 수사기관의 추적을 따돌릴 방법이 다양해졌다는 의미다.

수사 당국, '주요 유통허브' 부상 가능성 주시

부산항에 정박 중인 컨테이너선에 화물이 쌓여 있다. 강진형 기자

 

 

수사 당국은 한국이 '주요 허브'로 발전할 가능성까지 우려하고 있다. 한국이 마약류 범죄에 민감한 나라인 만큼 그 국가신인도를 제3국으로의 유통하는 데 이용하겠다는 발상이다. 한국을 거쳐온 항공기·선박 등에 대한 검문이 상대적으로 완화돼 있다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항만의 경우 환적 시스템의 허점을 노린다. 세계적인 물류 허브로 꼽히는 부산항 등이 주요 타깃이다. 민간 보안 전문가는 "마약 생산국에서 목적지로 가면 '레드 플래그(경고)'가 뜬다"며 "한국을 거쳐 가면 화물 원산지가 안전국으로 세탁되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과 UNODC 자문위원을 지낸 정희선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석좌교수는 "한국을 마약류 유통의 경유지로 활용하는 경향이 실제로 있다"며 "다른 나라에서 '한국은 단속을 제대로 할 테니 거기서 온 물건은 괜찮겠지' 하는 심리를 악용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텔레그램 전세계'로 불린 유통책 박왕열(47)을 수사했던 김대규 영산대 경찰행정학과 특임교수(전 경남경찰청 마약수사계장)도 "중남미 지역에서 들어오는 화물의 70~80%는 부산항을 거쳐 간다"며 "범죄 조직들이 한국을 거쳐 온 선박들은 안전하다는 인식을 이용한다"고 지적했다.

 

 

--------------------------------------------------------------------

 

 

③"그거? 이미 깔아놨어" 선 넘어버린 유흥가

 

클럽에서 거침없이 합성대마 투약하는 20대
텔레그램 문의하자 3분 만에 구매절차 진행

"나 지금 ○○(액상대마) 피우고 완전 취했거든. 너도 피워 봐."

지난달 말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A 애프터클럽. 전자담배를 들고 연기를 뿜어내던 20대 남성에게 기자가 '○○ 있느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여명이 밝아오는 오전 5시. 쿵쿵 울리는 음악을 따라 지하로 내려갔다. 땅속에선 광란의 밤이 계속됐다. 애프터클럽은 마약류 투약이 빈번한 장소로 알려져 있다. 일반 클럽이 영업을 종료하는 새벽부터 오전까지 '밤샘 파티'가 열린다.

 

4월 말 서울 강남구 소재 클럽에서 젊은 남녀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이지예 기자

 

 

둥둥- 둥둥. 거대한 기계 장치의 엔진실에 들어선 듯한 음악. 한껏 취기가 오른 젊은 남녀 수십명이 춤을 췄다. 액상대마를 권했던 남성 옆의 또다른 20대 남성은 "내가 구해줄까"라며 스마트폰을 꺼내 어딘가로 메시지를 보냈다. 다른 것도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다 해"라며 기자의 얼굴에 연기를 뿜었다.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주요 유흥가를 찾기 전부터 클럽 MD(영업 직원), 텔레그램 판매자 등을 통해 마약류 구매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 한 텔레그램 딜러에게 오전 2시 전후로 청담동 A 애프터클럽 근처에서 픽업(구매)이 가능한지 묻자 "신사동 쪽에 깔아둔 게 있다"고 답했다. 대금을 치를 가상자산 지갑 주소 안내까지, 덫에 빠지는 과정은 3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오전 3시께 서초구의 B 클럽에서도 투약이 의심되는 사례가 여럿 포착됐다. B 클럽 곳곳에는 '마약은 불법' '적발 시 퇴장 및 고발' 등 경고 문구가 붙어 있었다. 그러나 화장실 칸 내부에선 부스럭대는 소리와 "XX 제정신 아니야" "○○로 잘라" 등 여성들의 어눌한 발음이 새어 나왔다. 화장실은 VIP룸을 제외하면 가장 흔한 투약 장소다. 2인 이상 사용이 금지된다.

비슷한 시각 용산구 이태원동 곳곳에서도 몸을 가누지 못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기온이 10도 아래까지 떨어졌지만, 웃통을 벗고 길바닥에 나뒹구는 이도 많았다. 3년차 클럽 MD에게 문의하자 "주로 화장실에서 약을 하는데 우리도 확실해 보이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기 곤란하다"며 "눈을 숨기려고 선글라스를 쓰니까 그런 사람들을 조심하라"고 귀띔했다.

 

 

이태원 C 클럽 앞에선 40대 남성이 휘청이며 기자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에게도 '마약을 했는지' 묻자 "하고 싶으면 간판 없는 주점들이 몰린 쪽으로 가라"고 말했다. 이 남성의 뒤편에선 젊은 여성이 몸을 가누지 못한 채 구토를 반복했지만, 아무도 부축하거나 제지하지 않았다.

한때 서울 번화가의 마약류는 강남 케타민, 이태원 대마초, 홍대 엑스터시 등이 각각 주로 유통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제 구분 없이 투약이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텔레그램 비대면 유통이 번지면서 다양한 마약을 어디서나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

 

 

④'제주 케타민' 미스터리…"태국에서 살포"

 

제주 해안가 떠오른 우롱차, 안에는 케타민
정보 소식통 "태국 조직에서 해상 살포" 주장
지난해 3월 추정…쿠로시오 해류 타고 북상
 

지난해 9월부터 제주 해안가에서 무더기로 발견된 '우롱차 포장' 케타민이 태국에서 살포된 것이라는 증언이 나왔다. 한국으로 케타민을 공급해온 총책이 사고로 숨지고 주요 간부들이 검거되면서 조직이 와해된 결과라는 것이다. 처리가 곤란해진 마약을 폐기할 목적으로 해상에 투기했다는 건 단순한 '운반 사고'가 아니라 마약 카르텔의 조직적 증거 인멸로 볼 수 있다.

민간 군사·정보 전문가 J씨는 18일 아시아경제에 "우롱차 봉지에 담긴 케타민은 태국에서 처음 살포된 것"이라며 "해당 마약을 생산·공급해온 조직의 총책이 한국인이었고, 2024년 8~9월 대홍수 당시 골든 트라이앵글 내 치앙센 지역에서 사고로 숨진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경찰청·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제주 서귀포시 해안에서 21차례에 걸쳐 차(茶) 봉지에 담긴 케타민이 발견됐다. 8개월간 제주에서 발견된 마약은 38㎏, 최대 133만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수사 당국은 별다른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밀매 조직이 해상 유통하던 마약이 불상의 이유로 해류를 타고 흘러들었을 거란 추측뿐이다.

J씨는 총책 사망 전후로 주요 간부들이 잇따라 검거되며 조직이 무너졌다고 설명했다. 주요 밀수 경로는 간부급 이상만 알고 하부 조직원은 지시된 업무만 분절적으로 수행하기 때문에 조직 재건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는 "마약도 한국에 들어와야 수십만원을 하는 것이지, 현지에선 수천~수만원에 구할 수 있다"며 "밀수 루트를 모르니 마약이 시한폭탄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J씨는 2024년 11월 태국에서 압송된 공급책이 숨진 총책 밑에서 일하던 주요 간부라고 지목했다. 경찰청은 당시 태국에 거점을 두고 케타민·필로폰 등을 국내로 밀수해온 40대 공급책을 송환해 왔다. 이 공급책은 텔레그램 유통책이 보낸 인편으로 마약을 밀반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J씨는 "해당 조직은 한국으로 들어오는 케타민의 상당 부분을 장악하고 있었다"며 "2024년 말 송환된 공급책은 그해 여름 총책이 죽기 전 현지에서 검거됐던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 조직은 미얀마 'KK 범죄단지'에서 케타민을 생산했다. 높은 산악 지형을 갖춘 태국 북부 치앙센 지역에는 재고 시설을 구축했다. J씨는 "지난해 초 현지에 들어갔을 때 이미 태국 북부 지역 공급책들이 방콕 주변으로 뿔뿔이 흩어지며 조직이 와해된 상태였다"며 "결정적으로 이 시기 대지진으로 미얀마 쪽 케타민 작업시설까지 복구 불가 수준으로 붕괴됐다"고 설명했다.

 

 

J씨의 정보는 해류 흐름과 일치한다. 통상 동남아에서 유실된 부표나 쓰레기가 제주 또는 일본 규슈에서 발견되는 데 반년 정도 소요된다. 지난해 2~3월 살포 이후 계절풍(북동풍)의 영향으로 남중국해에서 표류하다 계절풍이 잦아드는 4월 이후 대만 난류를 타고 북쪽으로 이동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제주까지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빠르게 북상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대만이 케타민 사건과 관련해서 우리 수사 당국에 보낸 조사 결과와도 대체로 부합한다. 대만 측은 '지난해 7월 대만 서남부 해역에서 유사 포장 마약이 대규모로 발견돼 수사 중'이라고 회신한 바 있다. J씨는 "여름이면 대만 난류의 북상 흐름이 강하다"며 "차 봉지는 가벼워 물 위에 뜨기 때문에 풍압의 영향을 받아 일반적인 해류보다 더 빠르게 이동했을 것"이라고 했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2024년 늦여름 태풍으로 태국 북부 지역이 최악의 수해를 입었다"며 "마약 제조시설이 밀집한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에 직접적인 타격을 줬던 건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제주해양경찰청 마약수사대 관계자는 "충분히 일리 있는 정보로 판단된다"며 "대만 측에서도 이 같은 대량 살포가 밀수·환적 목적이라고 보기에는 현실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만 당국과 해당 정보를 공유하고 수사에 참고자료로 활용하겠다"고 덧붙였다.

728x90

+ Recent posts